[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2018.03.18.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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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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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처절한 18세 소년. 영화 '괴물들'(2018) 속 재영에게서 능청스러운 황보율 이사('저글러스', 2017)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 의뭉스러운 제자 재하('여교사', 2017)에게서 반듯한 경찰('추리의 여왕', 2017)이 쉬이 연상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공교롭게도 배우 이원근은 대중에 늘 극과 극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런 '의외성'은 인간 이원근이 지닌 특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만난 그는 영화 속 안쓰러울 정도로 피폐한 재영의 얼굴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밝고 명랑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집에 있을 때는 한마디도 안 한다. 혼자 있는 걸 즐기고 굉장히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그랬기에 '괴물들' 속 재영은 그에게 더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는지도 모른다. 재영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면서 살아남기 위해 가해자로 점차 변하는 복합적인 인물. 이원근은 그런 재영 역에 섬세하게 녹아들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역시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무리 지어 다니는 친구들, 소위 말해 '일진'이라고 불리는 집단이 있잖아요. 그들은 체형이 희고 마른 저 같은 친구들을 놀리곤 했어요. 괴롭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다 자기네 마음대로였죠. 극 중 재영이처럼 매일 맞고 울진 않았지만 그런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당사자로서 트라우마로 기억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영화에 출연한 게 쉽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된 그가 목소리를 내고 해결을 위해 한 걸음 내딛는 방법이기도 했다.

"저도 청소년기를 거쳤지만 청소년들의 탈선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선생님을 추행하고 그걸 동영상으로 찍고, 또 뼈가 부서지고 피가 흐를 때까지 때리기도 해요. 제가 학교 다닐 땐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점점 더 높아지는 수위와 일련의 사건을 보면 너무 소름이 돋아요. 왜 이렇게 됐을까 안타깝고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던 그는 문제의 악화도, 해결도 모두 "어른들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 숨기고 쉬쉬하기 급급했던 학교와 어른들의 태도가 모여 결국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도 그 심각성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학교폭력이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데는 어른들의 영향도 커요. 길거리에 싸움이 나도 보고만 있거나 핸드폰으로 찍고 그냥 갈 때가 많죠. 청소년들이 욕하거나 담배를 피워도 내버려 두고요.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잘못된 거라고 못 느끼거든요. 문제를 보고도 방관하기 때문에 더 심해지는 게 아닌가 하죠."

[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전달할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기에 그는 재영 그 자체가 되어야 했다.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육체적인 어려움도 감수한 그다. 기존 체중에서 4㎏을 뺀 결과 저체중이 됐다. 187㎝의 큰 키에 63㎏을 촬영 내내 유지했다.

그는 "가해자 역인 이이경보다 키가 커서 제가 피해 학생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갈비뼈가 보일 만큼 빼서 재영의 연약함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 결과 밝고 명랑한 전작 속 캐릭터는 온데간데 없이 폭력에 희생된 유약한 소년만이 그곳에 남았다.

재영의 늘 구부정한 자세, 불안한 눈빛 역시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에는 내 안에 무언가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살핀다"는 그는 키우는 강아지를 보고 재영의 불안한 느낌을 떠올릴 것 정도로 늘 캐릭터에 대해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연기할 때 동영상을 찍고 모니터하는데 제 눈빛이 문제더라고요. 이를 고민하면서 대본 보는 어느 날, 키우는 강아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치 보면서 제게 다가오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강자와 약자의 차이 같더라고요. 실제로 재영이라면 강자를 볼 때 강아지처럼 눈치를 볼 것 같았죠. 이런 디테일을 연기에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Y터뷰] 이원근 "'괴물들', 학교폭력 방관하는 어른 위한 영화"

2011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운'으로 짧게 등장한 그가 배우로서 대중과 만난 지 어느덧 5년. 그간 꽃미남 외모를 살린 쉬운 길보다 어렵지만 도전하는 길을 찾아 나선 그의 필모그래피에 눈이 갔다. 그러자 "딱히 의도한 부분은 아니지만 사람 얘기라면 가리지 않고 끌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업영화도 하고 싶어요. 다만 다양성 영화를 유독 많이 했던 건 사람 사는 얘길 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때문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꺼릴 수 있는 이야기도 저는 사람 얘기라면 크게 가리지 않고 끌리거든요."

그는 학교 폭력을 다룬 '괴물들'이 '15세 관람가'가 아니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에 유독 아쉬워했다.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피해에 대해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란다.

“'괴물들'은 누군가에게 민감한 소재일 수 있어요. 이 영화를 본 어른들이 불량한 학생들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한 번이라도 손을 내밀거나 말을 걸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면 영화를 찍은 사람으로서 행복한 일 아닐까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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