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마지막 주연작일지도"...이순재에게 '덕구'가 특별한 이유

[Y피플] "마지막 주연작일지도"...이순재에게 '덕구'가 특별한 이유

2018.03.14. 오후 2:5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피플] "마지막 주연작일지도"...이순재에게 '덕구'가 특별한 이유
AD
"주인공을 하는 마지막 작품이 '덕구'가 아닐까한다. 드라마에서도 이미 조연만 하고 있다. 늙은이 시트콤을 하면 주연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욕심 같아서는 계속하고 싶은데 90% 정도의 분량을 감당하는 영화는 힘들 것 같다. 하하."

배우 이순재가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 제작 영화사 두둥)로 7년 만에 스크린 주연에 나선다. 올해 84세, 연기 경력 62년차의 대배우 이순재는 '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본인의 분량이 90% 이상인 작품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덕구' 속 캐릭터를 창조했다.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덕구(정지훈)와 덕희(박지윤)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덕구'에서 이순재는 일흔 살의 화만 내는 고집불통 덕구할배 역을 맡았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실의에 빠져 살던 중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가로챈 며느리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 며느리를 쫓아냈다. 그는 홀로 손자 덕구와 손녀 덕희를 그리며 돈 되는 일은 가리지 않는다. 가진 것은 없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고의 것과 최선의 방법으로 손주들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Y피플] "마지막 주연작일지도"...이순재에게 '덕구'가 특별한 이유

이준익 감독의 후배이자 '왕의 남자' 등의 연출부로 일했던 방수인 감독은 '덕구'가 입봉작이다. 방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두 손주를 억척스럽게 키워낸 덕구 할배는 단순히 노인이 아니라 고집스럽고 세월을 한 몸에 겪은 캐릭터이길 원했다"며 "처음부터 이순재 선생님을 그리면서 집필했다. 시나리오를 드리자마자 선뜻 응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방 감독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과 바다, 들을 떠돌며 많은 이들의 삶의 현장을 보고, 듣고, 경험해가며 8년에 걸쳐 이야기를 완성했다. 실제 이준익 감독은 '덕구' 시나리오를 읽고 "책상에 앉아 쓴 시나리오가 아니다. 눈물 참느라 혼났다"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순재 역시 "시나리오가 단단했다. 정서적으로 이해가 됐고, 선한 눈으로 세상을 봤다. 사실 앞뒤가 안 맞는 영화들이 많이 있는데, '덕구'는 그것이 잘 맞았고, 좋은 물건이 되겠다고 싶어서 덤벼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노 개런티 출연에 대해 "연기자라는 게 두 가지 길이 있다. 돈을 많이 받고 성공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지만 작품을 살리고 연기로 빛을 내는 보람도 있다"고 한 뒤 "연극도 수입을 생각하면 할 수가 없다. 연기를 하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돈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피플] "마지막 주연작일지도"...이순재에게 '덕구'가 특별한 이유

이순재는 첫 촬영에서 손녀 덕희 역의 박지윤과 함께 넘어질 상황에서 아이를 보호하려다가 본인이 문지방에 넘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당황한 방 감독이 울음을 터뜨렸지만 이순재는 "괜찮아, 다리 안 부러졌어"라고 말했단다. 방 감독은 "죄송스러웠다. 힘든 촬영이었을 텐데, 그런 말씀이 전혀 없어서 또 죄송했다"며 "한 겨울에는 추위와 싸웠다. 인도네시아 촬영이 있었는데 그때는 더위와 싸웠다. 덕구할배가 캐릭터상 좋은 옷을 입을 수 없었는데, 몸둘 바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손주 역을 맡은 정지훈 또한 이순재에 대해 "너무 자상하셨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면서 "사실 처음에는 무섭고, 엄하실 것 같았는데 촬영장에서 같이 연기를 해보니까 정말 내 할아버지 같았다"고 친근해했다.

현장의 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재는 불만 없이, 오히려 먼저 불편함을 감수하고 연기에 임했다. 본인 스스로 "마지막 주연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일수도 있지만, 그것이 62년째 이순재를 후배들과 대중들이 존경하는 이유처럼 느껴졌다. 방 감독은 "대선배인 이순재 선생님과 첫 작업을 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기뻐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