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21년째, 그리고 앞으로도 치열할...배우 장혁

[Y터뷰] 21년째, 그리고 앞으로도 치열할...배우 장혁

2018.03.10. 오후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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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21년째, 그리고 앞으로도 치열할...배우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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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지금 인터뷰 중이야. 드라마가 끝나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배우 장혁과의 인터뷰를 정리할 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쥔 장혁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과의 통화였다. 진지하고 진중하게 대화를 이어 나가던 장혁은 그야말로 사근사근한 '자식 바보'가 되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들려줬다. 그가 좋은 아빠임은 분명했다. 물론 그는 좋은 배우이기도 하다. 다만 그 표현보다 '치열함'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그는 치열한 배우였다. 21년째 치열했고, 앞으로의 20년, 40년도 치열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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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MBC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은 장혁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한 작품이다. 10.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23.9%로 막을 내렸다. 처음에 장혁은 "세 번을 거절했다"고 했다. 연출도 편성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연기한 강필주라는 인물에 끌렸다. 뜨거움과 야비함, 모순을 가지고 있는 그를 연기하고 싶었단다. 다만 그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 당시 B팀, 단막극 '오래된 안녕'의 연출자로 호흡을 맞춘 김희원 PD와 B팀 연출로라도 함께하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그는 "김희원 감독은 입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사람의 감정 사이의 간극을 잘 끌어내는 연출자다. 배우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며 그와 함께 하길 원했다.

다행히 김 PD의 입봉작으로 '돈꽃'이 결정됐다. 장혁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며 "나한테 매력 있는 남자 캐릭터를 주기로 했다"고 웃었다. '돈꽃'은 주말극이었다. 장혁의 주말극 출연은 2000년 방송된 '왕룽의 대지' 이후 무려 17년 만이었다. 무엇보다 토요일 2회 연속 편성은 그에게도 익숙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긴장이 되니까 '즐겁게 망하자'고 웃으며 말했어요. 어차피 망할 건데 뭘 못하겠냐는 거죠. 사실 열 명 중에 아홉 명은 왜 주말극을 하느냐고도 했고요. 한 명은 애써 괜찮다고 한 거죠.(웃음) 다만 '돈꽃'이 잘 되면 주말 브랜드를 살렸다는 건 가져올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와중에 4부까지 찍었는데, 소위 '주말극스럽지' 않은 촬영이 이어졌죠. 마치 '토요 영화'처럼 가보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계속 좋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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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꽃'은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혼외자라는 출생의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강필주가 자신을 불행에 처하게 한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출생의 비밀, 불륜, 치정 등 그간 주말극에서 다룬 '막장' 소재를 다뤘으나 강필주가 복수를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안겼다. 그간 분출하는 연기를 주로 해왔던 장혁의 절제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가 극을 이끌었다. 서늘한 카리스마와 복수를 하면서 느끼는 복잡한 내면을 눈빛으로 드러냈다. 반전과 카타르시스 여기에 김 PD의 연출력까지 더해지며 '명품 드라마'라는 극찬 속에 퇴장했다.

장혁은 '집중'과 '관찰'로 강필주를 만들었다. 그는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당연한 건 해야 했다"며 "배우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매력 있게 보일 수 있을지, 밀도감이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이미숙과 이순재를 언급했다. 1997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한 장혁은 올해 데뷔 21년차가 됐다. 엄청난 경력이지만 이미숙은 40년, 이순재는 62년을 연기를 해왔다. 장혁은 그들과 "피 튀기는 전쟁"을 펼치며 배우로서 자신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Y터뷰] 21년째, 그리고 앞으로도 치열할...배우 장혁

"20년을 연기해왔지만 해왔지만 녹녹치 않았어요. 칭찬을 받을 때도 욕을 먹을 때도 있었죠.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미숙 선배님은 40년을, 이순재 선배님은 60년을 왔잖아요. 그분들과 연기하는 것이 영광스러웠죠. 거기까지 어떻게 갔는지 말이 아닌 연기를 통해 가르쳐줬어요. 늘 긴장이 됐죠. 느낌이 세요. 극 속에서 늘 시합을 해야 했죠. 선배라서 지거나, 후배라서 이겨야 되는 게 아니잖아요."

장혁은 "이순재 선생님이 촬영 외적인 시간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배우의 시작과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동시녹음이 시작됐고,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가 됐고, 흑백에서 칼라가 됐는지 등 연기의 역사를 통해 "나의 뿌리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선배님들과의 연기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장혁은 칭찬에도 혹평에도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장혁은 MBC 연기대상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추노'(2010)로 그 해 KBS에서 연기대상을 받은 그지만 트로피의 지분은 대부분 최우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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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을 받고 나면 그 다음 년도가 그래도 편해요. 대상을 받고 난 다음에는 불편하더라고요. 전 바뀌지 않았는데 말이죠. 영화 '감기' 때 소방훈련을 받았어요. 15m 위에서 나무막대를 잡는 훈련이었어요. 평지라면 쉽게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높은 곳이니까 못하겠더라고요. 꼭 사람들이 바라보는 잣대처럼 느껴졌죠. 사실 대상을 받든 뭘 받든 제가 가고자 하는 건 그거보다 더 깊어요. 대상은 1년의 칭찬이죠. 그걸 위해 배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올해도, 내년에도 노력할 겁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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