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책방 소년, 천재 작가 '흥부'로 태어나다...배우 정우

[Y터뷰] 책방 소년, 천재 작가 '흥부'로 태어나다...배우 정우

2018.02.16. 오전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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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책방 소년, 천재 작가 '흥부'로 태어나다...배우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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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감정이 떠오를 때 일기에 적어요. 전문적이진 않지만 끄적이는 일이 영화 속 흥부 캐릭터와 통하는 면이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됐을 거예요. 집 안에 묵혀둔 글이 여러 편 있긴 한데 작품으로 발전시킬 욕심은 없어요. 연기부터 잘해야죠."

배우 정우에게 글은 '일상'이다. 틈날 때 마다 그는 글을 쓴다. 나중에 이를 모아 한 편의 스토리로 짠다. 정우가 각본과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바람'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 그에게 200년 전 조선을 홀린 천재 작가, 흥부는 제 옷을 입은 듯 자유로울 수밖에.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는 조선 최고 글쟁이 연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고전을 재해석한 이 작품에서 정우는 주인공 연흥부 역을 맡았다.

[Y터뷰] 책방 소년, 천재 작가 '흥부'로 태어나다...배우 정우

그가 그린 연흥부는 뻔하지 않다. 고전 속 착하기만 한 흥부는 정우를 만나 시시덕거리는 한량부터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붓을 드는 혁명가까지 자유자재로 변했다. 첫 사극 도전에서 거둔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당사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그는 '흥부'가 자신에게 유독 커다란 자괴감을 안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말투, 걸음걸이, 호흡 등 사극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 틀 속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너무 벗어나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을 찾는 게 가장 큰 숙제였죠. 처음에 이 캐릭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매 작품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지만 '흥부'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글로 세상을 바꾸는 한 작가의 이야기. 덕분에 '흥부' 속엔 책이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그가 쓴 소설은 저잣거리를 들썩이게 하고 일그러진 세상을 고발하기도 하는 것. 아닌 게 아니라 이 자리에서 그는 글, 활자와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속에 살았으니 글을 읽고 쓰는 캐릭터에 대해 저도 모르게 좀 더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연극하는 아버지, 서점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거든요. 서점 이름은 '세종대왕'이었는데...덕분에 그곳에서 책을 많이 읽기도 했지만, 많이 나르기도 했죠.(웃음)"

[Y터뷰] 책방 소년, 천재 작가 '흥부'로 태어나다...배우 정우

책방 소년은 자라서 배우가 됐다. 틈틈이 습작하는 배우. 부모님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셈이다. 습작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란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연기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단역부터 주연에 이르기까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놓지 않는 습관이라고.

"'바람'의 원안을 쓴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전한 일이죠. 그런데 실제로도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시야가 한층 넓어졌죠.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 서니까 배우의 눈으로 작품을 볼 때와 다르더라고요."

원안을 쓴 '바람'만큼이나 그에게 각별한 작품이 있다면 첫 출연작인 영화 '7인의 새벽'이다. 단역으로 출연했던 당시 상황을 그는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했다. 정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싸우는 역할이었다. 잠깐 출연하는 장면이다.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출연료로 28만 원을 받았어요. 원천징수 떼고 하루에 10만원씩 사흘간의 출연값이었죠. 그 작품이 있으니까 지금의 저도 있고, '흥부'도, '재심'도, '응답하라'도 있는 거겠죠. 그때의 절실함을 잊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여기까지 오면서 잠시 절실함을 잊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작품마다 이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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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생활 17년 동안 좀처럼 공백을 두지 않은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절실함이 무뎌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작품에 임한다고. 이미 차기작도 결정했다. 그는 지금 영화 '이웃사촌' 촬영 중이다.

"영화만 선호하진 않아요. 드라마는 또 다른 에너지를 받는 작업이라서 좋아하고요. 중요한 건 형태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이질감이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내에서 저는 계속 도전할겁니다. 이런 제 도전을 가끔이라도 알아봐 주시면 감사할 뿐이죠."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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