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1급기밀' 방산비리가 초래한 위험한 결과 그리고 용기

[Y리뷰] '1급기밀' 방산비리가 초래한 위험한 결과 그리고 용기

2018.01.2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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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1급기밀' 방산비리가 초래한 위험한 결과 그리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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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인 '1급기밀'(제작 미인픽쳐스)은 방산비리가 초래한 위험한 결과와 함께 진정한 용기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방산비리'를 다루는 '1급기밀'은 제작사가 내건 '현재 진행 중인 대한민국 범죄 실화'라는 문구처럼 폐쇄적인 군 내부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내부고발자의 갈등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묵묵하고 진실하게 스크린 속에 펼쳐놓는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무려 8년의 시간이 '숙성된'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겁고 진지하지만 짙은 여운을 남긴다.

야전군 출신의 박대익(김상경) 중령이 '출세'의 지름길인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다. 승승장구하던 박 중령 앞에 공군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정일우) 대위가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 업체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박 중령은 미국의 에어스타가 특혜를 받고 있음을 확인, 이의를 제기한다. 이후 강영우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하고, 군수본부 외자부장 천장군(최무성)과 그의 오른팔인 남선호(최귀화) 대령 등은 조종사 과실로 만들고 사건을 은폐한다. 이를 본 박 중령은 갈등 끝에 에어스타와 연계된 미 펜타곤과 국방부 간에 진행되고 있는 모종의 계약을 김정숙(김옥빈) 기자에게 폭로한다.

[Y리뷰] '1급기밀' 방산비리가 초래한 위험한 결과 그리고 용기

'1급기밀'은 세 가지의 실화를 녹여냈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해군 장교의 군납문제 폭로 등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박 중령의 시점을 따라간다. 상관의 눈에 들은 그는 탄탄한 '승진길' 앞에 놓이지만 동료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 앞에서 그는 묵인하지 않고 내부고발자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협을 받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다. "우린 식구다" "가족이다"라고 했던 이들이 얼마나 한 순간에 등을 돌리지는 씁쓸한 현실도 볼 수 있다.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방산비리가 위험한 것은 단순히 금액적인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군인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국가의 안보 문제와도 연관이 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통영함 비리'는 충격적이었다. '국내 기술로 만든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는 말과 다르게 통영함의 음파탐지기는 1970년대 수준이었고, 2억원짜리 41억원에 구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샀다. 무엇보다 방산비리는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이 원칙인 군대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나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쉽게 밝혀지기 어렵다.

[Y리뷰] '1급기밀' 방산비리가 초래한 위험한 결과 그리고 용기

박 중령의 용감한 고발은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항복하지 않고 올곧이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커다란 울림을 준다. 이를 연기하는 김상경은 내부고발자의 고뇌는 물론 카리스마와 정의로움을 넘나드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등 실화극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그인만큼 진정성이 느껴진다.

'1급기밀'은 우여곡절 끝에 빛을 봤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기획된 작품은 개봉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다. 투자 난항을 겪다가 촬영을 마쳤지만 홍기선 감독이 2016년 12월, 영화 촬영을 마치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들이 고 홍기선 감독의 뜻을 이어가려 노력했고, 후반 작업 끝에 개봉을 하게 됐다.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오는 24일 개봉.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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