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윤여정이 '독보적'인 이유

[Y터뷰]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윤여정이 '독보적'인 이유

2018.01.2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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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윤여정이 '독보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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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아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점잖게 살자고 마음먹다가도 성질나면 성질을 내게 되더라고. 인간이 그래. 오늘은 처음이잖아. 유준상이 보낸 편지가 있다. '선생님은 참 훌륭하다. 늘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그런데 그 뒤가 중요해. 반성하고 사과하고 또 다 다시 그걸 반복한다고 하더라.(웃음)"

올해 만 71세가 된 윤여정이지만 그의 말에는 소위 어른들에게는 쉽게 엿볼 수 없는 '쿨'함이 뚝뚝 묻어나왔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 "내가 제일 못했다"고 터놓는 것은 물론 "난 미녀도 아니고 타고난 재능도 없다.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어른. 윤여정은 자신을 꾸미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일흔이 넘어서도 많은 감독들이 윤여정을 찾는 이유처럼 느껴졌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예능에서도 그의 입담과 태도는 두각을 드러냈고,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Y터뷰]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윤여정이 '독보적'인 이유

윤여정은 '공부는 못해도 숙제는 해갔다' 학창시절 일화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이는 그의 삶을 관통한다. 그는 "미국 학교는 숙제, 퀴즈, 시험, 출석 등을 종합하는데, 얘가 숙제를 안 한 거다. '숙제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하니까 성우 송도순이 '언니는 맨날 숙제해갔어? 난 안했는데'라고 하더라고. 난 그때 알았지.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한 뒤 본인의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가 엄마 나이 서른넷에 돌아가셨다. 엄마가 의과대학에 1년 정도 다녔는데, 그걸 바탕으로 양호교사 시험을 쳐서 우리 세 자매를 키웠다. 그러니까 얼마나 대단하고 성실한 분이야. 그걸 물려받은 게 아닌가 한다. 정말로 용감했다."

윤여정은 늘 도전한다. 영화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에서 한국 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는 최근 시즌2를 시작한 tvN '윤식당'에서도 식당의 메인셰프이자 사장으로 솔직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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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 사투리가 그렇게 힘든 건줄 몰랐다. 시사회 내내 괴로웠다. 노력은 했다. 사투리 선생님과 석 달간 연습했다"면서 "부산 친구가 '경상도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다'고 하더라. 진작 알려주지"라고 푸념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윤여정은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 이를 따라가려고 했다. "분명 감독이 그리려고 했던 엄마상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행히 노력한 건 보였다고 하더라"라고 안도의 미소를 띠었다.

"나는 재능이 없다. 대신 감독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다 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창의적인 배우는 못 되는 거 같다. 노예근성은 있는 것 같다.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니까 감독한테 나를 맡기고 '최선을 다하리라'는 마음으로 연기해왔다."

임상수 감독은 영화 '바람난 가족'(2003)으로 윤여정을 다시 충무로로 이끌었다. '최고의 연기는 돈이 필요할 때 나온다'는 명언을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그때 집수리를 하면서 급전이 필요했다"며 "임상수 감독이 친해진 다음에 '내가 세 번째 후보였다'고 말했다. 간혹 '이 역할은 당신밖에 못 한다'는 말에 혹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인생에 그런 건 없더라.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나 아니어도 몇 명씩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개봉 후에 임상수 감독이 인터뷰를 했다. 본인이 TV에 나오는 배우들을 우습게 생각했다는 거야. 많이 알려진 얼굴이고 희소성이 없고 기계적으로 연기한다고. 그런데 윤여정이 한 번에 테이크를 가는 걸 보고 본인이 잘못 생각했다고 고백했더라고. 앞으로 영화를 할 때마다 나를 쓸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감동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쭉 밥을 사주고 있잖아. 임 감독이 천만 하길 바라고 있어. 언젠간 밥 좀 얻어먹으려고. 하하."

[Y터뷰]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윤여정이 '독보적'인 이유

늘 최선을 다한다. 나영석 PD가 그를 '윤식당'에 섭외할 때만 해도 윤여정이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할 줄 몰랐단다. 그는 "제작진이 나중에 '프로그램 방향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다고 하더라"라면서 웃었다.

"내가 못하니까 어떻게 서든 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손님이 왔다니까, 맛있게 뜨끈뜨끈하게 내놓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뜻하면 맛없는 음식도 맛있지 않나. 나영석 PD가 첫 방송 시청률이 잘 나온 뒤에 '내 살신성인 덕분이다'고 문자를 줬는데, 살신성인 정도가 아니었다. 공항에 휠체어 타고 내릴 뻔했다. 죽을 뻔했다. 스페인 가라치코가 5000명 정도가 사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웬만한 도시에는 중국 식당 하나 정도는 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난 동네 담벼락 밖에 보지 못했다. 1회 보고 '저기가 저런 곳이었구나'라고 느꼈다니까."

유머와 여유를 지녔지만 치열하다. 윤여정은 그렇게 살아왔다. "살아보니까 인생이 별개 아니더라. 재밌게 사는 게 좋다"고 했지만 일할 때만큼은 "늘 긴장한다. 첫 촬영 때는 아직도 떨림이 있다. 감독이 원하는 표현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니까. 그런데 난 영원히 긴장하려고 한다. (나의) 최선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첫 공연이 제일 비싸다. 온 힘을 다해 연습한 첫 결과물이라서 그걸 보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걸 진짜라고 생각하는 거지. 나도 그걸 유지하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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