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정우성 "'강철비' 첫 대사 안 들린다고? 내용 중요치 않아"

[Y터뷰①] 정우성 "'강철비' 첫 대사 안 들린다고? 내용 중요치 않아"

2017.12.2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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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정우성 "'강철비' 첫 대사 안 들린다고? 내용 중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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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잘생긴 외모가 단점".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은 정우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유독 특출한 외모는 '청춘스타'라는 수식어를 줬지만 동시에 연기로 평가받을 기회를 앗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24년간 그런 시선에 굴하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정우성이다.

그리고 마침내 '강철비'(감독 양우석,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에서 그 뚝심이 통했다. 극중 북한 내 쿠데타 후 권력 1호와 함께 남한에 넘어오는 최정예요원 엄철우를 연기한 정우성은 분명 이전 작품과 달랐다.

'강철비' 속 정우성은 만개한 연기력을 뽐내며 그만의 엄철우를 만들었다. 단순히 잘생긴 북한군도 전형적인 북한군도 아니었기에, 엄철우의 옷을 입은 그는 스크린 밖에 있는 관객을 속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Y터뷰①] 정우성 "'강철비' 첫 대사 안 들린다고? 내용 중요치 않아"

Q.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영화를 봤겠다. 만족스럽나?
정우성(이하 정): 굉장히 조마조마하면서 영화를 봐서 아직 잘 모르겠다. 다음 일정이 있었는데도 스태프 가족 시사에서 차분히 보고싶더라. 한편으로는 또 본다고 해도 그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을까 싶다. 내가 그 안에 있기 때문에 배우라면 자기 영화는 죽을때까지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지 않을까?

Q. 극중 연기한 엄철우는 그동안 영화 속 전형적인 북한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캐릭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 그간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다소 액션 장르에 고착됐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 와중에 접한 엄철우는 달랐다. 얄팍한 유리성 같은 북한 체제를 이미 알고 언제든 그 밖으로 뛰쳐나갈 사람이었다. 이미 각성이 준비된 인물이었던 셈이다. 국민을 굶기는 국가에 대한 충성이 얼마나 모래성 같았을까. 엄철우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한 가족의 생계에 더 치열하게 매달려 있는 사람이었다.

Q. '강철비'는 남배우들의 투톱 영화임에도 브로맨스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정: 영화를 선택한 주요한 이유기도 하다. 남자들의 우정으로 흐를 법도 한데 가정이 있고 중년으로 접어든 두 사내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동안 영화 속 배우들의 쓰임새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감이 갔다.

Q. 브로맨스 없이도 곽도원과의 '케미'는 남달랐다.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비법을 꼽는다면?
정: 영화 '아수라'에서 맺은 인연이 없었으면 '강철비' 속 케미를 보여주지 못했을 거다. 전작 촬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작품을 만났다. 그 결과 곽도원과 호흡할 때 인간적 측면이 함께 반영된 것 같다. 마치 곽도원이 정우성을 바라보듯, 정우성이 곽도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해져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Y터뷰①] 정우성 "'강철비' 첫 대사 안 들린다고? 내용 중요치 않아"

Q. 극중 구사한 북한 사투리가 화제다. 연습은 어떻게 했나?
정: 탈북자 출신 자문가를 통해 평양 사투리를 익힌 후엔 주구장창 다큐멘터리를 봤다. 감독님도 도움을 주셨는데 현장에서 혼자 민망 할까봐 함께 사투리를 써주시더라.

불확실함에서 오는 부담이 있었다.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서 영화에 참여했는데 사투리를 쓰는 정우성의 엄철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해서 노력하는 거다.

Q. 기억에 남는 북한 사투리가 있나?
정: 기억에 남기보다도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주변에서 영화 속 첫 대사를 못 알아들어 아쉬움이 크신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웃음) 사실 알아들을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용보다는 대사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 더 중요하다. 원래 대사는 "전에 보다 반은 더 받았소. 50은 더 줘야 하오"인데, 전에 보다 왜 더 받았는지, 50은 50만 원, 50원인지까지 다 설명해야 한다. 흐름상 완벽한 이해가 필요치 않은 부분이라 느꼈다. 이질감을 즐겨달라.

[Y터뷰①] 정우성 "'강철비' 첫 대사 안 들린다고? 내용 중요치 않아"

Q.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대단히 무겁다. 그 중 분단상황을 대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들이 많았는데?
정: 분단 상황에 대해 지금은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진 면이 있다. 실제로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자각도 못 하고 있고, 북한 뉴스나 북한 사회를 희화화하기도 한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랄까. 저 역시 이 정도 생각을 갖고 참여했다가 한 방 얻어맞은 거다. 그렇기에 이 시나리오가 신선하면서도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 아닐까.

Q. '핵을 나눠 갖자'는 결말에 여러 해석이 오간다. 알고 있나?
정: 알고 있다. 그렇게 여러 해석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재밌지 않나. 언제부턴가 영화의 결말을 답이라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다. 그냥 이야기 안에서 해당 캐릭터의 선택일 뿐인데 말이다.

관객들은 그 캐릭터들의 선택에 동의 안 한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게 영화로 인해 파장되는 담론이자 문화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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