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1987' 김윤석 "'탁치니 억!' 발표, 불과 30년 전 일"

[Y터뷰] '1987' 김윤석 "'탁치니 억!' 발표, 불과 30년 전 일"

2017.12.19. 오전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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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1987' 김윤석 "'탁치니 억!' 발표, 불과 30년 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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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아귀, '전우치' 화담, '황해' 면정학,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석태 등 그간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악역은 개성이 강했다.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허구의 인물을 통해 김윤석은 작품 위에서 한바탕 뛰어놀았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제작 우정필름) 속에서도 악인을 연기했다. 다만 그간 연기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접근했다. 개인의 악행이 아닌 1987년도 부패한 시대의 상징성을 띈 인물이었다. 김윤석은 이번에도 탁월한 연기력으로 극을 쥐락펴락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1987'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실화를 다룬다. 정부가 무고한 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이를 접한 검사, 기자, 교도관, 대학생 등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 이들의 행동은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좋은 일을 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면 자칫 이야기가 구심점을 갖기 힘들다. 안타고니스트(적대자)를 가운데에 두고 이에 대항했던 프로타고니스트(주동인물)들이 큰 힘을 만들어가는 구조가 흥미로웠다. 영화적으로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Y터뷰] '1987' 김윤석 "'탁치니 억!' 발표, 불과 30년 전 일"

김윤석은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을 맡아 강렬한 변신을 꾀했다. 박처장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고, 간첩단 사건을 기획하는 등 그릇된 신념으로 '권력의 개'가 된 인물이다. 실존 인물인 박처원을 모델로 했다. 박처장 역을 맡은 것에 대해 "부담스러웠다"며 "개인의 악행이 아니라 그 시대, 권력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거기에 얽히고설켜있는 모습을 표현해야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이 '1987' 출연을 결정할 때만 해도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다. 그는 "장미대선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공개된 뒤)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솔직하게 누가 투자를 할까 싶었다. 그 다음에는 완성도가 걱정됐다. 누가 되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골리앗같이 강고한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박처장을 위해 김윤석은 외적인 변화를 줬다. 헤어스타일을 'M'자로 만들었고, 얼굴 하관의 두드러지는 느낌을 위해 마우스피스를 꼈다. 실존 인물이 거구임을 감안해 몸에 패드를 둘러 고집과 권위가 읽히는 박처장의 모습을 만들었다.

평안남도 사투리 구사에 대해서는 "언어를 배울 때는 죽도록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며 "평안도 사투리는 표준어에 가깝다. 또 박처장이 1950년대 월남해 30년을 서울에서 산 사람인 만큼 (사투리 사용을) 절제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Y터뷰] '1987' 김윤석 "'탁치니 억!' 발표, 불과 30년 전 일"

실제 정부는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뒤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습니다"라는 말도 되지 않는 입장을 내놓았다. 극 중에서는 김윤석이 이 대사를 내뱉는다. 극 중 김윤석은 "탁 치니 억하고"라는 대사 뒤 "어?"라고 취재진을 향해 반문한다.

"즉흥적으로 나왔다. 불과 30년 전인데 어쩜 그렇게 풍경이 낯설었는지 모르겠다. 황당했다. 난센스 그 자체였다. 그 시절 최대의 유행어이지 않나. 자기가 말하고 나서도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시킬 수가 없으니까, 이상하니까, 동의를 구하듯이, '그럴 수 있지 않니?' '내 밀 믿어'라는 강압적인 느낌으로 '어?'라는 대사가 튀어나왔던 것 같다."

이 외에도 김윤석은 극 중 '멸공' '받들겠습니다' 등의 대사를 들으면서 "우습고 아이러니했다"며 "그 당시 수직구조에서 파생된 희한한 말들이 많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윤석은 박종철 열사와 부산혜광고 동문이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박종철 열사는 3학년이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굉장히 공부를 잘하는 선배님 중 한명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Y터뷰] '1987' 김윤석 "'탁치니 억!' 발표, 불과 30년 전 일"

극 중 하정우 강동원 여진구와는 작품을 통해 이미 한 차례씩 호흡을 맞췄다. 김윤석은 "나랑 하정우 강동원은 감독님과 처음부터 만나서 함께 출연하기로 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이 본인 몫을 충분히 넘치게 잘해줘서 활력을 불어넣어줬다"고 만족했다. 영화 '추격자' '황해'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하정우에 대해서는 "7년 만에 만났는데 그 당시보다 여유가 있어졌다. 본인 것뿐만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생각하고 배려하는 배우가 됐다"고 엄지를 들었다.

"마치 쇼트트랙 경기처럼,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줬다. 촬영 내내 화기애애했다."

'1987'은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개봉 이후 겨울대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김윤석은 개봉 날짜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뒤 "장르가 다르다. 세편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1등은 '1987'이 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1987년은 가까운 과거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도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경험했다. 5.18민주화운동부터 6.10항쟁, 촛불집회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 알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나는 올해를 '1987'로 마감하고 또 새해를 '1987'로 열게 돼 너무 행복하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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