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학강의③] 외신이 생각하는 韓 영화 발전 방향은?

[연예학강의③] 외신이 생각하는 韓 영화 발전 방향은?

2017.11.10.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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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의 차별화된 엔터뉴스 YTN STAR 기자들이 지난달 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를 방문한 외신 기자와 해외 영화관계자 등을 직접 만났습니다. 한국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부국제를 찾은 이들.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과 한국 영화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요?

부국제를 찾은 외신 기자, 해외 감독, 대학생 등 총 20명을 대상으로 한국 영화계(혹은 부국제)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물었다. 이들이 가장 많은 꼽은 것은 영화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었다. 이는 2014년 '다이빙벨'을 상영한 이후 부산시와 갈등을 빚은 부국제가 예산 삭감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해임 및 법적 공방 그로 인한 한국영화계의 보이콧 등으로 흔들린 것에 대한 일환으로 여겨진다. 또 하나로 꼽힌 건 다양성의 확보였다. 액션 스릴러나 역사물 외에 여러 장르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 이와 함께 할리우드 스타일을 좇기보다 한국 스타일을 고수하고 이론을 정립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애플 데일리의 양슈이(Yang Szu Yi, 대만)는 "영화제를 이끄는 힘은 결국 페스티벌의 독립성"이라고 강조했다. 햅스의 쟈니 이오아니디스(Johnny Ioannidis, 미국)는 "부국제에서 축소되어야 할 것은 권위와 압력밖에 없다"면서 "축제에 정치는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예산 감축에 대해서는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국제를 찾은 많은 외국인들은 전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타격을 입은 부국제에 대한 안타까움의 목소리를 냈다. 펀스크린의 지안루안 헝(Jianluen Hung, 타이완)은 "한국 영화 산업은 점점 더 확장하고 있고 그 영향력 역시 아시아 전역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며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국내 독립 영화감독들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들이 살아남아야 'NEXT 박찬욱'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월드 라디오의 모하마드 사디크(Mohammad Sadiq, 요르단)는 '다이빙벨' 상영 이후 벌어진 사태에 대해 "예술은 표현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햅스의 제프 리브슈(Jeff Liebsch, 미국)는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 부국제 초청작인 영화 '마지막 구절'의 음악 감독 토마스 포겐(Thomas Foguenn, 벨기에)은 "정부의 간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영화가 문화교류의 기능을 한다. 영화에 각국의 문화가 반영 돼 있다"며 "부국제가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각 나라의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다양성의 필요
한국 영화가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 이면에는 반짝이는 신인 감독들이 부족하다는 뜻도 내포됐다. 부국제만 12번째 방문했다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엘리자베스 커(Elizabeth Kerr, 미국)는 "복수 스릴러와 로맨스가 영화의 다가 아니다. 보다 넓은 해외 영화인들을 팬으로 흡수하려면 장르 확장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뼈 있는 조언했다.

'씨네 필'로 부국제를 찾은 말룸(Malum, 인도네시아)은 "장르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한국영화는 거의 가족과의 관계처럼 정에 호소하는 것에 고착화된 경향이 있다"며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에 서구 문화권은 크게 큰 기대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사디크는 "최근 한국 영화는 역사적인 영화가 다수를 이룬다"면서 '택시운전사'와 '남한산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사물도 좋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지 그들의 역사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도쿄 국제 영화제의 관계자인 아조사 켄조(Azusa Kenzo, 일본)는 "한국 영화는 연출에 있어서 스토리 전개가 빠른 것이 매력이다. 일본 영화들은 빠르지 않아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뒤 "한국 배우들의 태도에 놀랐다. 예컨대 극 중 여배우들이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나오는 일이 빈번하더라"고 놀라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신진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아이치 국제 여성 영화제 관계자인 준지 키마타(Junji Kimata, 일본) 역시 "신진 감독들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월드비즈왓치의 팔랜드 창(Farland Chang, 홍콩)은 "소재에 있어 서양과 아시아를 묶을 수 있는 올바른 이야기와 배우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버라이어티의 마커스 림(Marcus Lim, 미국)은 "한국에는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보인다. 배우들이 영어를 더 잘 했으면 아마 더 많은 작품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성룡만 봐도 유창하진 않지만 영어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충고했다.

엘리자베스 커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중국은 유일한 답이 아니다"고 한국 영화의 현 상황을 꼬집었다.

무비 노트북의 요란 다한(Yaron Dahan, 이스라엘)은 "조금 더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이 외에도 한국의 영화 스타일을 고수하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마이클 휠러(Michael Wheeler, 미국)는 "할리우드 스타일을 좇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고, 슈니 필름의 슈먼 니디 샤르마(Suman Nidhi Sharma, 네팔)는 "한국영화가 가진 전통, 고유한 특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면서 "한국 영화를 받아드리고 이해할 수 있는 이론들도 더 많이 정립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프리랜서 카메라 기자 프랑수아 사이칼리 주니어(Francois Saikaly JR, 캐나다)는 "한국이 할리우드 스타일을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그 자체로 굉장히 흥미롭고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의 가이 로지(Guy Lodge, 미국)는 "현재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와 있다. 이 기회를 더욱 살렸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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