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미옥', 제대로 활용 못한 김혜수의 가치

[Y리뷰] '미옥', 제대로 활용 못한 김혜수의 가치

2017.11.0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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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미옥', 제대로 활용 못한 김혜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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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옥'(감독 이안규, 제작 영화사 소중한)은 남성의 전유물로만 느껴지는 느와르 장르에 배우 김혜수를 중심으로 딱 세워놓는다. 제목도 극 중 이름인 '미옥'이고, 포스터도 김혜수의 얼굴로 가득 차있다. 여기에 '아름답고 잔인한'이라는 부제는 '미옥'이 느와르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베일을 벗은 '미옥'은 이러한 기대에 못 미친다. 물론 기존 느와르를 떠올리고 갔던 관객들이라면 만족할 수 있겠지만, 독보적인 매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김혜수의 행보를 떠올리며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여지가 있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은퇴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현정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았던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법조계 라이징스타 최대식(이희준)은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붙잡은 나현정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면서 임상훈을 이용해 복수를 준비한다.

[Y리뷰] '미옥', 제대로 활용 못한 김혜수의 가치

'달콤한 인생'(2005) '아저씨'(2010) '신세계'(2013) 등 느와르 장르는 지금껏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조직 내의 갈등과 배신 그리고 우정 등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그리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여성은 이 장르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있었다. '미옥'이 기대를 모은 건 바로 이 지점이다. 느와르의 중심을 이끌어갈 이가 여성이고 그가 바로 김혜수라니. 영화 속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낼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미옥' 속 김혜수는 어찌된 지 수동적으로 느껴진다. 나현정이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나현정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를 않는다. 오히려 나현정을 사랑하며 폭주하는 임상훈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임상훈의 야망과 사랑이 도드라지면서 나현정의 매력은 오히려 반감이 된다.

'미옥'은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말해주듯이 거침이 없다. 극은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면서 몰입도를 높이지만 어떠한 캐릭터에도 감정을 이입 할 수 있는 서사를 쉽게 내어주지도 않는다. 후반부에 들어서 나현정이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모습에서야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Y리뷰] '미옥', 제대로 활용 못한 김혜수의 가치

김혜수는 '미옥'을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은발 반삭의 헤어 스타일링과 독창적인 의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혜수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본격 액션에 도전하기도 했다. 남자들 사이에서 10kg에 달하는 장총을 들고 강도 높은 총격 신(Scene)을 소화하거나 거친 액션 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과감하고 거칠다. '미옥'은 이처럼 김혜수의 눈부신 변신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반면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모든 파멸의 근원이 되는 이선균은 그간 스크린 속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맹수 같은 면모로 '배우 이선균'을 다시 보게 만든다.

개봉은 오는 9일.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0분.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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