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연기와 흥행에 대한 배우 최민식의 진심(眞心)

[Y터뷰] 연기와 흥행에 대한 배우 최민식의 진심(眞心)

2017.11.0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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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연기와 흥행에 대한 배우 최민식의 진심(眞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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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영화 '침묵'(연출 정지우, 제작 용필름)에 대해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고 말한다. 정 감독은 하나의 사건에 숨겨진 사실과 진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풀어낸다. 최민식은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임태산 역을 맡아 또 한 번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다양한 얼굴로 진심이 쉽게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의 감정을 궁금케 한다.

'침묵'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2014)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약혼녀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 임미라(이수경)가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법정 스릴러의 탈을 썼지만 부, 명예, 권력, 사랑까지.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한 남자가 하룻밤에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장르적인 색채가 강하고 자극적인 작품을 대하다보니까 지치더라. 인간의 내면을 집중하고, 관객들에게 마치 단편소설 한 편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과거 내가 했던 영화 '파이란'처럼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작품을 계속 원했던 거 같다. 요즘에는 그런 장르의 영화들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Y터뷰] 연기와 흥행에 대한 배우 최민식의 진심(眞心)

'침묵'은 최민식을 중심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뭉친다. 극 중 임태산의 연인으로 나오는 이하늬(유나 역)와 영화 '특별시민'에 이어 또 다시 부녀 호흡을 맞춘 이수경(임미라 역), 임태산이 고용한 변호사로 출연하는 박신혜(최희정 역), 유나의 열혈 팬으로 임태산과 엮이게 되는 류준열(김동명 역), 임태산을 쫓는 검사 역의 박해준(동성식 역), 임태산의 손과 발이 되어준 조한철(정승길 역) 등 최민식은 모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이들에 대해 "내가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 문을 활짝 열어줬다. 그게 정말 고마웠다"면서 "이들과 연기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중요했는데, 진짜 극 중 인물이 되어 나를 맞아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선배지만 덕을 많이 봤다.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상대 배우들 간의 앙상블은 기본이자 절대적이다. 그게 깨지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우리 팀은 진짜 복 받았다. 속 썩이는 친구도 없었고 모두가 굉장히 프로다웠다. 마음을 열어준 후배들에게 고맙고, 열심히 하고 진지한 모습에 감명도 받고 자극이 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정 감독과 최민식이 18년 만에 조우했다. 두 사람은 1999년 개봉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강렬한 치정극인 '해피엔드'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었다. 최민식은 정 감독에 대해 "마치 집나간 동생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그는 "감동적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 짠한 게 있었다.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감사한 일"이라면서 "세월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았다. 몇 달 전에 만나서 작품을 끝낸 것 같은 친숙함이 있었다. 그래서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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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는 최민식의 멜로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민식은 극 중 이하늬와 연인 사이로 사랑에 벅차고 애틋해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작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신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에 최민식은 "나는 (장르) 편식을 하지 않는 배우다. 실제로 만나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강하지도 않다"면서 그는 "이게 다 '악마를 보았다' 때문이다. 나를 그렇게 몰아가면 안 된다. 잊어 달라. 더 잔인한 놈이 나와야 할 텐데"라고 예상외의 답변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2014년 최민식이 출연한 영화 '명량'은 1,76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최고 흥행작 자리를 몇 년 째 유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후 최민식이 선보인 영화 '대호'와 '특별시민'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최민식에게도 부담과 걱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는 "굳이 표현하자면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왜 부담이 없겠는가. 나라고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사이트에 안 들락날락하겠냐"라고 웃었다. 그렇지만 "작업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 후는 하늘에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확실한 애프터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잘 안 됐다고 다 내려놓는 게 아니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모든 관객들이 내가 선보인 작품을 다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건 허황된 꿈이고 도둑놈 심보다. 반성할 건 반성하고 흥행이 저조하면 왜 그런지 요인을 분석하려고 하는 편이다."

[Y터뷰] 연기와 흥행에 대한 배우 최민식의 진심(眞心)

1989년 데뷔해 어느덧 29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그지만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기神'이라고 불리는 최민식에게도 연기는 여전히 어렵고 도전과제다. "연기라는 게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아니다. 영화제에서 상을 탄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새 작품을 만날 때, 또 다른 세상과 인물을 접하며 느끼는 긴장감은 매번 있다.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마치 여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이 여행, 연기다. 단 한 가지,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할 거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좀 더 이기적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서 짐을 싸고 여행을 하려고 한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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