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불타올랐던 연기 열정.. 故 김주혁을 애도하며

[Y피플] 불타올랐던 연기 열정.. 故 김주혁을 애도하며

2017.11.02.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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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불타올랐던 연기 열정.. 故 김주혁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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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생 아들 꼬리표 떼기까지
배우로서 김주혁이 보여준 도전의 가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로서의 자세
유작으로 영화 '흥부' '독전' 남겨


"사실 저는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라는 생각으로 보내고 있어요."

지난 4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홍보 차 만난 배우 김주혁은 연기 열정에 대한 의지를 이 같이 피력했다. "내 스스로 정리가 되니까 재미가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며 "이 감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 계속 연기를 생각하고, 작품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던 김주혁은 연기가 가장 즐거운 천생 연기자였다. "다음에는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던 그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故)고 김주혁이 45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후 6시 30분께 사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시신을 부검했고, '즉사 가능 수준의 두부 손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은 오늘(2일) 오전 11시다. 장지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 가족 납골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연예계 동료들은 물론 그를 사랑했던 대중들 역시 가슴 아파하고 있다. 1998년 SBS 8기 공채로 데뷔해 올해 데뷔 20년차를 맞이한 김주혁이었지만 보여줄 것이 더 많았던 배우라 기대를 샀다. 이에 그가 걸어온 길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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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은 2005년 별세한 원로배우 김무생의 아들이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3년 연극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1997년 영화 '도시비화'에 출연한 그는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카이스트'(1999)에서 명환 역을 맡아 인상을 남겼다. 이후 '사랑은 아무나 하나'(2000), '라이벌'(2002) '흐르는 강물처럼'(2002)에 잇따라 출연했다.

김주혁이라는 배우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충무로였다. 2003년 영화 '싱글즈'와 2004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등을 통해 '한국의 휴 그랜트'라 불리기 시작했다. 찌질하지만 부드러운, 은은한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으로 그 해 SBS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상과 제4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곧바로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청연' '사랑따윈 필요없어' '아내가 결혼했다' 등에 출연하며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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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주혁은 하나의 장르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0년 영화 '방자전'에서는 탄탄한 몸매로 섹시미를 어필했다. 2012년에는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드라마 '무신'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했다. 노비 출신에서 고려 무신정권 최고권력자가 되는 김준 역을 통해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곧바로 김주혁은 드라마 '구암 허준'(2013)에서 허준 역을 맡아 135부작을 이끌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즌3'의 멤버로 합류해 '구탱이형'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맏형이지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동생들을 배려했다. 의외의 '허당기' 가득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차를 하고 나서도 김종민 차태현 데프콘 정준영 등 '1박 2일' 멤버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았고, 최근 인터뷰에서도 '1박 2일'을 언급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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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하차 이후 김주혁의 스크린 속 활약은 두드러졌다. '좋아해줘'(2015)에서 서글서글한 '츤데레' 역으로 호평을 얻었다. 영화 '비밀은 없다'(2015)에서는 두 얼굴의 정치인 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섰고,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에서도 활약했다. 연인인 이유영을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올해 김주혁은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쳤다. 배우로서 다채로운 색깔을 뿜어냈다. 영화 '공조'(2017)에서 악역 차기성을 연기했다. 7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생애 첫 완전한 악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연기자로서의 재발견도 이뤄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도 강렬한 악역으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자랑했다.

'공조'로는 지난달 27일 열린 '더 서울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올해로 연기 생활한 지 20년 됐는데, 영화로 상을 처음 받는다. 로맨틱코미디 물을 많이 해서 갈증이 있었는데, 나에게 기회를 준 김성훈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면서 "이 상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작인 드라마 '아르곤'을 통해서는 오직 '팩트'만을 전하는 소신 있는 앵커 김백진을 통해 만개한 연기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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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 이 일(연기)만 좋아한다"는 김주혁의 배우로서의 전성기는 어쩌면 당연해보였다. "데뷔 20년차인데도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다. 촬영할 때는 힘들어도 작품마다 새로운 전환이 된다"고 고백한 김주혁은 최근 영화 '흥부'와 '독전'의 촬영을 마쳤을 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영화 '창궐'에서는 극 중 현빈 형으로 특별출연했다. 총 3~4회 분량 중 1회 촬영만 마친 상태인 만큼, 그의 역할은 다른 배우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흥부'와 '독전'은 그의 유작이 됐다.

'흥부'에서 김주혁은 어지러운 세상에 맞서 백성을 돌보는 정의로운 양반 조혁을 연기했다. 빈티 나는 모습을 위해 "하루 한 끼만 먹고 매일 헬스"하면서 캐릭터를 만든 그의 모습은 내년에 스크린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독전'에서는 중국 마약시장의 거물 하림 역으로 색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불타올랐던 김주혁의 연기 열정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그렇지만 진지한 자세로 연기를 대하는 그의 태도, 인간미 넘쳤던 그의 인성은 김주혁 혹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게 됐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나무엑터스, 영화 스틸컷,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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