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수첩] "그건 연기 아닌 성폭력".. 여배우A-조덕제 둘러싼 쟁점 셋

[Y수첩] "그건 연기 아닌 성폭력".. 여배우A-조덕제 둘러싼 쟁점 셋

2017.10.24. 오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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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수첩] "그건 연기 아닌 성폭력".. 여배우A-조덕제 둘러싼 쟁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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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성추행 피해' 여배우A가 입장을 밝혔다. 무려 A4용지 네 쪽에 이르는 입장문을 통해 명확하지만 강경하게 본인이 피해자이고,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으로 꾸며진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배우A는 "연기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촬영과정에서 피고인(조덕제)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되자 패닉상태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영화촬영현장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연기경력 20년 이상인 피고인은 상대배우인 제 동의나 합의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속옷을 찢었으며, 상 하체에 대한 추행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여배우 A는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역인 조덕제가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며 그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신고했다. 검찰은 조덕제를 기소, 지난해 1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5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조덕재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주문했다.

조덕제는 곧바로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 측 역시 조덕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해 상고장을 제출, 양측의 쌍방 상고로 이번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배우A와 조덕제를 둘러싼 쟁점을 살펴봤다.

[Y수첩] "그건 연기 아닌 성폭력".. 여배우A-조덕제 둘러싼 쟁점 셋

◆ 촬영 도중 성추행, 어떻게 가능했나?

많은 이들이 의문으로 제기하는 지점이 과연 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어떻게 남배우가 여배우의 바지에 손을 넣고 추행을 할 수 있냐는 지점이다. 조덕제는 한 매체에 "1~2m 거리에서 촬영감독과 보조 등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대본에 있지도 않은, 바지에 손을 넣어 상대의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호소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촬영장은 보통 생각하는 많은 스태프들이 있는 영화촬영현장이 아니었다. 길고 좁은 복도에서, 스태프가 몇 명 있지 않은 상황에서 촬영이 됐다. 촬영 공간이 좁았고, 벽면에 거울이 있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스태프들은 나와라'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고의로 추행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계획적인 고의는 아니지만 연기를 하는 과정서 순간적인 고의로 인해 추행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영화 연출한 감독은 왜 뒤로 빠졌나?

조덕제는 여배우 A의 옷을 찢은 것은 감독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으로부터 A와 합의됐으나 옷 찢는 연기를 하라는 디렉션을 받았다"라고 주장하며 "감독은 어둠에 서있지 말고 당당히 밝혀 달라"고 이야기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 민우회 상임대표는 소송 과정에서 감독이 빠진 이유에 대해 "사건에만 집중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게만"이라고 강조하면서 "감독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건에 집중했기 때문에 배제하는 것으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라도 감독이나 여타 다른 환경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논의를 해서 결정할 부분이다. 그 정도로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설명했다.

◆ 여배우A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조덕제가 본인이 피고인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여배우A 역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여배우A는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민문정 한국여성 민우회 상임대표는 "피해자에게 신상을 공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배우A는 기자회견에 나설 것도 고려했지만 결국 현장 관계자가 편지를 대신 읽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가 새벽 4시까지 진실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계속 써내려갔다"며 "이 자리에 와서 직접 발언을 하고 싶은 의지가 컸는데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는 과정을 보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피해자의 신상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건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대독하게 됐다"고 했다.

여배우A는 "피해자인 저를 둘러싼 자극적인 의혹들은 모두 허위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임을 밝힌다"고 본인을 둘러싼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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