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BIFF] 하룻밤을 위한 목숨을 건 추파…'밤치기' 정가영 감독 (인터뷰)

[22nd BIFF] 하룻밤을 위한 목숨을 건 추파…'밤치기' 정가영 감독 (인터뷰)

2017.10.21.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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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BIFF] 하룻밤을 위한 목숨을 건 추파…'밤치기' 정가영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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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내내 가영(정가영)은 목숨 걸고 진혁(박종환)을 꼬시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인 가영은 시나리오 자료조사를 핑계로 진혁에게 키스, 첫 경험 등 수위 높은 질문을 쏟아내고 급기야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라는 말로 검은(?) 속내를 드러낸다. 놀라운 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노골적인 질문이 부담스럽기 보다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는 점. 영화 '밤치기'의 매력이다.

이렇게 여자가 남자를 향해 끊임없이 구애한다는 신선한 스토리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두드린 감독이 있다.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됐다. 이 뿐만 아니다. 그의 단편작인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역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경쟁'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정도면 부국제의 히로인이라는 말도 아깝지 않다.

[22nd BIFF] 하룻밤을 위한 목숨을 건 추파…'밤치기' 정가영 감독 (인터뷰)

첫 장편작 '비치 온더 비치'부터 '밤치기'에 이르기 감독의 작품은 남녀간 흐르는 성적 긴장감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 받는다. 그 속에서 극도로 현실적인 대사와 능청스러운 연기는 극의 재미를 더한다. 예능프로그램 '짝'의 애청자라고 밝힌 감독은 사람 사이 미묘한 감정을 따라가 보여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짝'을 회차 당 100번씩 돌려 봤어요. '여자 4번은 남자 3번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번을 좋아하네'와 같은 스토리, 너무 재밌지 않나요? 저 역시 삶에서 빠질 순 없는 사랑과 성에 초점을 맞춰 영화로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관객들이 대사를 듣고 '어머 쟤 뭐래?'라는 반응을 주길 바라요."

그래서일까. 정가영 감독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영화는 대부분 연애와 사랑, 그리고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쎈 소재를 다루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담백하다. 85분의 러닝타임동안 나오는 인물은 고작 3명이다. 이들은 해당 주제를 두고 끊임없이 대화할 뿐이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연출은 영화 '그 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홍상수 감독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전작 '비치 온 더 비치'부터 '여자 홍상수'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커요. 홍상수를 비롯해 우디 앨런처럼 대화의 힘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고 늘 저들처럼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어요. 오직 인물 둘의 말로 재미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22nd BIFF] 하룻밤을 위한 목숨을 건 추파…'밤치기' 정가영 감독 (인터뷰)

감독이 각본 출연까지 1인 3역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전문 연기자가 아닌 감독의 모습이 실제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가영 감독은 직접 연출한 장편 두 편에 잇달아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단편에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고요. 관객 반응도 나쁘지 않고요. 그렇다고 모든 작품에 출연하지는 않아요. 분노나 눈물 연기는 다른 배우에게 맡기죠. 대신 남성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연기는 제가 해요. 누구 줄 수 없죠.(웃음)"

지금은 집에서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그는 원래 PD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그마저도 1년만에 나와 그 후론 쭉 혼자서 영화를 찍고 있다. 작품처럼 정 감독 역시 사회적 압력에 굴하기보다는 보란듯 결단 내리는 성격이다.

"제가 남들과 다른 부분이라면 무언가에 오래 힘들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연애, 진로, 가족 등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있잖아요. 저는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 힘들더라고요. 그보다는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스타일이죠. 포기하던가, 해결하던가 이 둘 중 하나로요."

[22nd BIFF] 하룻밤을 위한 목숨을 건 추파…'밤치기' 정가영 감독 (인터뷰)

성에 대한 담론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 한국사회에서 이를 전면에 둔 영화를 만드는 용기. 아마 이런 성격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 감독은 특정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회적 메시지 같은 걸 사실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 제가 볼 때도 아직 우리 사회에선 여자의 몸이 지나치게 금기시 되요. 이런 문제들이 공식적으로 힘을 갖게 되면 모두들 숨죽이고요. 그나마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어느정도 깨졌고 '이 문제가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제 작품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해요."

인터뷰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시간을 확인하는 그에 손에 들린 하얀색 2G 폰이 눈에 띄었다. '아직도 이런 휴대폰이 있나'며 놀라는 기자를 향해 "복잡한 건 싫어서요" 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대답이 돌아온다.

"관객에게 복잡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아요. 그보다는 단순하게 보는 사람이 재미있는 작품을 찍는게 제 신조죠. 사실 그게 전부에요. 그들한테 또 다른 재밌는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그런 마음으로 다음 작업도 하고요. 그렇게 해서 만든 결과물들이 유튜브 계정인 '가영정'에 아주 많아요."

부산=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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