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韓영화의 역사' 신성일, 아직도 현재진행형

[Y피플] '韓영화의 역사' 신성일, 아직도 현재진행형

2017.10.16.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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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韓영화의 역사' 신성일, 아직도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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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이요? 벌써 설계가 돼있습니다. 내년까지 '행복'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경북 영천에 쉼표를 만들고 싶어요. 2019년에는 소설 '바람이 그린 그림'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할 겁니다."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배우 신성일의 목소리에는 힘이 깃들여 있었다. 신성일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에서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1960년 '로맨스 빠빠'로 데뷔해 2013년 출연한 '야관문'에 이르기까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50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한국영화의 산증인이자 그 자체로 역사로 불린다. 이번 회고전에는 출세작 '맨발의 청춘'(1964)을 비롯해 '초우'(1966) '안개'(1967) '장군의 수염'(1968) '내시'(1968) '휴일'(1968) '별들의 고향'(1974) '길소뜸'(1985)까지 총 8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회고전을 여는 적당한 시기가 배우마다 다르다. 나는 57년 동안 연기를 했으니까 지금 이 나이에 회고전을 하는 건 딱 맞는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성일은 자신의 출연작 중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를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했다. 기차 안에서 만난 모범 여죄수와 한 청년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2011년 탕웨이, 현빈 주연의 작품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의 원본 필름은 소실돼 원본은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제가 출연했지만 신성일이라는 사람이 꽤나 매력 있게 나와요.(웃음) 상대역인 문정숙 씨도 무르익은 여인으로 나오죠. 당시 문정숙 씨는 이만희 감독과 연애를 할 때였거든요."

지금이야 '하늘에 뜬 별'로 많은 이들의 각광을 받는 연예인이지만 신성일이 활발하게 활동할 때만 해도 '딴따라'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성일은 "나는 딴따라가 아니다. 그 말을 제일 싫어한다. 1967년도에 한 스탠드바에 들어갔는데 어떤 이가 나를 보고 '딴따라 들어오네'라고 말하더라. 그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나는 종합예술을 하는 영화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었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신성일은 직설적이다. 그의 화법은 대중들의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편이다. 실제로 신성일은 "나는 원래 솔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만희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 '휴일'에 얽힌 사연을 말할 때는 홍상수 감독이 소환되기도 했다. 그는 "'휴일'은 제작자가 전옥숙이고, 영화사 대표가 홍의선이다. 두 분의 아들이 홍상수 감독이다"면서 "홍상수는 재산이 많다. 상속자이기 때문"이라고 갑작스럽게 말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지난 6월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그지만 1시간 동안 일어서서 거뜬하게, 현장을 좌지우지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했다. 그는 "7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가 이제는 치료를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면서 "기적적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내가 원래 체력관리를 잘해왔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회고(回顧).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뜻을 의미한다. 50년이 넘는 긴 시간을 돌아본 신성일의 시선은 이제 다시 주행에 나선다. 아직도 그는 현재진행형 배우였다. "향후 삶에 대한 설계가 다 돼있다"는 신성일의 얼굴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행복'이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에요. 요즘은 드라마도 막장이고, 영화도 분노가 치밀어서 잔인하게 복수하는 내용이 많잖아요.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살벌하죠. 그건 영화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생각이 들어요.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후년에는 김홍신 소설의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만들 예정이에요. 아주 애정이 넘치는 작품이 될 거예요. 또 (제가 살고 있는) 영천에 카페와 스타디움을 만들고 소규모 음악회를 여느 등 사람들의 쉼터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 다음은 여한이 없겠죠."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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