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BIFF]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이 만든 순수와 광기의 세계

[22nd BIFF]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이 만든 순수와 광기의 세계

2017.10.12.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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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BIFF]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이 만든 순수와 광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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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유리정원'이 베일을 벗었다. 신수원 감독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와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은 배우 문근영의 열연이 돋보인다.

12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제작 준필름)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강수연 집행위원장,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이 참석했다.

'유리정원'은 한 과학도가 타인의 욕망에 의해 꿈이 짓밟히고 숲으로 돌아가 무명 소설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렸다. 개막작으로 한국 작품이 선정되기는 2011년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2016년 장률 감독의 '춘몽'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와 독창적 스토리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올 가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날 신 감독은 "나를 향해 터지는 프레시 불빛이 마치 불꽃 축제를 연상케 한다. 2년 전에 '마돈나'로 참석 이후 '유리정원'으로 다시 부산을 찾게 돼 감회가 새롭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감독은 영화가 다룬 '나무 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해 "굉장히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소재다. 이와 관련한 소설을 오랫동안 썼고, 당시 느꼈던 여러 가지 고민을 영화로 풀어보고 싶었다. 소설가가 주인공인 영화, 그리고 그 소설가가 상처를 입은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삶을 송두리째 표절했다는 스토리를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작 '마돈나'에 이어 또 다시 여성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여자가 주인공이다 보니 그 감정을 좀 더 많이 이해를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다보니 이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주인공 재연 역할은 내면적으로는 강한 의지를 가졌지만 겉으로는 연약하고 내성적이다. 극 중 상처 입는 모습에 여성이 피해자로서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에 그 상처에도 자신의 신념은 포기하지 않고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문근영은 극 중 다리를 저는 생명공학도 재연 역을 맡아 멜로부터 광기어린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선의 연기를 소화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야기도 좋았지만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면서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 아픔으로 인한 상처, 훼손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차별화된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해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또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촬영 내내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예를 들어 극 중 재연이 다리를 저는 역할로 나온다. 이를 위해 일부러 실제 생활에서도 다리를 안 쓰려 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신 감독은 '유리정원'이 담긴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는 표절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한다. 내가 만든 영화 역시 창작의 행위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신문 기사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러면서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도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내가 만든 가치를 누군가에게 강탈 당하고 그런 나 역시 무의식 중 누군가의 것을 빼앗은 행위가 우리 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윤리적 문제에 대해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도 심도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산=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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