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현장] ‘남한산성’, 이토록 묵직한… 과거에서 현재를 보다

[Y현장] ‘남한산성’, 이토록 묵직한… 과거에서 현재를 보다

2017.09.25. 오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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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남한산성’, 이토록 묵직한… 과거에서 현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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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중량의 정통사극 한 편이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묵직하고 진중한 매력의 사극이다. 이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은 팽팽한 연기력으로 극을 쥐락펴락한다.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제작 싸이런 픽쳐스)이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조선의 운명을 걸고 가장 치열하게 펼쳤던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2007년 출간 이래 70만부 판매된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김 작가는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으나 이를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 달랐던 두 신하를 내세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려 하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이다. 극 중 이병헌은 최명길을, 김윤석은 김상헌 역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쳤다.

이병헌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이 최고조로 맞붙는 신을 언급하며 “대사 NG는 거의 없었다. 보통 리허설을 하고 테이크를 몇 번 가면 상대방의 연기나 호흡이 숙지가 되는데 김윤석은 아니었다. 불같은 배우였다. 상황에 던져놓고 연기를 했다. 매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하고 강조하는 부분이 바뀌었다.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김윤석은 “사실 그 장면이 대본이 바뀌었는데 내가 몰랐었다. 그 전 시나리오 대사를 외웠다. 일부러 변화구와 체인지업을 던지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급조하다 보니까 밸런스가 바뀔 때가 있었다. 이병헌이 잘 받아줘서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남한산성’은 이병헌과 김윤석 외에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샀다. 박해일은 “옆에 계신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려고 하니까 긴장도 됐지만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김윤석과 고수는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묵직함을 더하는 건 영화 ‘마지막 황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음악을 맡은 세계적인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의 힘이 크다. 그는 최초로 한국영화에 참여해 기존 사극 영화에서 접할 수 없었던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을 완성해냈다.

황동혁 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 인터뷰를 봤는데 굉장히 열려 있더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작업을 원하는 분이라서 에이전트를 통해 연락했다. 시놉시를 받고 흔쾌히 작업에 오케이를 했다”면서 “사실 작업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 분은 뉴욕에 있어서 메일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한국에도 좋은 음악 감독님이 계시지만 ‘남한산성’은 조금 다른 해석으로 접근해주길 원했다.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두 신하의 날카로운 논쟁과 갈등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 ‘무엇이 지금 백성을 위한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과 화두를 던진다. 분명 380여 년이 흐른 현시대에도 공감할 수 있는 울림과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명분과 실리, 신념과 원칙 사이에서 백성과 나라의 앞날과 생존을 갈구했던 모습은 마치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안긴다.

황 감독은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할 때 우리나라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외교 정세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면서 “소설을 읽었을 때 당시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380년 전에 있었던 일을 되새겨서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조우진 역시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탁하다고 생각했다. 거울이 탁한건지 그걸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탁한 건지는 모르겠다”면서 “‘남한산성’을 통해 그걸 고민하고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한다”고 영화의 의미를 더했다.

이병헌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두 신하의 소신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궁금하다”면서 “관객들이 어느 쪽으로 마음이 치우치는지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은 ‘남한산성’은 오는 10월 3일 개봉.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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