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관찰·성찰·통찰...'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이효리의 진가

[Y피플] 관찰·성찰·통찰...'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이효리의 진가

2017.09.25.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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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관찰·성찰·통찰...'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이효리의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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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 이효리였기에 가능했다.

JTBC '효리네 민박'이 지난 24일 기록적인 시청률과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힘은 역시 이효리였다.

데뷔 20년이 넘은, 게다가 4년만의 컴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효리 효과'는 유효했다. 이효리는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민낯으로 시작하는 자신의 일상을 비롯해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한 고민과 인생관까지 아낌없이. '효리네 민박'에서는 그런 이효리의 관찰력, 성찰력, 통찰력이 빛났다.

이효리는 다른 이들을 삶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 이상순과 반려견 반려묘들의 존재를 당연시 하지 않았다. 제주도 보금자리의 아름다움을 감사히 여겼다. 관심의 중심에 있으려하지 않았고, 늘 주변을 관찰하고 보살폈다.

연출자 정효민 PD는 이효리에 대해 "기본적으로 삶에 관심이 많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연예인은 그 관심이 스스로에게 머물기 쉬운데 이효리 씨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덕분에 자기중심적인 얘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가 다뤄질 수 있었던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효리는 또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해에서 온 20대 여자 손님들을 만난 그녀는 "이상한 감정이 들더라. 25살 때 나는 좀 외로웠던 것 같거든. 저렇게 모든 걸 나누는 또래친구가 별로 없었다. 25살의 이효리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라는 고백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렸다. "사실 하려면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다. 왜 그렇게 나는 마음을 닫고 살았을까"는 자기 성찰은 지금의 이효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엿보게 했다.

아이유와 케미도 '효리네 민박'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이 또한 이효리의 남다른 성찰력으로 시너지가 생겼다. 여동생을 대하는 듯한 다정함만이 아니었다. 이효리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유와 만나 정상에서 내려오는 법을 배웠다. 또 아이유에게 또래친구와 어울리는 법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며 가요계 선배를 넘어 인생 선배로서 면모를 보여줬다.

한 예능 PD는 "이렇게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는 연예인이 또 있을까.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왔을 때, 그것을 받아 들이고 그 의미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라며 "이효리니까 가능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Y피플] 관찰·성찰·통찰...'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이효리의 진가

'효리네 민박'은 이처럼 이효리가 보고 느낀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교감하는 기회가 됐다. 요가로 몸과 마음을 수련해 온 그녀는 허리가 좋지 않은 중년의 남자 손님을 위해 특별한 스트레칭 시간을 마련했다. 육아와 일에 쫓기다 모처럼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게 된 부부에게는 커플 요가로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했다.

관찰과 성찰로 닦은 통찰력으로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었다. 이효리는 귀가 들리지 않는 25살 여자 손님에게는 '때로는 귀로 듣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맞을 때가 있다'는 말로 용기를 불어 넣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동생들을 보살펴 온 삼남매 장녀의 꿋꿋함 뒤 가려진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다.

'효리네 민박' 방송 말미 공개된 인터뷰에서 손님들은 하나 같이 "그냥 친근한 동네 언니 같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어떤 손님은 "내 일상으로 들어와라, 난 준비가 돼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다른 손님은 "주변에서 사인을 받아달라고 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더라. 너무 가족처럼 대해줬다"며 웃었다.

비록 시한부 민박집이었지만, 문을 연 동안은 진짜였다. 많은 이들이 '효리네 민박'에서 진심을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은, 그 속에서 보여진 이효리의 모습이 진짜였기 때문일 것이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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