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아이캔스피크’ 이제훈 "메시지 전할 때 스코어 중요치 않아”

[Y터뷰] ’아이캔스피크’ 이제훈 "메시지 전할 때 스코어 중요치 않아”

2017.09.19.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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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아이캔스피크’ 이제훈 "메시지 전할 때 스코어 중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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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적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대다수는 일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일처럼 많이 생각 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당사자가 내 주변 사람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나도 사는 게 힘들지만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걷는 것, 그게 사람 사는 이유라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기도 하니까”

요즘 스크린에서 자주 보이는 배우 이제훈의 모습이 왠지 반갑다. 올 추석 극장가 그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제작 영화사시선)로 관객과 만난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모티브로 한 전작 ‘박열’ 이후 3개월 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는 부담이 컸는데 (영화를 보고) 한 시름 놨다. 연기를 펼친 배우로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느꼈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Y터뷰] ’아이캔스피크’ 이제훈 "메시지 전할 때 스코어 중요치 않아”

극 중 이제훈은 원리원칙에 충실에 공무원이자, 옥분의 영어 선생님 민재를 연기했다. 영화는 주변인 민재의 시선으로 위안부 피해의 후일담을 그려내며 관객을 역사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그렇기에 영화와 관객을 잇는 막중한 임무가 그의 몫이 됐다.

그 무게감은 준비과정에서의 남다른 노력으로 이어졌다. 원어민 못지않은 영어 연기는 물론, 극의 서사에 따라 변하는 그의 외양을 좇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안경, 끌러진 단추 개수, 심지어 가르마의 비율까지 모두 이제훈의 아이디어다.

“영화 속 영어에 능통한 선생님 역할이라 발음과 제스처 등을 제대로 소화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또 극 초반 턱밑까지 잠긴 단추가 중반부에 이르면 두 세개 풀려 있다. 옥분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직접 제안했다.”

[Y터뷰] ’아이캔스피크’ 이제훈 "메시지 전할 때 스코어 중요치 않아”

디테일한 생활 연기부터 극적인 인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그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3개월 만의 신작은 체력적으로도 큰 부담이었을 터. 그럼에도 망설임없이 출연을 결정한 까닭은 시나리오를 읽은 후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확신이 들어서다.

“’박열’을 찍고 바로 ‘아이캔스피크’ 촬영에 임했다. 쉬고 싶기도 했지만 대본을 보니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 막상 시작했는데 체력적 부담보다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있었다.”

배우로서 민감한 소재와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묻자 이제훈은 오히려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소신을 밝혔다.

“작품을 선택할 때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하는지, 그 소명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꺼내졌을 때 작품 혹은 캐릭터가 의미있는 가치를 지녔는지 먼저 고려하는 편이다. 뽐내고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Y터뷰] ’아이캔스피크’ 이제훈 "메시지 전할 때 스코어 중요치 않아”

상업영화임에도 스코어는 크게 의미 있지 않다'는 그의 말이 진솔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제훈은 “많은 분이 보고 이 영화를 통해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스코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영화를 봤을 때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음은 보장한다"고 자신감도 함께 드러냈다.

연기 외적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준 이번 영화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제훈은 “작품을 찍으면서 '그 아픔의 역사를 알고만 있었지,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아이 캔 스피크'가 관객에게도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화를 다룬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이런 영화가 필요했다'고 느낀다면 행복할 것 같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역사적 아픔이 있고, 그에 대한 사과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신다. '아이 캔 스피크'가 그분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금 일깨우고 위로와 응원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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