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여배우는~' 문소리 "평범함, 화려한 세계 속 나만의 생존법"

[Y터뷰] '여배우는~' 문소리 "평범함, 화려한 세계 속 나만의 생존법"

2017.09.18.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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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여배우는~' 문소리 "평범함, 화려한 세계 속 나만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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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제에서 시상자가 여우주연상을 '영화의 꽃'이 받는 상으로 소개했다. 꽃이 욕은 아니지만 여배우가 늘 꽃 같지만은 않다. 그래서 수상소감으로 '꽃뿐 아니라 든든한 뿌리와 거름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철없을 때의 말이기도 하지만 생각은 그대로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15년 전 문소리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감독 문소리는 작품을 통해 배우 문소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개인에 국한된, 문소리만의 자전적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언론시사회에서 이례적으로 큰 웃음이 연이어 터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소리는 "업계를 아는 분들이 모여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겸손함을 표하면서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느끼는 고충에 많이들 공감하더라"며 소감을 밝혔다.

[Y터뷰] '여배우는~' 문소리 "평범함, 화려한 세계 속 나만의 생존법"

'여배우는 오늘도'는 국내외 영화제에 호평받았던 문소리의 단편 연출 3부작을 모아 장편으로 엮은 작품이다. 영화는 여배우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며 느끼는 모순을 통찰력 있게 그렸다. 그런 측면에서 타이틀 '여배우는 오늘도' 속 빠진 동사 부분은 묘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배우는 오늘도) '연기해요', '아름다워요'처럼 한 두가지 수식어로 요약되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지 않나. 너무 많은 동사가 뒤따르고, 때론 양립할 수 없는 요소가 공존한다. 그런 모순을 담고자 과감히 생략했다."

배우가 아닌 '여배우'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에도 그만의 철학이 짙게 묻어있다. '여기자' '여류 작가' 같이 특정 직업을 묘사하는 데 성별을 붙이는 사회에 대한 단상은 문소리가 영화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기도 하다.

"물론 나 역시 소개를 할 때 '연기하는 문소리', '배우 문소리'라고 하지 여배우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분명 여배우라 불려지는 삶이란게 존재한다. 영화를 보면 그 말에 어떤 태도가 내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여'라는 수식어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Y터뷰] '여배우는~' 문소리 "평범함, 화려한 세계 속 나만의 생존법"

이번 영화에서 연출은 물론 각본, 그리고 주연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감독 문소리가 보는 배우 문소리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영화 속 그려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직업이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에는 평범함을 지향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평범하게 생겼고, 26살까지 평범하게 살아왔다. 또 그게 내 연기에 충분히 담겼다. 이 모습이 한국 영화계에 받아들여졌으니 지금까지 배우로 살아오지 않았겠나. 평범함도 배우에게 하나의 개성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화려한 영화계에서 평범함을 무기로 꼽는 당당함과 솔직함. '연기하는' 문소리가 가진 독보적인 강점이다. 그만큼 업계에서는 드문 이 강점을 소신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그는 데뷔작 '박하사탕'에서 만난 이창동 감독의 가르침을 꼽았다.

"감독님께서는 늘 '평범함이 너한테 큰 재산이다. 다른 점이고 좋은 것이다. 네가 생각하는 배우의 삶을 좇아가기보다 네 삶을 살면 된다'고 하셨다. 가르침에 따라 여기까지 왔다. 평생 배우 하는데도 특별한 재산이 될 거라 믿는다."

[Y터뷰] '여배우는~' 문소리 "평범함, 화려한 세계 속 나만의 생존법"

지금은 배우 아닌 문소리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26살에 데뷔한 늦깎이 신인에다 과거엔 배우를 오래 할 생각도 없었다. 영화 속 '문소리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대사와 달리 메릴 스트립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건방지게도 오래한 배우 중 멋있는 배우 없다고 생각했다. 뭘 몰라 오만했지. 지금은 매우 존경한다. 나이가 들어도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한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처럼 오랫동안 영화와 함께 하며 꽃처럼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든든한 뿌리도, 발전적 거름도 되고 싶다."

배우뿐 아니라 연출에 대한 욕심을 부려도 될 것 같다는 말에 문소리는 "배우, 육아, 강연까지, 지금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현 상황에서 (감독으로서) 신작 계획은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다음 말을 덧붙이는 그의 눈이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문득 재미난 이야기가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면 시나리오화해 소화시켜볼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 참 욕심이 많나? 하하."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영화사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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