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베트남, 中이을 한류성지 될까?"…'오마베' 현지 제작자의 답

[Y터뷰] "베트남, 中이을 한류성지 될까?"…'오마베' 현지 제작자의 답

2017.09.12.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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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베트남, 中이을 한류성지 될까?"…'오마베' 현지 제작자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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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 콘텐츠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과 관계가 경직된 가운데, SBS '오 마이 베이비' 베트남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업계에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런닝맨', '정글의 법칙' 등의 공동제작으로 제작 역량에 대해 인정받은 SBS지만, '오마베'가 2%가 넘는 시청률로 성공할 수 있었던데는 베트남 방송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제작사와 호흡이 주효했다.

현지 제작사 라임 엔터테인먼트(Lime Entertainment)의 수장 윤상섭 대표는 지난 2005년 베트남으로 건너가 콘텐츠 유통, 제작 분야에 몸담아 왔다. 특히 'LA 아리랑'과 '주병진의 데이트라인' 등을 연출한 SBS 공채 1기 출신이기에 SBS와도 긴밀한 의견조율이 가능했다. 일찍이 베트남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 본 윤 대표를 만나 향후 한류 콘텐츠의 공략 비전을 들어봤다.

Q. '오마베'가 베트남에서 거둔 성과는 어떤 의미가 있나?
베트남도 중국처럼 지역별로 방송국이 매우 많다. 주요 성마다 채널이 있고, HTV가 1부터 8까지 나눠져 있다. 시청률이 1% 좀 넘어도 잘 나온 것. 북부는 VTV만 보고 남쪽은 HTV만 보는 식으로 채널 선호도도 극명하다. 그런데 '오마베'는 호치민에서 2% 이상, 하노이에서 1% 이상 나왔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기를 얻은 경우는 이례적이라더라. 베트남 남쪽에서는 오락 프로가, 북쪽은 교양이 인기있는 편. '오마베'는 교육적인 면과 예능적 재미가 모두 있어서 고르게 통한 것 같다.

Q. 공동제작 할 프로그램으로 '오마베'를 선택한 배경?
처음 베트남 방송국에서는 '런닝맨'을 제작 하자고 헀다. 그러려면 카메라도 많이 필요하고, 이에 맞는 출연자도 있어야 하고, 제작비도 많이 드는데 준비가 안 돼 있었다. SBS랑 논의해 보니 '오마베'라면 현재 베트남 제작 수준에서 소화 가능하겠더라. 게다가 육아는 모든 나라의 공통적 관심사 아닌가. 특히 베트남은 교육열이 굉장히 높은 나라 중 하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율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잘 맞을 것 같았다.

Q. 베트남으로 건너 간 이유?
10여년 전, 우연히 방송에 관심이 있는 베트남 사업가들을 만나게 됐는데 '한국의 방송 시스템을 모델로 한 미디어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연출 경력 10년차 정도 됐을 무렵이었는데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움직였다. 라임엔터테인먼트는 2년전 독립해서 설립한 회사로 '오마베'가 첫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엔 3~5년 정도 머물거라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있다.(웃음)

[Y터뷰] "베트남, 中이을 한류성지 될까?"…'오마베' 현지 제작자의 답


Q. 베트남 방송 시스템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방송사가 편성 기능만 하고 제작을 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타임슬롯을 외부에 팔기도 한다. 사회주의 국가다보니 선전 기능에 집중해 콘텐츠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 하지만 최근 기업 광고의 규모도 커지고 민간 기업에 일정 기간 위탁 운영을 하는 등 환경이 바뀌면서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과도기에 한국이 먼저 들어와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시장을 선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Q. 한국 외에 다른 나라 콘텐츠도 많이 들어와 있나?
다국적 기업은 많이 들어와 있다보니 TV광고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걸맞는 콘텐츠가 없으니까 직접 포맷료를 지불하고 사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은 거의 다 들어와 있다. 이 때문에 라이센스 요금이 높게 형성돼 있다. 채널이 늘면서 저렴한 콘텐츠를 찾기 때문에 최근엔 인도나 태국 프로가 많이 들어왔다. 근데 미디어 정책들은 자국 콘텐츠 보호 쪽으로 가고 있다. 포맷 판매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공동제작으로 가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Q. 공동제작 환경은 어떤가?
당장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투자를 해야한다. 지금 내 계획 중 하나는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일일극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방송국에서 자꾸 미니시리즈 사오자고 하는데, 아직 훈련된 작가도 없고 설비도 없다. 그걸 당장 베트남식으로 리메이크할 수가 없는거다. 우선 일일극을 통해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면 연기자와 작가도 훈련이 되고, 그러면 미니시리즈도 도전할 수 있을 것. 예능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하나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구조다. 원활한 제작 서클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Q.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하고픈 조언?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수익성을 바로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에서 입지전적인 제작자가 베트남에 왔다가 그냥 돌아간 경우도 있다. 한국처럼 빠르게 돌아가지 않고 중국과 비교해 규모 자체도 그리 크지 않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베트남은 굉장히 좋은 시장이다.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중국 시장도 막히지 않았나. 포맷만 받고 파는 것은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 현지 공동제작은 한국 미디어 업계에 있어 또 하나의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장기적으로 구상 중인 목표는?
베트남에 와서 놀란 것 하나는, 아직도 성우가 아닌 변사(내레이터) 더빙된 드라마가 나온다는 거였다.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직접 스튜디오를 만들어 성우를 뽑고 한국 드라마를 더빙해서 방송국에 가져갔다. 당연히 환영할 줄 알았는데 거절당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런거 안 좋아 한다'는거다. 그래서 작은 채널의 운영권을 사와 더빙한 드라마를 직접 틀었다. 결과는 대성공. 이후 신생 회사들은 이 같은 멀티 더빙을 쫓아왔다. 스스로 베트남 방송의 변화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제작자로서 베트남에 제대로 된 미디어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쉬운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방송 시스템과 기술력으로 개척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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