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②] 김재중 대표가 '청년경찰' 제작으로 배운 것들

[Y메이커②] 김재중 대표가 '청년경찰' 제작으로 배운 것들

2017.09.04.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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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②] 김재중 대표가 '청년경찰' 제작으로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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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무비락 김재중 대표 "'청년경찰'이 通한 이유는…"에 이어)

영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과 현재 촬영에 한창인 손예진·소지섭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공통점은 원작이 있다는 점이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은 김려령 작가의 작품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치카와 타쿠지 작가의 판타지 연애 소설이 원작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이 세 작품 모두 영화 제작사 무비락의 작품이다.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는 53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는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제작을 통해 그간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다른 영화적 문법과 결을 경험했다. 이는 김 대표에게 영화를 통해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힘을 안겼다. 이제 그는 여러 장르에서 조금 더 다양한 시선을 가진 제작자가 됐다. '청년경찰' 이후 선보일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Y메이커②] 김재중 대표가 '청년경찰' 제작으로 배운 것들

Q: '영화 제작사 대표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가 있다면?

김재중 대표(이하 김): 중학교 때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교 입시 때 지원했던 연극영화과를 다 떨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출부 생활을 오래했다. 12년~13년 전에 벤처붐이 일면서 우리나라에 영화가 엄청나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연출부에 있던 나를 데려다가 제작부를 시켰다. 영화를 만드는 꿈이나 이상은 멀어졌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일이 됐다. 인건비가 적을 때라서 1년에 영화 2편을 해도 생활이 힘들었다. 본의 아니게 다작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연출을 할 것이냐 아님 제작자가 될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막연히 연출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통과 고충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대신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덜 힘들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듀서를 하게 됐다.

Q: 그간 무비락에서 선보였던 영화와 '청년경찰'은 느낌이 다르다.

김: '청년경찰'에서 기준(박서준)이 '우리 엄마 미혼모야'라는 말을 하자 희열(강하늘)은 '너 그런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라고 답한다. 김주환 감독은 이렇게 툭 던져놓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내가 선보였던 작품들 속 화법과 많이 달랐지만 그만큼 배웠다. 포장하고 감추는 것보다 솔직하게 얘기를 꺼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느꼈다.

'청년경찰' 시나리오를 읽을 때 영화 '애니 데이 나우'라는, 한국에서는 '초콜렛 도넛'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의 리메이크를 위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남 커플이 다운증후군 아이를 입양하는 내용인데, 감독님과 회의를 하면서 이걸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를 봤다. 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분들을 포장하고 있더라. 그때 '있는 그대로 보면 안 될까?' '왜 돌려서 얘기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을 문뜩 들었다.

Q: '청년경찰' 이후 선보이게 될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판타지 연애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는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원작팬들과 원작을 보지 않은 팬들을 전부 만족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지 않나?

김: 소설책이 원작이면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냥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10년 전 영화를 똑같이 보여주면 안 된다. 에피소드를 재배치하지만 원작의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시나리오 구상만 3년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을 맡았는데, 알고보니 롯데의 첫 배급 작품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고 하더라. 느낌이 나쁘지 않다.

Q: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소지섭 아역으로 캐스팅된 이유진은 확실히 뜨고 있는 신예다.

김 : '청년경찰' 촬영 현장에 다녀온 날이었다.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는데 누가 쓱 지나갔다. 그 날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다. '지금 나간 배우가 누구냐'고 했더니 이유진이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영상을 보여줄 때는 못 느꼈는데 실제로 보니까 잘 될 거 같았다. 소지섭과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Y메이커②] 김재중 대표가 '청년경찰' 제작으로 배운 것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 '우아한 거짓말'같은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 '우아한 거짓말'은 크다면 크지만 적은 예산으로 제작을 했다. 피해를 주지 않고 잘 해낸 작품이었다. '완득이'를 준비하고 찍는 사이에 '우아한 거짓말' 속 상황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사촌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사를 하면서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우아한 거짓말'을 다시 읽게 됐는데 극 속 현숙과 이모가 너무 비슷하게 다가와서 읽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물론 영화가 개인의 욕구를 해소하려고 만드는 건 아니지만 이걸 만들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통과 상황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안타까운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 대화를 걸고자 했다.

사실 연출부로 일할 때 아버지께서 '네가 하는 영화는 왜 이렇게 욕이 많고 남에게 해코지만 하냐?'라는 말을 들었다.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그 다음부터 아버지나 내 아이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따뜻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물론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고 싶지는 않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N차 관람하면서 갑자기 공포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히 들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를 한국으로 가져와서 박서준과 강하늘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하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기획하고 있는 작품들까지 합하면 할 얘기들이 많다.(웃음)

Q: 예비 영화 제작자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김: 요즘은 어떤 제도나 시스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만 있으면 촬영부터 편집이 가능하다. 이제 와서 공포영화가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다. 미국 영화 산업이 가지고 있는 재기발랄함이 있다. 아이디어가 좋고 표현이 기발하다. 스타 시스템이 아닌 콘텐츠의 힘이다. 영화 '컨저링'에 나오는 배우들 중에 내가 아는 배우들이 아무도 없다. 유명한 감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관심이 가고 궁금하다. 그 이유는 그걸 기획하거나 만든 사람들의 노력일 것이다. 그런 접근과 도전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면 필사를 하던지 계속해서 써야 한다. 감독을 하고 싶다면 많이 찍어야 한다. 영상들을 만들고 플랫폼에 올리면 된다. 남들한테 많이 보여주면 좋다. 창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창피함이 피와 땀과 살이 될 거다. 많이 찍고, 쓰고, 보여주고, 느끼는 게 제일 좋다.

Q: 무비락의 10년 뒤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김: 나는 선수촌의 관장일수는 있지만 직접 나서는 선수는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존중하고,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감독들이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영화만 제작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YTN 서정호 팀장, 롯데엔터테인먼트, 무비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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