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②]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2017 작사 시크릿'

[Y메이커②]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2017 작사 시크릿'

2017.08.18. 오후 1: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메이커②]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2017 작사 시크릿'
AD
2편에 계속

패션이 유행을 타듯, 음악도 마찬가지다. '트랜디하다'고 평가받는 음악 스타일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레트로 스타일이 2017년 다시 각광을 받듯이.

이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인물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가수는 물론, 작곡가와 그 멜로디에 맞춰 노랫말을 쓰는 작사가도 대중이 선호하는 방향을 읽어야 한다.

김이나 작사가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03년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으로 데뷔한 그는 15년째 메인 스트림에서 활동 중이다.

빨리 쓰고, 부르기 좋은 노래를 만들기에 가수들이 가장 가사를 받고 싶어하는 작사가로 손꼽힌다. 그가 이렇듯 많은 러브콜을 받고, 트랜디함을 유지하는 비결을 무엇일까?

YTN Star는 최근 김이나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최근 가장 빠져있는 화두와 2017년 유행하는 음악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Y메이커②]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2017 작사 시크릿'

YTN Star(이하 Y): 데뷔한지 벌써 15년차에 접어들었어요. 그동안 가요 시장에서의 변화가 많았죠?

김이나(이하 김): 90년대 이전, 제가 리스너였을때 가사들은 문학 베이스가 많았어요. 비유나 은유 쪽이었죠. 가사에 쓰이는 스타일의 문장들을 보면 '이건 가사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죠. 80년대 이전에는 포크나 발라드가 히트쳤을 때라 특히나 은유가 많았어요. 제가 가사를 쓰기 시작할때 즈음 댄스곡이 다른 국면을 맞이했던 것 같아요. 말도 좀더 구어체가 사용됐고요. 그 초반에 흐름을 제가 운이 좋게도 잘 탔던 것 같아요. 요즘은 자기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Y: 2017년 가요계에서 확실히 트랜드라고 할만한 작사 스타일은 뭐라고 보시나요?

김: 본인의 이야기죠. 헤이즈나, 자이언티나, 아이유나, 지드래곤이나, 이효리 모두…본인이 썼거나 최소한 본인의 이야기다 싶은 가사에요.가수가 어떤 사람이냐에 상관없이 그냥 어떤 이야기를 하는게 옛날식이었다면 요즘은 가수 캐릭터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Y:그런 흐름 때문에 작사가로서 노래를 부를 가수에 대해 파악해야할 부분이 많아질 것 같아요.

김: 저는 원래 스타일이 가수 캐릭터에서 얻어쓰는 스타일이었어요. 조용필 선생님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과 성시경의 그리움을 결이 다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제가 매체를 통해서 접한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해서 쓰는 편이에요. 요새는 그걸 기반으로 이 사람이 정말 일기장에 썼을 것 같은 이야기를 써요.

Y:가사를 쓰기전에 가수를 직접 만나기도 하나요?

김: 요새 와서 그런 작업 요구가 많아졌어요. 아티스트들도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기를 원하거든요. 그 첫번째가 박효신 씨였어요. 아이유도 그랬고요.

Y:요즘에는 복합 장르를 기반으로 한 노래가 많은 것 같아요. EDM에 팝을 섞는 식으로요. 가사 쓰기에 더 어렵지 않나요?

김: 아무래도 스타일리시한 곡일수록 그 스타일을 해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어렵죠. 낯선 장르는 그 스타일을 언어 그대로 살려야 하니까요. 예를 들자면 수지·백현이 부른 '드림(Dream)'은 일반 발라드가 아니라 퓨전 재즈여서 그 분위기를 살려야 했어요. 일반적인 발라드 서사는 잘 안붙었어요. 자유롭게 재즈 정서에 맞춰 툭툭 뱉는 말인데 너무 아이들 말은 아닌 가사를 쓰려고 했죠.

Y:'드림'은 퓨전 재즈인데다가 듀엣곡이라 더 어려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김: 재미있었어요. 대화형 가사를 쓰는 건 언제나 재미있어요. 1인극보다 2인극이 더 재밌는 것처럼요(웃음).

[Y메이커②]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2017 작사 시크릿'

Y: 요즘 가요시장에서 아이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아이돌 그룹이 부를 가사를 쓸 때 특별히 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 아이돌이 부를 가사를 쓸 때는 일단 코어 팬덤을 가장 먼저 만족시키는 게 중요해요. 그 팬덤이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를 중점에 뒀어요. 우리 오빠의 야한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데 쓰면 안되잖아요. 아이돌은 특수해요. 코어 팬덤을 만족시키고, 거기서 대중으로 퍼져 나가는 형식이죠. 저는 빅스와 인피니트의 노래 가사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팀이 가져가고자 하는 이미지를 먼저 들었어요. 빅스의 경우에는, 무겁고 이야기 뒤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은 걸 원하셨어요. 판타지가 들어가는거죠. 뱀파이어일때도 있고, 다중인격 일때도 있고…그 판타지를 가지고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Y: 요즘은 아이돌이 자기 곡을 쓰기도 해요. 돋보이는 아이돌이 있나요?

김: 제가 최근에 NCT 쇼케이스 진행을 맡아서 가사지를 봤거든요.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어요. 신선하기만 한게 아니라 확실히 추구하려는 색깔이 있는 것 같았어요. 또 부가봐도 너무 잘하는 방탄소년단, 블락비 친구들이요. 특히 블락비 지코의 경우네는 보고 굉장히 놀랐는데, 자기만의 리듬과 한국적인 흥이 있어요. 해외 일정도 많고 스케줄이 빡빡할텐데 그 와중에 자기 인장이 나타날만큼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게 놀라웠어요.

Y: 이렇게 가사를 직접 쓰는 게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요?

김: 저같은 경우에는 6~7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기획력이 생겼어요. 예를 들어 댄스 타이틀곡이라고 하면 무대를 고려해야겠다, 이런 가사를 쓰면 안무랑 붙었을때 재미있겠다, 멤버들이 교차하면서 부르는 느낌이면 좋겠다 하는 시각적인 상상을 같이 하게 된거죠. 그 전에는 정서로 가사를 썼다면, 막연하게 했던 것들이 구체화된 즈음이 그때쯤인 것 같아요.

[Y메이커②]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2017 작사 시크릿'

Y: 어떻게 해야 좋은 작사가가 되나요?

김: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음…. 어떤 작사가가 되고 싶은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왜 작사가가 되고 싶은지가 중요해죠. 그냥 작사가가 되고 싶다면 누구나 노랫말에 가사를 붙이는 행위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메인 스트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정답을 말할 수 없지 않을까요? 요즘에는 아카데미 등을 통해 데뷔하기도 하고, 공모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전업으로 가고싶다면 각자의 노력과 약간의 운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Y:그렇다면 가사 쓰기 연습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김: 발표된 가사를 보고 '저 정도는 나도 써'라는 말을 하지말고 어떻게 채택됐지 이유를 찾을 줄 알아야 해요. 평소에 팝송이나 일본 노래에 가사를 붙여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싱어송라이터를 길을 걸으면 되지만, 상업 작사가가 되고 싶다면 작곡가나 제작자가 가사에서 어떤 메리트를 본건지 볼 줄 알아야해요. 채택된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요. 아이돌의 경우에는 경쟁률도 정말 심해요. SM의 경우에는 한곡에 30대 1까지 가기도 해요.

Y:곡에 가사를 붙이는 작업인 만큼, 장르 구분 없이 많은 음악을 듣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김: 저같은 경우에는 잘 만들어진 음악을 좋아해요. 친대중적인데 만듬새도 세련된 음악이요. 저한테는 그게 윤상이었어요. 영화로 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같은 느낌이에요. 대중의 반응과 상관없이 저만의 것을 하려면 싱어송라이터로 나만의 예술세계를 추구했겠지만, 저는 활발한 피드백이 오가고 공감대를 확인하는 걸 좋아했어요.

Y:히트곡을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감을 유지해야할 것 같은데 특별히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김: 히트곡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야 만들어지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갖고 있어요. 제 스스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건 음악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거에요. 보통 일을 하면 리스너로서의 귀를 잃어버린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되요. 여전히 대중의 귀가 있는거죠. 그게 축복인 것 같아요.

Y:작사가로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김: 가사는 철저히 너무나 다른 입장에 서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사의 소재는 한정적이죠. 다만 그 안에서 누가 이야기하느냐의 차이에요. 나로서 쓰면 당연히 내 세계관이 계속 나오는데,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상상밖에 없어요. 평소에 그런 게 생활화된 사람이라면 양비론자란 소리를 많이 들을거에요.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좋은 글쟁이가 될 수 있죠.

Y:가사에 들어갈 단어들은 어디서 찾나요?

김: 국어사전을 작업실에 둬요. 생경한 단어들이 아마 80% 이상일거에요. 그리고 굉장히 익숙한 단어인데 새삼스럽게 뜻이 이거였지 싶은 단어들이 있으면 형광펜으로 칠하고 보곤 해요. 저는 '애매하다', '기묘하다' 등 이쪽도 저쪽도 아닌 표현들을 좋아해요. 상상력의 폭을 넓혀 주잖아요. 아이유의 '너랑 나'에도 '기묘하다'는 표현이 들어있죠.

Y:K팝 열풍을 타고 많은 아이돌이 해외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영어 단어의 비중도 고민할 것 같아요.

김: 처음에 가사 의뢰가 올때 영어의 비중을 확인해요. 결정은 제작자의 몫이니까 제가 '어떤 건 영어가 없이 써야 좋을 것 같은데 혹시 꼭 써야 하는지, 영어로 다 가고 싶은데 다 가도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편이에요.

YTN Star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사진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