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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산범' 박혁권 "연기하는 내 자신…늘 부끄럽다"
     '장산범' 박혁권 "연기하는 내 자신…늘 부끄럽다"
    박혁권은 캐릭터 해석 능력이 탁월한 배우다. 드라마 '초인가족'에서 만년 과장 나천일로 보여준 생활 연기부터 '육룡이나르샤'의 미친 존재감 길태미까지. 어떤 역할이든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해 낸다. 첫 드라마 데뷔작 '하얀거탑' 방영 당시 시청자 사이에서 그가 의사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 그가 올 하반기 유일한 국산 스릴러 영화 '장산범'으로 돌아왔다. 박혁권은 극 중 미스테리한 상황 속에서 가족을 지키는 가장, 민호 역을 맡았다.

    영화 '장산범' 개봉을 앞둔 박혁권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산범' 박혁권 "연기하는 내 자신…늘 부끄럽다"

    Q: '장산범' 굉장히 무섭더라. 연기한 배우의 입장에서 어떻게 봤나?

    배우 박혁권(이하 박): 무서운데, 세련되게 무섭다. 갑자기 확 놀라게 하는 장면과 서서히 조여오는 느낌이 끊임없이 교차되기 때문인 것 같다. 감독님이 연출을 잘한 덕분이다. 배우로서 연기할 때도 '이렇게 전달하면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그 특유의 분위기를 구현하려 노력했다.

    Q: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캐릭터가 조금 닫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 '장산범'에서 민호의 미션은 닫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은 희연(염정아 분)과 장산범(이준혁 분)이다. 나는 이들을 든든히 받쳐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끌어가는 인물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러나 감독님이 민호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명확했고, 그것이 스토리를 이끄는 역할은 아니었다. 물론 이 역시 잘 소화했는지는 모르겠다.

    Q: 공포 영화는 타 장르와 달리 뉘앙스를 풍겨 관객에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 구체적인 사건 없이 무드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박: 멜로나 액션 영화는 배우로서 받은 미션, 즉 상황을 정확히 연기하면 끝난다. 그러나 공포는 다르다. 공정이 한 단계 더 들어간다. 관객이 그 분위기를 무섭다고 느낄지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그 점이 어려웠다.

    동시에 그 난해함이 영화 출연을 결정한 이유기도 하다. 공포라는 장르가 편집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배우의 연기에 사운드, 영상의 효과가 가미 됐을 때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했다.

     '장산범' 박혁권 "연기하는 내 자신…늘 부끄럽다"

    Q: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의 연기는 맘에 드나.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던가.

    박: 있긴 있는데 많진 않다. 장면도 아니고 대사 한 줄 정도 '이거는 잘 살렸다' 정도다. 지금까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 작품은 한번도 없다. 예컨대 로버트 드니로 연기를 봤는데 어떻게 내 연기를 만족하나. 마찬가지로 호나우두가 공 차는 걸 봤는데 내 축구 실력에 만족할 수 없다.

    Q: 과거부터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특히 박하다.

    박: 연기 초반에는 정말 창피했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고 스스로 봤을 때도 별로더라. 신인 때 다음날 촬영이 없으면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자책하며 혼자 술도 자주 마셨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까 눈높이와 기대치가 낮춰지더라. 나름의 생존 방식이다.

    Q: 박혁권의 연기는 생활처럼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박: 연기자로서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이 깡패역을 연기한 저에게 "저 사람 진짜 깡패야?"라고 해준 것이다. 이제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그런 느낌이 덜해 속상한 측면이 있다.

    이런 자연스러움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도 많이 한다. '하얀거탑' 때는 시간 날 때마다 대학병원에 갔다. 접수대 앞에 앉아 의사를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의사들 머리가 늘 떡이 져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기할 때 이런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고 그런 점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장산범' 박혁권 "연기하는 내 자신…늘 부끄럽다"

    Q: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궁금하다.

    박: 연기하는 목적과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저는 관객에게 '진짜 같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연기를 한다. 영화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세트도 만들고 분장도 하는데 정작 배우 본인이 가짜면 그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닐까.

    Q: 연기철학이 확고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박: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다. 대본을 보고 스스로 확신이 생기지 않으면 연기할 때도 자신감이 나올 수 없다. '장산범' 같은 경우는 그 확신이 강해서 선택한 작품이다.

    Q: '장산범' 이후 혹시 준비하는 작품이 있나.

    박: '일단 쉬자'라는 생각이다. 이미 촬영한 영화 하나가 있어서 나올 예정이긴 한데, 차기작은 쉬면서 차차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고민도 있다. '쉬는데 인생작이 들어오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이다. 이런 고민이 정리되면 좋은 작품으로 곧 다시 찾아 뵙겠다.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달라.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