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흡입 장면' 찍는다고 가스 마시게 한 영화 감독

'가스 흡입 장면' 찍는다고 가스 마시게 한 영화 감독

2017.01.19.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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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예지 씨가 최근 주연을 맡은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촬영 비화를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감독과 스태프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위해 실제 연탄가스를 마시면 어떻냐고 권유해 실행했다는 것이다.

서 씨는 어제(18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을 하는 날, 나를 빼고 스태프가 다 회의를 한 뒤 감독님(영화감독 조창호 씨)이 혹시 연탄가스를 실제로 마실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고 밝혔다.

서 씨가 감독에게 '당장 죽으라는 말씀은 아니시죠?'라고 되물었지만 영화감독은 "실제 가스를 마셨을 때의 느낌과 감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고, 결국 서 씨는 감독의 의견에 따라 연탄가스를 흡입하고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연탄을 피우고 차 안에 들어갔을 때 느낌은 지옥의 느낌이었다"며 "육체적으로는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은 담담했다. 실제로 편하게 죽음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혹자는 감독이 '명령'한 것이 아니라 '동의를 구한 것'이기 때문에 거절했으면 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아직 톱스타 위치가 아닌 서 씨가 감독이 결정한 사안을, 그것도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내세우며 요구하는 사항을 "싫다"고 잘라 말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이번 일화는 마치 과거 프랑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감독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에서 리얼리티를 담아내기 위해 실제로 배우에게 촬영 장면을 알리지 않고 찍었다"고 자랑스레 말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베르톨루치 감독은 슈나이더가 여배우가 아닌 여성으로서 반응하고, 수치심을 보여주길 원했다"고 밝혔다.

대중이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를 보며 감탄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 겪지 않은 사건도 감정 이입을 통해 훌륭하게 연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 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마약을 투입하고, 손이 잘려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손을 자르는 배우가 어디 있는가? 대중은 그런 예술을 원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현실 그대로 알고 싶다면,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볼 것이다.

배우 김여진 역시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이다. 온갖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고 빠져나오고 전체와 부분을 놓고 정밀하게 계산도 해야 한다. 진짜 위험에 빠트리고 진짜 모욕을 카메라에 담고 싶으시면 제발, 다큐를 만드시라. 내 안전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긴장한다. 몰입할 수 없다"며 감독에게 일침을 날렸다.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조창호 감독은 오늘(1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오전에 "모든 정황설명에도 그렇게 하란다면 영화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다가 해당 트윗을 지운 뒤 "우리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영화를 만들었음을 밝히고 추후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은 일부 영화인들이 자신의 개인적 욕심과 예술혼을 혼동하며 작품을 '인권과 인간애' 위에 올려두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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