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킹', 시국이 영화를 삼켜버린 아쉬움

[★리뷰] '더 킹', 시국이 영화를 삼켜버린 아쉬움

2017.01.1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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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킹', 시국이 영화를 삼켜버린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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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대한민국의 '진짜' 왕은 누구인지.

"대한민국처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감독의 답답함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권력층의 시선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리뷰] '더 킹', 시국이 영화를 삼켜버린 아쉬움

그런 맥락에서 '더 킹'은 단순하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 분)가 검사가 되어,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권력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드는 일련의 과정을 쭉 펼쳐간다.

차세대 검사장 후보 한강식은 헌 정권이 물러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직접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한다. 김치가 익기를 기다리듯, 사건을 터뜨릴 시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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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한국 사회에서 검사가 손에 쥔 사건은 권력 그 자체다. 관객 역시 현실에서 충분한 학습을 겪었기에 이미 알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마다 '하필이면' 연예인의 각종 스캔들이 '동시에' 터졌다는 것을.)

한강식 앞에 선 사람들은 늘 머리를 조아린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검사 후배 양동철(배성우 분), 박태수, 기업 회장, 신문 기자, 국회의원은 권력 앞에 순종하는 또 다른 권력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리뷰] '더 킹', 시국이 영화를 삼켜버린 아쉬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객은 '더 킹'이 던지는 질문의 답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헌법 제1조 2항) 것이 마땅하나, 그렇지 않았기에 2017년의 한국은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또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분노는 그 대상이 너무나 명확하다.

지난 1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한재림 감독은 "일반 사람들은 권력의 세계를 잘 모른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권력의 세계를 정확히 보길 바랐다"고 했지만, '더 킹'이 그리는 권력층의 민낯이 현실의 그것보다 더 섬세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현 시국이 영화를 삼켜버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이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개봉했다면, 조금 나았을까.

1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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