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논란 시작은 국민"...불신 키운 기술위원장

"히딩크 논란 시작은 국민"...불신 키운 기술위원장

2017.09.28. 오후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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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축구협회가 러시아 월드컵에 대비해 히딩크 전 감독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더구나 말 바꾸기로 사태를 키운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팬과 히딩크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재형 기자!

먼저 논란을 키운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발언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그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열렸는데요.

월드컵 최종예선을 경기력을 평가하고 내년 본선에 대비한 준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연히 히딩크 역할론도 논의했습니다.

회의 중간 기자들을 위해 김호곤 위원장의 브리핑이 있었는데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부할 말이 있다면서 히딩크 논란의 시작은 일부 국민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호곤 /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그제) : 이 모든 논란의 출발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라는 일부 국민의 의견이었는데…정말 그런 소모적인 얘기 안 나오도록 (기자) 여러분들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히딩크 감독의 영입을 요구한 팬들의 의견이 논란의 출발이라는 얘기인데요. 이번 사태를 키운 건 기술위원장의 말 바꾸기 아닌가요?

[기자]
이달 초였죠. YTN 보도로 히딩크 감독 영입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지난 6월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축구협회에 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불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히딩크 측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김호곤 /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지난 7일) :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새 감독 뽑을 때 (히딩크 측의) 의사 전달은 전혀 없었던 겁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언론에 알려졌겠죠. 전혀 저희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난 히딩크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또 히딩크 측 대리인이 김호곤 위원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김호곤 위원장은 말을 번복했습니다.

이때부터 히딩크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김호곤 위원장은 당시 카카오톡 메시지여서 공식 제안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가정이긴 합니다만 YTN 보도 직후 히딩크 측에서 카카오톡으로 감독직에 관심 있다는 의사를 전해왔는데 공식적인 제안이라고 볼 수 없어 논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면 오해와 불신을 피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접촉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거센 비난을 초래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팬들과 협회의 시각 사이에 온도 차가 커 보이는데요. 일단 축구협회가 히딩크 전 감독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떤 역할을 맡길까요?

[기자]
일단 확실한 건 감독직은 아닙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러시아월드컵 감독은 신태용 체제로 간다는 걸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기술 고문 같은 역할이 유력합니다.

기술위원회에서 히딩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의견이 모였지만, 언론에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김호곤 위원장은 다음 달 7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대표팀 평가전에 앞서 히딩크와 만날 계획입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입니다.

[앵커]
히딩크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히딩크와 축구협회 양쪽 모두 앙금이 남아 있을 수 있는데요.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긍정론보다 부정론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그제 김호곤 기술위원장 기자회견에서 협회 측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들어보시죠.

[김호곤 /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 솔직한 얘기로 (히딩크 감독에게서) 정식으로 제안이 온 건 없지 않습니까? 히딩크 감독이 그런 상황 벌어지니 인터뷰에서 무엇이든 돕겠다고 하니깐 저희도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거죠.]

김호곤 위원장의 말은 히딩크의 말과는 다른데요.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지난 6월 대리인과 별도로 자신이 직접 축구협회 내 지인들에게 한국 축구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논란에서 히딩크 측이 협회와 접촉한 시점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이 부분에서 양측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입니다.

지금까지 협회가 히딩크 측과 접촉한 건 히딩크 인터뷰 이후 보낸 이메일 한 통이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역할론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보다 관심에 감사하다는 형식적인 수준의 내용입니다.

히딩크도 메일 잘 받았다는 회신만 보낸 상태입니다.

이번 사태로 양측 모두 상처를 입었지 않습니까. 서로 감정이 좋을 수 없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러시아에서 만나 김호곤 위원장이 히딩크 전 감독을 만날 계획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만날지도 불투명하고 만나더라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도 회의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사태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보이는 협회의 안일한 대응이 오히려 신태용 감독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YTN 김재형[jhkim0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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