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승무원 "심한 자괴감"...갑질 폭로 집회

아시아나 승무원 "심한 자괴감"...갑질 폭로 집회

2018.07.04. 오후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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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렇게 가면이나 마스크를 쓰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과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열었는데요,

이번에는 아시아나 직원들이 모레(오는 6일), 마스크와 검은색 옷을 입고 광화문 광장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기내식 대란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의 경영진을 규탄하기 위해섭니다.

나흘째 기내식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은 일부 단거리 노선을 제외하고는 기내식 없이 인천공항을 떠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승객들의 온갖 불만과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승무원들은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급기야 일부 직원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경영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천여 명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기준 / 아시아나 객실승무원 노조위원장 (CBS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30년 동안, 소위 5성급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아시아나 항공의 평판을 만들어왔는데,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구하는 데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었는데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하는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 때문에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욕받이를 하고 총알받이를 하는 상황은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대다수 승무원들이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습니다.]

이에따라 아시아나 항공 직원들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박삼구 회장의 갑질 등을 폭로하는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습니다.

대한항공 집회와 마찬가지로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나 가면을 쓰고 유니폼이나 검은색 옷을 입기로 했습니다.

검은색 옷은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숨진 것을 추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내식 대란' 이후 아시아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채팅방에는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회사 측의 미숙한 대응실태를 고발하고, 하청 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특히 기내식 대신 승객들에게 지급하는 30달러에서 50달러 상당의 쿠폰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기준 / 아시아나 객실승무원 노조위원장(CBS김현정의 뉴스쇼) : 그 바우처를 받아서 기내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요. 당일편 항공편에서 그 바우처를 사용하려고 기내 면세품을 주문을 하는 거죠. 그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활동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고요. 그리고 또 항공기가 소량의 면세품을 탑재하다 보니까 폭주하는 면세품 주문량을 못 맞추는 거죠. 그러면 손님들한테 또 죄송하다라고 사과 드리고. 손님들은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내시고. 그래서 현장에 있는 승무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인해 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또 그로 인해 애꿎은 승무원들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박삼구 금호이사아나그룹 회장이 중국 골프 행사에 참석했다가 입국하는 과정에서 승무원들이 꽃을 들고 환영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갑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지난 2월 이후 승무원을 꽃 전달에 동원한 일은 없다"며 "귀국길에 우연히 승무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 속 꽃다발 증정 논란과 관련해서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기준 / 아시아나 객실승무원 노조위원장(CBS김현정의 뉴스쇼) :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그닥 놀랄 만한 큰 공분을 일으킬 만한, 저희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룹 총수에 대한 중간 관리자들, 임원들, 이런 분들께서 너무나 많이 저희 그룹 총수를 사랑하셔서 그런 일들이 여러 차례 있어 왔고 부끄럽고 그랬었는데 뭐 지금 상황에서는 늘상 해 왔던 일이니 이번에도 또 그랬구나.]

"이번에도 또 그랬구나" 라는 아시아나 직원의 말이 뼈아프게 들립니다.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들이 당연시돼왔던 아시아나의 그룹 문화가 결국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라는 사태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로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의식한 듯, 오늘 오후 박삼구 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국민들뿐 아니라 임직원들에 대한 사과 입장도 밝혔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삼구 /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사태로 인해 불편을 끼친 승객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셨던 국민과 승객 여러분께 큰 실망 끼쳐드린 점에 대해 제가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을 대표해서 사과드립니다. 7월 1일부터 많은 편수의 음식을 싣지 못하고 불편을 끼치고 있고 기내식 때문에 지연 출발해 업무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 손님도 계십니다. 그리고 음식을 제공 못 해 불편을 겪은 손님에게도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또 한가지는 미리 예측을 못하고 준비를 못 한 부족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공항 서비스는 물론이고 캐빈 서비스, 이런 직원들이 많은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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