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오태석 파문...'미투' 들끓는 연극계

이윤택·오태석 파문...'미투' 들끓는 연극계

2018.02.21.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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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희경 / 페미씨어터 대표

[앵커]
지금 연극계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그리고 대체 어느 정도의 상황인 것일까요? 저희가 연극연출기획가인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를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전화 연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연극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처음에는 터질 게 터졌다라고 생각했는데 미투가 계속될수록 이렇게 참담한 상황인 줄은 몰랐던 거죠. 그래서 다들 그동안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되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대표님도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질 거라고 생각하셨던 이것이 다소간 만연돼 있었던 일이라고 보십니까?

[인터뷰]
저도 한두 번 정도 들었던 적이 있어요, 이윤택 씨의 그런 거에 대해서 연습이나 발성할 때 계속 몸을 만지는 성추행이 있었다는 한두 번 정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오태석 씨, 이윤택 씨보다 연배도 더 높고 거장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연출가인데요. 오태석 씨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들이 있었습니까?

[인터뷰]
저는 개인적으로는 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앵커]
오태석 씨 또는 이윤택 씨 이분들의, 아주 극소수의 돌출행동일 가능성이 큽니까? 아니면 또 다른 일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인터뷰]
저는 또 다른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십니까?

[인터뷰]
일단 연극 작업이라는 것이 대개 연출을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굉장히 명확한 곳이거든요. 그래서 그 위계에 의한 폭력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런 폭력이 계속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극단 안에서 뭔가 일을 해결하고 이런 과정들이 꾸준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아까 이윤택 씨에 대해서는 두 번 정도 그런 증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셨고 혹시 이분들, 지금까지 거명된 분들 말고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그런 피해 사실을 들으셨거나 간접적으로 전해 들으셨거나 그런 적도 있습니까?

[인터뷰]
네,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굉장히 위계질서가 강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분위기, 상황이길래 그것이 가능했을까,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인터뷰]
예를 들면 연극은 보통 연출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모든 거를 조정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제작자를 겸하는 경우도 많고요, 연출가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이 공연이 와해되면 약간 피해자 탓이다 이렇게 만약에 뒤집어씌워진다면 계속 그 피해자가 뭔가 발언을 하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 위계 안에서. 그리고 위계가 높은 연출을 비호하는 또 다른 선배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분위기를 깨면 안 된다, 이런 것도 계속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한 극단이 있을 테고요. 예컨대 한 군데서 피해를 입었고 그러면 극단을 옮기든지, 거기서 폭로가 되더라도요. 극단을 옮기든지 하면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가 보죠?

[인터뷰]
극단을 옮길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다고 계속 세뇌를 시킨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만약에 너 여기서 나가면 너 내가 그 사람한테 너 연극 못 하게 하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거죠.

[앵커]
이윤택 씨, 오태석 씨가 저희가 이름은 예전부터 익히 들었던 분들인데요. 실제로 연극계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분들입니까?

[인터뷰]
저는 30대 초반이지만 제가 봤을 때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의 선생님. 제가 선생님으로 모시는 분의 선생님, 내가 감동받은 공연을 만든 사람이고 그리고 직접 접한 적은 없지만 훌륭하다고 들어왔던 그런 분들인 거죠.

[앵커]
그러니까 세대로 치면 조금 구세대, 지나간 세대들이지 않습니까? 이분들이. 그러면 그 선생님들의 선생님들 세대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게 지금도 계속 나쁜 의미로 전수가 돼서 지금 예컨대 젊은 세대들에서도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그래도 그런 시대는 지나간 것인가. 어느 쪽이 가깝습니까?

[인터뷰]
그런데 반반인 것 같아요. 계속 못된 걸 배워서 나온 선생님들 밑에서 배우고 그리고 활동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아니면 아예 젊은 창작자들끼리만 모여서 하는 곳도 있을 텐데요. 그런데 젊은 창작들이 모였다고 해서 저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조금 전 오동식 씨 연희단거리패 그분의 추가 폭로를, 오동식 씨. 오동식 씨의 추가 폭로를 보면 모여서 대책회의가 열렸였는데 거기서 극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 그런 쪽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고 리허설까지 하면서 표정을 어떻게 지으시라 이런 얘기들이 오갔다고 하는데 있을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얘기라고 보셨습니까?

[인터뷰]
네, 저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봤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그런 일들이 계속된 데에는 그렇게 비호하는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됐다고 생각해요.

[앵커]
비호하는 세력이라는 게 그러니까 같은 선후배, 계속해서 같이 극단도 하고 연극도 하는 그런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앵커]
그게 일종의 사단처럼 형성이 돼 있나요? 사단처럼 누구 사단이다, 이런 형태로 형성돼 있습니까?

[인터뷰]
그렇죠. 그런 그룹들이 있고 만약에 피해 사실을 고발했을 때 네가 왜 이렇게 훌륭한 우리 선생님을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하냐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가두는 형식으로 위협하는 형식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연희단거리패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갖고 있는, 연극계에서. 극단인가요?

[인터뷰]
일단은 제가 알기로는 연극을 배우러 많이 간다라고 들었었고요. 만약에 학교에서 연극 전공을 했다면 교수님이 거기 가서 연극을 좀 더 배워보는 게 어떠냐, 이런 식으로 추천하고 작품성이 좋고 매번 매진되는 공연을 만드는 곳이라고 읽혀졌던 거죠.

[앵커]
이제 이걸 계기로 해서 이런 일이 근절돼야, 뿌리가 뽑혀야 될 텐데요. 어떻게 해야 된다고, 어디부터 접근을 해서 어떤 대책부터 세워야 된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일단은 지금 당장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하고 그에 대한 가해자가 명백하게 처벌받는 모습이 보여지고 선례가 남아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연극계 내부에서는 이런 위계에 의한 폭력을 없앨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나가야 되는 거죠. 예를 들면 작품 안에서도 위계폭력이나 성폭력에 대한 규칙들을 만들거나 대응 방안들을 만들거나 그런 사소하지 않은 아무튼 문서화된 그런 행동들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앵커]
관객들도 그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들도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면서요?

[인터뷰]
그렇죠. 그런데 충격을 받으셨지만 그래도 연극을 워낙 사랑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번 주 일요일에 마로니에공원에서 관객분들이 개최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어요. 이분들은 공연계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여주고 계세요.

[앵커]
요즘에 연극인들 만나시면 이 얘기부터 하시겠군요. 어떤 얘기들을 나누십니까?

[인터뷰]
일단은 정말 이 정도인지 몰랐다. 다시 나를 돌아봐야겠다, 내가 혹시 가해자였던 적은 없는지, 방관자였던 적은 없는지 그런 반성의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나를 돌아보는 그런 모습이 또 희망인 것 같습니다. 혹시 끝으로 제가 안 여쭤봤는데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마지막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아마 많은 분들이 연극계에 실망하셨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실망하신 만큼 더 새로운 연극계가 되도록 반성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조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앵커]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에게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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