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도 위협하는 우울증의 두 얼굴

생명도 위협하는 우울증의 두 얼굴

2017.12.19.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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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창형 /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앵커]
아까 종현 씨 유서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울이 나를 집어삼켰다라고 썼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너무나 괴롭고 힘든데. 마땅한 도움을 어떻게 받아야 될지 알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읽혀졌습니다.

우울증이 참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고 우리 주변에도 많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가겠습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를 저희가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우울증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는 추세인가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우울증이 가벼운 우울증은 쉽게 나타나고 사라지기는 하지만 심한 우울증 때문에 자살충동까지 불러일으키는 그런 경우가 많아서 정말 걱정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많이 문제가 되고요.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우울증 환자가 있는데 WHO에서는 매년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에 1100조 정도의 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앵커]
돈도 돈이지만 본인들한테는 정말 너무나 괴로운 것이지 않습니까. 이것이 마음의 감기다, 그러니까 금방 지나간다 이런 관점으로 봐야 되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 심각할 수도 있고 주위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줘야 되는 그런 관점으로 더 봐야 되는 겁니까?

[인터뷰]
정말로 흔하기 때문에 마음의 감기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문제는 감기를 방치하고 나면 기관지염도 되고 또 폐렴도 되고 점점 심해지거든요. 처음에 우울증이 생길 때 치료를 어떻게 잘 하느냐에 따라서 쉽게 낫기도 하고 더 악화돼서 더 큰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사실 저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우울하지 않습니까? 우울한 증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어떤 증세,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면 이건 임계점을 넘었구나, 이제 치료를 받거나 그래야 되는 구나 그런 것이 어떤 겁니까?

[인터뷰]
우울증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아주 쉽게 말씀드리면 그냥 컴퓨터로 따진다면 안전모드로 빠지는 겁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너무 힘드니까 제발 나 좀 해결해 주세요, 고쳐주세요, 더 이상 일 못 하겠습니다. 이렇게 내부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거거든요.

그래서 의욕도 떨어지고 입맛도 떨어지고 잠도 잘 못 자게 되고 생각도 좀 적게 하고 활동량도 줄어들고 평상시보다 여러 가지 면이 점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의 어떤 목적 때문에 양이 좀 줄어드는 그런 특징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냥 쉽게 병원을 가게 잘 안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병원 가면 과연 이걸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런 의문도 있고요. 병원에 꼭 가야 되는 겁니까?

[인터뷰]
그렇죠. 왜냐하면 이렇게 컴퓨터가 안전모드로 빠졌을 때 무시하고 계속 사용하다 보면 결국은 컴퓨터가 고장이 나거든요.

마찬가지로 우울증의 형태로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데 그 경고신호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해결을 하면 우울증을 극복할 수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스트레스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러면 더 큰일까지 생길 수가 있습니다.

[앵커]
약물치료가 대부분의 경우에 효과가 있습니까?

[인터뷰]
우울증 약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우울증 약은 중독 생기지 않고 내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제는 뭐냐하면 우울증 약이 종류가 10가지가 넘습니다. 그래서 화장품도 자신의 피부하고 잘 맞는 화장품이 따로 있잖아요. 우울증 약도 자기한테 잘 맞는 것이 있어서 약의 종류와 용량을 잘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약의 종류와 용량을 맞춰야 되지만 두 번째는 용법을 잘 지켜야 되는데 치료를 하다 보면 본인이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임의로 약을 두 배로 늘려 드시거나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어찌 보면 500명이나 1000명 정도 치료를 한 경험이 있는 의사의 지식, 이런 것이랑 무관하게 본인이 자기 몸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하는 그런 식으로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결국은 우울증 치료에 실패하게 됩니다.

[앵커]
약물치료를 했는데 좀 잘 안 듣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면 그걸 본인이 줄이거나 끊거나 늘리거나 할 게 아니라 의사하고 상담을 해서 약을 바꾸거나 그렇게 해야 되는 거군요?

[인터뷰]
바로 맞습니다. 지금 아까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우울증 약의 종류가 10가지가 넘기 때문에 1번 약으로 안 되면 2번 약으로 하고 2번 약이 안 되면 1번, 3번 약을 병합 요법을 하고 여러 가지 치료 전략이 있는데 처음에 이게 잘 안 듣는다고 해서 내가 우울증 약이 나한테 안 맞는구나라고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앵커]
어떻습니까? 교수님, 이게 다 낫습니까. 아니면 안 낫는 경우가 더 많은 겁니까?

[인터뷰]
난치성이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저희가 치료 전략이 있어서 1단계에서 치료가 안 되면 2단계로 넘어가고 3단계로 넘어가고 결국은 치료가 됩니다. 맨 마지막에 치료가 정 안 되는 경우는 입원 치료를 고려를 하고요. 입원해서 여러 가지 방법에서 또 해결이 안 되면 전기충격요법이라는 것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일반 약물보다는 효과가 아주 높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보통 사람들이 그 요법을 선택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입원까지 해서 이렇게도 치료하고 저렇게도 치료해서 정 안 되는 경우에는 그런 방법도 있고 그런 방법을 통해서 결국은 다 치료가 된다라는 말씀이고요. 물론 그전에 우울증 약만 먹고 또 상담만 받는 것만 해도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쉽게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 면에서는 마음의 감기다. 그러니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 그것도 중요한 것이겠죠.

교수님, 우울증을 주위에 앓으시는 분들, 주위 가족들이나 이런 분들은 안타깝고 그러니까 좀 더 의지를 가져라. 그리고 나가서 햇빛도 보셔라, 운동 좀 하셔라라고 조언을 하는데요. 사실 본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그것조차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인터뷰]
그게 대표적인 오해 중에 하나인데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얘기하지만 마음의 골절이라고도 얘기하거든요. 마음이 부러진 상태인데 우리가 인체에 골절이 있으면 처음에 아프니까 깁스를 한 채 진통제를 먹으면서 한 달 동안 뼈가 아물 때까지 기다리거든요. 그래서 깁스를 풀고 활동을 하는데 우울증 환자도 마찬가지거든요. 크게 상처 받아서 사랑하는 가족이 사망한 지 3일밖에 안 돼서 우울증이 너무나 심한 상태인데 밖에 나가서 산책하십시오, 운동하십시오. 이렇게 얘기하는 건 고문이거든요.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어떤 적절한 치료가 병행된다는 과정 하에서는 일시적으로는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시간도 일정한 부분 필요한 거군요.

[인터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그 상처를 아물 때까지 힘들었던 것을 항우울제를 드시면서 견디는 거거든요. 항우울제를 절대로 근본적인 치료가 아닙니다. 그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는, 고통이 있는 것을 잘 견디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 보증을 잘못 서서 빚이 생겼다든지 사별했다든지 실직했다든지 이런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
교수님, 마지막으로 우울증 앓고 계신 분들, 또는 그 가족들한테 이 얘기는 꼭 드리고 싶다라는 말씀, 지금 제가 못 여쭤본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인터뷰]
우울증은 누구나 생길 수 있습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지 사건, 사고, 질병이 생길 수 있고 그것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우울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는 것만큼 또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꼭 만약에 우울증이 있는 분들은 주변의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거나 또 약물치료를 하기를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앵커]
홍창형 교수님의 조언 들었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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