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재판은 곧 정치다", 사법 정치화 논쟁

[뉴스인] "재판은 곧 정치다", 사법 정치화 논쟁

2017.09.01.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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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입니다.

한 손에는 법전,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기울지 않는 공정한 심판을 하라는 뜻으로, 그간 판사의 의무라고 여겨졌지요.

특히 '정치'와 관련한 법관 개개인의 의견에는 더욱 엄정한 잣대를 대곤 했는데요.

그런데 한 판사가 "법관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리면서 '사법의 정치화' 공방이 법원을 달구고 있습니다.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건 인천지법 오현석 판사입니다.

재판은 곧 정치라고 할 수 있다며, 판사들 저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아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대한 다소 파격적인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남의 해석일 뿐인 대법원의 해석, 통념 등을 양심적 판단 없이 주장하거나 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오현석 판사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입니다.

올해 초 법원행정처 간부가 행사 축소를 지시해 논란을 빚은 세미나를 주최했던 연구회였고요.

이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오 판사는 이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열흘 넘게 단식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오 판사의 글에 반박 글도 이어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개인의 정치적 표현은 보장돼야하지만, 법관이란 지위와 결합됐을 때는 그런 논의조차 삼갈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고요.

또 다른 부장 판사는 정치 성향을 드러낸 채 재판하는 건 헌법상 탄핵 대상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판사들의 정치 편향성 발언이나 행동은 그동안에도 논란을 낳았습니다.

류영재 판사는 지난 5월 대선 다음날 '오늘까지의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이란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고요.

지금은 퇴직한 최은배 당시 부장판사도 지난 2011년 한미 FTA 반대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라는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역시 현재 퇴직한 이정렬 당시 부장판사도 '가카새끼 짬뽕' 이라는 글로 이 전 대통령을 조롱해 논란이 됐었지요.

새로 지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진보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또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입니다.

법원 안팎에선 김 후보자의 성향이 사법부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터라, '사법의 정치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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