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상 받으며 동료 피살 비보 받은, 시리아 구호단체 '하얀헬멧'

평화상 받으며 동료 피살 비보 받은, 시리아 구호단체 '하얀헬멧'

2017.08.14. 오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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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국과 시리아에서 거의 같은 시간 전해진 두 장의 사진입니다.

만해 축전 평화상을 받은 시리아 구호단체 '하얀 헬멧'의 대표 알 살레의 모습인데요.

살레는 시상식으로 이동하던 차 안에서 신음하며 울었습니다.

시리아 급진 반군 지역 이들리브주 구조 센터에서 동료 7명이 피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겁니다.

평화상 수상과 동시에 동료들의 피살 소식을 받아든 겁니다.

'하얀 헬멧'은 하얀색 헬멧을 쓰고 시리아 내전 현장을 누비며 민간인을 구조하고 돕는 민간 구호단체입니다.

지난해 시리아 알레포에서 구조돼 피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초점을 잃고 앉아있던 알레포 꼬마도 하얀 헬멧이 구조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공식 설립 이후 현재까지 10만 명에 가까운 민간인들을 구조했는데요. 이들의 활약이 알려지며 2016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또 지난해 화제가 됐던 이 장면, '하얀 헬멧의 눈물' 기억하십니까.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후 한 달 된 갓난아기를 구한 뒤 흙 먼지로 범벅이 된 아기를 안고 오열하던 '하얀 헬멧' 아브 키파의 모습입니다.

전 세계를 울렸던 장면이죠.

이번에 피살된 7명의 대원 중 이 아브 키파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간 전투기 공습이나 폭탄 테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하다가 하얀 헬멧 대원이 피해를 당하는 건 전쟁터이기에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입니다.

하얀 헬멧 구조센터가 공격의 대상이 된 겁니다.

거기에다 대원들은 하나같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숨져있었습니다.

이른바 '처형식'이었던 겁니다.

동료들이 숨진 현장을 발견한 대원들은 망연자실했고, 장례식에 참석한 지역 주민들도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어렵사리 마음을 추스르고 만해 평화상 수상 소감을 위해 무대에 오른 살레는 이런 수상 소감을 남겼습니다.

"전쟁은 삶을 무너뜨렸고 인간성을 흐렸습니다. 하얀 헬멧은 총이 아니라 '들 것'을 선택하며 구조 활동을 통해 시리아인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레는 오늘까지 예정돼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시리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는데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치 염원하듯 "시리아에 평화를"이라고 백담사에서 적은 이 기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아직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번 공격은 국제 사회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상은 평화를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가혹하게 들이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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