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그슬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이대로 괜찮나?

'불에 그슬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이대로 괜찮나?

2017.04.12.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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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존재가 알려진 이후 지금껏 실물을 볼 수 없었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지난 10일 한 장의 사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불에 그슬린 상태로 말이죠.

2015년 소유자인 배익기 씨의 집에 난 화재로 훼손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유자인 배 씨가 직접 공개한 사진입니다.

오늘 치러지고 있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의 국회의원 재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배익기 씨는 재산을 1조 4800만 원으로 신고하려다 무산됐습니다.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 이 훈민정음 상주본을 재산으로 쳤던 건데, 상주시 선관위가 "실물 소유를 확인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죠.

그러자, 실제로 갖고 있다며 공개한 겁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무엇이길래, 1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걸까요?

한글 창제의 원리와 해석, 용례를 자세히 적고 있는 책입니다.

사실 이 해례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한글이 과학적인 글자라는 걸 증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전엔 화장실 창살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등 일제의 왜곡이 많았는데요.

훈민정음 해례본은 2개로 간송미술관에 보존돼 있는 '간송본'이 있고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으로 불리는 이 해례본에는 간송본보다 더 자세한 해설이 담겨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값을 매겨 놓긴 했지만, 1조 원보다 이상에 방점을 찍어야 그 가치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주 중요한 국가 보물인 거죠.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2008년 7월 집을 수리하다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공개했던 배 씨.

하지만 골동품 거래상인 조 모 씨는 배 씨가 고서적을 사가면서 상주본을 훔쳐갔다며 고 씨를 고발했고, '주인 논란'이 일었습니다.

민사소송에선 조 씨가 이겼고, 형사소송에선 배 씨가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조 씨에게 소유권이 있지만, 배 씨가 훔친 것은 아니라는 애매한 판결이 나온 겁니다.

조 씨가 숨지기 전 되찾으면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며 기증식까지 했고, 현재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자인 배 씨는 국가에 내놓는다면 대가로 천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배익기 /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 (천억 원을 달라 그러셨죠?) 주운 돈도 10분의 1은 준다니까 그러면 한 1,000억 원을 줄 수 있겠느냐. 그러면 나도 더 피차 없었던 일로 하고...]

그리고 최근 '상주본'은 배 씨의 국회의원 선거 공약이 됐습니다.

당선되면 국보 1호로 지정해 박물관 건립하고 보관하겠다, 완전히 공개하겠다 이런 선거 공약을 내세운 건데요.

국가에 내놓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이 국가 보물은 철저한 관리도 없이 어딘가에 깊이 숨겨져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인도 요청서'를 보냈고, 계속 버티면 배 씨에게 반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만,

검게 그을린 국보급 문화재의 모습을 지켜봐야만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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