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파일] '촌철살인' 지식인 할아버지의 작별인사

[인물파일] '촌철살인' 지식인 할아버지의 작별인사

2017.03.02. 오후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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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는 몇 살인가요?"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답변을 기다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코너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어떤 답변이 달렸을까요?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

이런 재치있는 답글이 달렸습니다.

실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산타는 부모님이라는 거죠.

네티즌 사이에 '지식인 할아버지'로 유명한 조광현 할아버지의 답변입니다.

지식인 할아버지가 작별인사를 전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너무 돌보지 못한 탓으로 이제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지난 24일 할아버지가 블로그에 올린 작별인사입니다. 대장과 신장암 수술로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 게다가 망막 수술을 받아 시력도 급격히 나빠진 상태라고 합니다.

올해 새해 소원도 "이번 한해만이라도 세상을 뜨지 않게 되기를" 이었습니다.

조광현 씨는 원래 치과 의사였습니다.

올해로 여든두 살.

1998년 당뇨가 심해지면서 30년 넘게 운영하던 치과 의원의 문을 닫았는데요.

그때 사위가 적적하실 장인을 걱정하며 사다 준 컴퓨터가 '지식인 할아버지'로서 새 삶을 열어줬습니다.

인터넷을 익힌 후 2002년부터 3만 건이 넘는 질문에 답을 해줘 '국민 궁금증 해결사'로 불렸습니다.

뒤늦게 배운 컴퓨터에 독수리 타법으로 친 짧은 답변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였습니다.

할아버지의 답변을 좀 더 볼까요?

"잇몸이 아플 땐 어떤 성분을 먹어야 하나요?" "먹지 말고 치과에 가세요"

"공부를 안 하는데 욕을 해달라"는 요구에는 "공부도 안 하려면 개사료나 먹고 살거라, 이 못된 놈아"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지식인에서 할아버지가 유명해지면서 올라온 "조광현 할아버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1. 나다/ 2. 너희 할아버지한테도 반말하냐?"며 손자를 대하듯 호통 답변을 달기도 하셨습니다.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거침없는 지식인 할아버지의 답변. 연륜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할아버지의 작별인사에는 5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는데요.

"덕분에 힘을 얻었다"는 감사인사도 있지만, "아직 떠나실 때가 아니니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시라"는 내용의 댓글이 가장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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