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편의 영화 역사'...임권택 감독

'101편의 영화 역사'...임권택 감독

2013.04.02.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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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외길을 걸으며 101편의 작품을 만든 분입니다.

만다라, 서편제, 취화선 등 한국인만의 고유한 정서를 담아낸 작품으로 세계에 우리 영화를 널리 알린 분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딴 박물관이 개관했다고 합니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오늘 이슈&피플에 출연해 영화 인생 52년의 뒷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건강을 위해 매일 1시간 쯤 걷는다며 삶 자체에 시달림 없이 철없이 사는 것이 젊음의 비결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데뷔 후 10년 동안 50여 작품을 마구잡이로 찍었다며 그 작품들이 불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라고 밝히고 그 작품들의 판권은 제작사가 가지고 있고 자신은 권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당시 자신이 썼던 일기도 보았더니 다 거짓말이고 자기 합리화로 가득했다며 너무 창피해서 일기조차 다 태워버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임 감독은 사실 지금까지 연출한 101편 가운데 절반은 부끄러운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또 "우연히 TV에서 60년대 저질영화를 봤는데 자신이 찍은 영화인 줄도 몰랐다며 얼마나 옛날 영화를 부끄럽게 생각했으면 그 영화 타이틀이 뭐였는지 누구와 같이 촬영했는지도 모르겠더라"고 밝혔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그러나 지금의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고 영화 역시 1973년 '잡초'를 기점으로 좀 괜찮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를 통해 꿈을 실현한다거나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고 당시 한국 전쟁 끝날 무렵 우연히 영화 '장화홍련전' 제작부에서 잡심부름을 하는 심부름꾼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당시 먹고 살기 힘들었는데 영화계에서 일을 하면 먹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이유로 영화계에 입문했다고 말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만다라'라는 영화라면서 1981년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했는데 감독으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감독은 특히 유럽 친구 한 사람이 2년 전에 '만다라'를 다시 봤는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면서 다시 세계 시장에 배급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만다라'는 30년 전 영화라 재 배급된다 하더라도 성공하긴 힘들겠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대표작으로 '만다라'를 꼽는다고 말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최근 부산에 세워진 '임권택 영화박물관' 개관에는 아내도 한몫 톡톡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임 감독은 아내가 자신의 물건들이 많이 모아뒀다며 일하면서 썼던 모자, 운동화는 물론 작품에 관련된 소품도 있다면서 그런 것들이 이번 임권택 박물관에 전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호준석 앵커가 과거 배우였던 임권택 감독 아내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다며 깜짝 출연을 시켰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아내, 채령 씨는 임권택 씨가 남편으로는 60점이지만 인간 임권택은 80점이라며 영화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임권택 감독은 부끄러워하며 아내는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자신과 부부될 가능성이 없었던 사람이라며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90점 이상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아들 권현상 씨의 배우 활동과 관련해 자신은 잘 안 보는데 집사람은 잘 보는 것 같다며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임권택 감독의 아내, 채령 씨는 아들이 제대로 된 작품을 할 때까지 보지 말라고 한다며 자신은 아들의 그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앞으로 100세 시대에 할 줄 아는 게 영화이어서 아마도 가능하면 영화를 더러 만들게 될 것이라며 지금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02번 째 영화가 올해 가을이나 여름 쯤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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