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그리스, 더 가까워지기를...

한국과 그리스, 더 가까워지기를...

2018.06.10. 오후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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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용사 드라코스 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만나러 종종 이곳에 옵니다.

스무 살 나이에 포연이 자욱한 한국 땅을 밟은 그에게 전쟁의 기억은, 구순을 앞둔 지금까지 또렷합니다.

[스틸리아노스 드라코스 / 87세·한국전참전용사협회 회장 : 고지에서 그리스군과 한국군이 함께 전투하며 흘린 피가 이곳에 와있기 때문에 이 기념비는 무덤과도 같습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그리스는 만여 명의 병력을 파병했습니다.

당시 전사한 그리스 군인은 186명, 부상자는 6백 명이 넘습니다.

그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대사관은 매년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데요.

하지만 고령인 탓에 참석자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임수석 /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 : (참전용사들은) 한국이 큰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국을 늘 친근감을 갖고 애정을 갖고, 한국과의 관계가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전에 참전한 그리스군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한국인도 있습니다.

1950년 한겨울 살얼음 낀 대동강을 헤엄쳐 피난길에 오른 열다섯 살 소년.

가까스로 남쪽으로 왔지만 먹고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떠돌이 생활을 전전하다 해외 파병부대에서 지원병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서를 냈는데요.

당시 강원도 철원에 주둔한 그리스군 부대에서 통역을 맡으며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리스군이 철수하면서 함께 삶의 터전을 옮겨온 소년은 어느덧 팔순 노인이 됐습니다.

[장여상 / 82세·한국전 당시 그리스군 통역 : 그리스 군인들이 만 명 이상 한국에 참전했는데 모두가 다 저를 상당히 사랑해줬어요. 그래서 그리스에 와서도 각 지역에서 그분들이 저를 초대해서 외롭지 않게 도와주고….]

현재 그리스에 생존한 참전용사는 천여 명.

더 늦기 전에 한국과 그리스 청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드라코스 / 87세·한국전참전용사협회 회장 : 세상을 떠나기 전 남은 염원이 있다면 저희가 씨를 뿌린 양국 간의 친선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국과 그리스 청년들이 노력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