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노숙인 머리 제게 맡기세요" 호주의 이발사 최대성 씨

[청춘 세계로 가다] "노숙인 머리 제게 맡기세요" 호주의 이발사 최대성 씨

2018.04.15. 오전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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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낯선 곳에 이민 간 초기엔 자신의 몸조차 돌보기 힘들어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신의 꿈을 이뤄가면서 남을 위한 삶도 실천해가는 호주의 한인 청년이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의 이발사, 최대성 씨인데요.

윤영철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호주 멜버른의 한 종교 시설, 이곳은 매주 토요일이 되면 노숙인 지원 시설로 탈바꿈합니다.

화장실은 임시 이발소가 됐습니다.

이발사는 한인 동포 최대성 씨입니다.

호주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 씨는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이발 봉사를 합니다.

요구한 대로 나온 머리 스타일을 보자 노숙인들도 만족을 표합니다.

[최대성 / 이발사 : 사실 토요일에는 머리를 자르기 전이든 자르고 나서든 살짝 힘듦이 몰려와요. (그런데) 사실 이발사라는 직업을 알고, 이발사로서 살아갈 기회를 준 건 사실 호주거든요? 저한테 행복을 준 나라한테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다는 그 부분이 가장 보람된 것 아닌가….]

지금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성 씨는 원래 요리사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군 제대 직후 집에서 우연히 본 패션쇼 동영상이 그를 이발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최대성 / 이발사 : 패션쇼를 보는데 옷보다 머리와 메이크업이 더 궁금하더라고요. 이런 걸 어떻게 하는지,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호기심에서 무작정 시작한 것 같아요.]

해외 진출을 꿈꿨던 대성 씨는 2010년 호주로 건너와 집 근처 이발소에 취직했습니다.

4년 전 열린 호주 헤어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1년 전부터는 직원이 아닌 사장으로 자신의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대성 / 이발사 : 직원으로 있다 보면 한계가 있는 거예요. 뭐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간에.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그러면 내가 가진 색깔을 한번 보여주자 해서 이발소를 시작하게 됐고….]

호주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도 잊지 않았던 건 나누는 삶에 대한 소신이었습니다.

4년 전 아프리카 봉사 활동을 다녀온 이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김청기 / 한국인 직원 : 대단하죠. 저희는 온종일 서서 일하고 끝나면 완전 녹초가 된 상태고 힘든 상태인데 정리해서 그쪽으로 가서 노숙인을 돕고 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발 봉사에서 나아가 대성 씨는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최대성 / 이발사 : 사실 노숙인이 된다는 건 직업이 없단 거거든요. 저희가 그 (노숙자들이 일할) 공간을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노숙인 분들이 이발사로서 사회에 다시 자립할 그런 기회를 / 더 노력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이분들한테 제가 받은 축복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YTN 월드 윤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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