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쓰는 일기] 빈민촌 환자 돌보는 의사, 강호

[거꾸로 쓰는 일기] 빈민촌 환자 돌보는 의사, 강호

2017.09.17. 오전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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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파울루의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빈민촌에 다녀왔다.

흙바닥 위 위태로워 보이는 판잣집 사이로 아이들의 얼굴이 보인다.

6.25 전쟁 당시 배고픔에 굶주려 하루하루 절망적이던 내 어린 날이 겹쳐 보였다.

[강 호 / 의사 : 저와 같이 태어난 사람들이 저보다 많이 불행한 것을 보고, 왜 나는 괜찮게 사는데, 왜 나만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나 의문을 가졌어요.]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남성은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목을 다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아내 혼자 일하며 남편과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음을 다해 꼭 끌어안자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누군가 희망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다린 듯했다.

[강 호 / 의사 : '나는 뭘까?'하고 '내가 저 사람이 되고 저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마음도 들고, 그래서 제가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한 도와야겠다….]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닌 지 벌써 18년이 지났다.

지인의 부탁으로 모잠비크로 떠난 첫 의료봉사.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어려운 나라를 돌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강 호 / 의사 : 제가 태어날 때는 아무런 재능이 없었는데,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사회로부터 재능을 받지 않았어요? 그러면 내가 받은 모든 능력을 나만 소유하고 있기보다는, 모든 재능과 소유를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0년 전 과테말라에서 만난 마리아.

통역을 도와주던 고등학생이 소아과 의사가 됐다.

우리 팀의 활동에 감동해 의사의 길을 택했는데, 이제 봉사활동까지 늘 함께한다.

[마리아 / 동료 의사 : 의료 혜택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계속 함께 봉사하고 있습니다.]

빈민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사이, 내 삶은 더욱 행복해졌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남은 삶 역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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