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원래는 믈지게였다?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원래는 믈지게였다?

2016.08.15. 오전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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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와~ 저도 어릴 땐 무지개가 하늘에서 내려온 다리라고 믿었어요. 

그땐 저도 참 순수했는데 말이죠.

[정재환] 
저도 말이죠. '선녀들이 목욕하러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 그 말을 믿었었죠. 그런데 말이죠. 이 '무지개' 언제부터 썼죠? 

[조윤경]
15세기 '용비어천가'와 같이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문헌에 등장합니다. 

내 百姓(백성) 어엿비 너기샤
→(이 태조는) 내 백성을 가련하게 생각하시어
長湍(장단) 건너 제 므지게 예니다 
→장단을 건너실 때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은 것이다
- 용비어천가 中 -

[정재환]
예전에는 무지개를 '므지게'라고 했군요?

[조윤경]
선조들은 무지개가 물방울의 반사체라는 것을 알고 이름을 붙일 때 '물'을 이용했습니다. 

물의 15세기 형태인 '믈'에서 'ㄹ'이 탈락한 '므'에 '지게'가 붙은 말이죠.

[정재환]
지게요? 어깨에 메는 지게는 아니겠죠?

[조윤경]
아닙니다. '지게'는 예전에 문(門)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마루나 부엌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외짝문을 가리키는데요.

이 문틀 윗부분이 둥근 타원형으로 되어 있어 이것이 무지개와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정재환]
그러니까 '물로 만든 외짝문' 그런 뜻이었군요? 

[조윤경]
네. 맞습니다. '믈지게'가 '므지게'가 되고, 이것이 원순모음화를 일으켜 '무지게'가 됐습니다. 

최종적으로 'ㅔ'가 'ㅐ'로 변화해서 오늘날의 '무지개'로 정착한 것이죠.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무지개'입니다. 

[조윤경]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나타나는 반원 모양의 일곱 빛깔의 줄인데요. 

'물'에서 'ㄹ'이 탈락한 '무'에 문을 뜻하는 '지게'가 붙은 말에서 유래됐습니다. 

[정재환] 
비 온 뒤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죠.

[조윤경]
어렸을 땐 무지개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참 궁금했는데요.

바쁘다 보니 동심을 잊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비오고 난 뒤 무지개를 꼭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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