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나다'의 거덜은 신분이었다?

'거덜나다'의 거덜은 신분이었다?

2015.08.31. 오전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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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쇼핑에 나선 여자, 마음에 드는 블라우스를 사니 블라우스에 어울리는 치마가 눈에 들어옵니다.

치마를 사니 이번엔 구두가, 구두를 사니 가방까지, 영수증 불어나는 건 순식간이죠.

이러다 살림 다 거덜 나는 건 아닌가요?

[이광연]
쇼핑의 유혹 정말 거부하기 힘들죠.

[정재환]
하지만 살림이 거덜 날 정도의 과소비는 경계해야할 유혹 중 하나인데요.

[정재환]
여기서 '거덜 나다'는 재산이나 살림이 여지없이 없어진다는 뜻인데 어떻게 이런 뜻을 갖게 된 건가요?

[이광연]
해답의 실마리는 바로 '거덜'에 있습니다.

[이광연]
조선시대에는 가마나 말을 관리하던 사복시라는 관청이 있었습니다.

본래 거덜은 사복시에서 일하던 하인을 가리키는 말이죠.

[정재환]
아~ 거덜이 신분을 나타내는 말이었군요.

어떤 일을 했던 사람들인가요?

[이광연]
주로 말을 돌봤는데 궁중의 행차가 있을 땐 맨 앞에서 길을 틔우는 역할도 했다고 해요.

[정재환]
아~ "쉬이 물렀거라 상감마마 행차시다"

[이광연]
네, 맞습니다. 신분은 비록 하인이지만 행차 때만은 높으신 분들을 모신다는 우월감에, 몸을 과장되게 흔들며 걸었다고 하는데요.

이 흔들거리며 걷는 모습에서 '재산이나 살림이 흔들려 결단 나다' 라는 의미가 생겨나면서 '거덜 나다' 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거덜 나다' 입니다.

[이광연]
조선시대 궁중에서 말을 돌보던 하인 신분인 '거덜'의 행동에서 유래된 말로 재산이나 살림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짐 또는 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결단남을 뜻하는 말입니다.

[정재환]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행동이 결국 거덜 나는 결과를 가져온 거군요.

[이광연]
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분수에 맞는 태도, 생활방식을 지켜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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