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잃은 채 불을 밝혀온 호미곶등대

주인을 잃은 채 불을 밝혀온 호미곶등대

2017.09.25. 오전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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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의 호미곶.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이곳은 아름다운 경관으로도 유명하지요.

호미곶에는 아름다운 바다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경상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된 호미곶등대, 그 크기와 아름다운 외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등대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 문양 조선왕실의 상징인 오얏꽃인데요.

과연 누가, 왜 조선왕실의 상징을 등대에 새겨넣은 것일까요?

19세기 후반, 외국의 강력한 압력에 조선은 결국 항구를 개방하는데요.

개항과 함께 인천과 원산, 부산 앞바다에는 외국 상선들이 모여들었고 이후 이들은 등대를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일본의 요구는 노골적이었는데요.

팔미도등대를 시작해 수많은 등대를 우리 돈으로 세우도록 요구합니다.

제국들의 거듭되는 간섭에 깊은 고민에 빠진 고종, 마침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로 결심하는데요.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한 후 우리나라 최초의 군함 광제호를 도입해 연안경비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01년 포항에 호미곶등대를 건설하기 시작하는데요.

등대 곳곳에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을 새겨넣어 우리의 손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 의지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등대가 다 지어지기도 전인 1905년, 일본은 을사늑약을 체결하는데요.

이와 함께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잃으며 국운을 다해가기 시작했고 1907년 호미곶등대는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 바다를 지키기 시작합니다.

왕실의 상징들을 지니고도 주인을 잃은채 불을 밝혀온 호미곶 등대.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가 담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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