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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특별기획] 메콩강에 울려 퍼진 기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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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7-12-17 02:37
주홍빛 승려들의 행렬로 아침을 여는 곳.

여기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땅, 라오스입니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가 펼쳐지는데요.

이곳에 라오스에 단 하나뿐인 체육 전문학교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체육 특기생들이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는 곳!

33도가 넘는 무더위에 학생들의 훈련 열기까지 더해져 체육관은 그야말로 '찜통'입니다.

한쪽에선 가라테, 또 한쪽에서는 역도와 유도 수업이 열리고 있는데요.

하얀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연마하는 학생들이 눈에 띕니다.

[콴짜이 씨파섯 / 폰사완 체육학교 6학년 : 최고의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어요.]

[분딧 분양 / 폰사완 체육학교 6학년 : 저는 여기서 태권도 수업만 선택해 듣고 있어요. 태권도만이 제 흥미를 끄는 스포츠였거든요.]

열여덟 살 분딧은 태권도팀의 유망주입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티브이에서 태권도 경기를 본 분딧은 절도 있는 태권도 동작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태권도 국가대표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4년 전 가족 품을 떠나왔는데요.

매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고된 훈련에도 웃을 수 있는 건,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일 년에 두세 번뿐.

훈련이 끝나고 기숙사에 온 분딧은 오늘도 시골에 계신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는데요.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꼭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분딧 분양 / 폰사완 체육학교 6학년 : 최고가 되고 싶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이 나라를 위해 가능한 많은 메달을 따올 것입니다.]

분딧의 간절한 꿈을 먼저 이룬 라오스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입니다.

내년 8월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는데요.

[위라이 핍마손 / 라오스 태권도 국가대표팀 선수 : 태권도 국가대표팀에 들어오게 돼서 기쁘고 저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사실 라오스에 대한민국 태권도가 도입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75년 우리나라와 단교 이후 1995년 다시 수교를 맺기까지 북한 태권도가 먼저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진정우 / 국기원 파견 사범 : 이전에는 북한 태권도가 많았는데 제가 이제 국기원 소속으로 와서 많은 노력 끝에 국기원 태권도로 많이 바뀌게 된 거죠.]

지난 2009년 라오스에 건너온 진정우 감독!

태권도 불모지 라오스에서 국가대표팀을 꾸려 대한민국 태권도 역사를 다시 써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20~30명 남짓하던 태권도 인구가 이제 100배로 커졌습니다.

[짠타봉 판야시리 / 라오스 태권도협회장 : 지금은 비엔티안에 10개가 넘는 도장에서 태권도를 하고 있고, 지방에도 열 군데가 넘는 태권도장이 있습니다. 이제 라오스 태권도 인구는 2천 명이 넘어요.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죠.]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큰 경기에서 메달을 딴 경력은 많지 않은데요.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경쟁을 꿈꾸며 오늘도 늦은 밤까지 대표 팀의 기합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사람들이 태권도를 배우러 왔는데요.

라오스 공안부 소속 경찰들입니다.

[께 사다 / 라오스 경찰 : 유도같이 가까운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일대일 전투에 쓰이는 다른 무술보다 태권도가 더 많이 활용될 것 같습니다.]

[케 우돈 / 라오스 경찰 : 경찰의 업무는 시민들을 안전하게 해주는 거죠. 그래서 태권도를 배웁니다.]

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자를 상대해야 하는 경찰들!

국가대표팀과는 교육법도 좀 다릅니다.

[진정우 / 국기원 파견 사범 : 경찰 쪽은 첫째로는 정신력, 그리고 체포술을 많이 가르치고 있는데 범인을 제압한다거나 할 때 정신적인 훈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일부분인 태권도.

라오스인들의 생활 곳곳에 대한민국의 국기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입니다.

메콩 강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한국인은 50명도 채 살지 않는 곳입니다.

과연 이곳에도 태권도가 전파됐을까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태권도장으로 향하는 스물다섯 살 청년 쑥산!

변변한 간판조차 없는 자그마한 도장이지만 매일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쑤카 폰 / 수강생 : 태권도 훈련받는 게 너무 좋아요. 발차기도 좋고, 찌르기도 좋아요. 발차기 기술을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요.]

[탓사 몬 / 수강생 : 내년 2월 비엔티안에서 태권도 대회가 열리는데 거기 출전해서 저와 우리 태권도장을 위해 메달을 따오고 싶어요.]

태권도 수련생은 열두 명 남짓.

도장이 좁아서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쑥 산 / 루앙프라방 1호 태권도장 사범 : 학생들을 더 받고 싶지만 도장이 작아서 다 받아줄 수가 없어요. 도장이 더 커서 학생들을 더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 수업에 2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하루에 두 번 수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10년 전 한국에서 온 봉사 단원에게 태권도를 처음 배운 쑥산 사범.

하지만 몇 년 뒤 한국인 봉사 단원이 고국으로 돌아간 후, 더 이상 태권도를 배울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루앙프라방에서 태권도 기합소리를 들을 수 없었는데요.

이곳에서 11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동포 손미자 씨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 쑥산 사범을 찾아갔습니다.

[손 미 자 / 라오스 동포 :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니까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으면 좋겠다…. 누구나 배우고 싶어 하는데 아직 수요에 맞는 공급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또 한국사람으로서 (쑥 산에게)고마워요.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

루앙프라방 태권도장 1호, 아직 이름조차 없는 태권도장은 지난해부터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수련생들은 한 달에 우리 돈 3만 원을 냅니다.

도장 운영비를 내고 남은 돈이 쑥산 사범의 월급인 셈입니다.

쑥산 사범의 꿈은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는 것도, 금메달을 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루앙프라방에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 그리고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쑥 산 / 루앙프라방 1호 태권도장 사범 : 제자들을 잘 가르쳐서 각자 도장 사범님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가르친 제자들이 또 자신만의 도장을 차려서 루앙프라방에서 태권도 교육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태권도는 일상생활이자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크고 거창한 꿈이 아니면 어떤가요.

한국인이 50명도 살지 않는 이 도시에도 태권도 기합이 울려 퍼진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찰 뿐입니다.

'메콩강' 줄기를 따라 태권도 열풍이 가장 뜨겁게 불고 있는 곳!

바로 태국입니다.

태권도 인구 100만 명!

각종 문화 행사 때마다 태권도 공연이 빠지지 않는데요.

태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임이문 / 행사 참가자 : 예전에는 유도밖에 몰랐는데 지금은 태권도랑 상대가 안 될 것 같아요. 태권도가 더 강인해요.]

[노광일 /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 : 태국 내에서 태권도 열풍은 대단합니다. 태국 국가대표 사범도 한국분이 맡고 있고, 또 은메달, 동메달을 지난 올림픽에서 딴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앞으로 태국 사람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아마 태권도 (종목)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에타이의 나라 태국.

태권도 열풍이 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태권도장에 꼬마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바닥을 구르고 친구들과 장난치기 바쁜데요.

태권도 수업이 시작되자 장난기는 온 데 간 데 사라집니다.

[리나 / 수강생 :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고요. 코치도 되고 싶습니다. 태권도 선배들이 보상도 받고 유명해지는 것도 봐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건강해지고도 싶고요.]

[티케이 / 수강생 : 이대훈 선수처럼 겨루기를 잘하고 싶어요.]

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태권도 교육 붐이 불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자녀를 태권도장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데려가고…

하루 서너 시간이 족히 걸리는 이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는 뭘까요?

[쏨문 / 태국 학부모 :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질서와 규율을 지키게 됐고 건강해졌어요. 아픈 적도 없고 친구들과의 친화력도 생겼지요.]

[분짠 소피 / 태국 학부모 : 전에는 아이가 몸이 안 좋았거든요. 알레르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태권도를 하고 강해져서 저도 아들이 계속 배웠으면 좋겠어요.]

신체 단련뿐 아니라 엄격한 규율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태권도!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실력에 따라 차근차근 올라가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입니다.

[박희강 / 태권도 사범 : 흰 띠에서는 뭘 배우고, 노랑 띠에서는 뭘 배우고 그런 체계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동기 유발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에타이는 띠 체계가 없고 무조건 실전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요.]

태국은 태권도 강국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연속으로 메달 획득에 성공했습니다.

[최영석 / 국기원 파견 사범 : 선수와 지도자 간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훈련할 때도 지도자가 무언가를 가르쳤을 때 선수들이 지도자를 믿고 습득할 수 있고, 흡수할 수 있고. 서로 간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부터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영석 감독!

당시 계약 기간은 6개월이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 더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오죽하면 그는 '6개월을 6년처럼 보냈다'고 회상합니다.

마침내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최 감독을 이번에는 선수들이 붙잡았습니다.

[최영석 / 국기원 파견 사범 : 생각지도 못했던 큰 대회에서 성과가 나오니까 저를 조금 더 믿어주고, 이 사람이 가르치는 대로 하면 이길 수 있고, 뭔가 조금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줬던 게 저는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아요.]

2년 뒤 이번에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태국 태권도 사상 첫 동메달이 나왔습니다.

태국 정부는 메달을 안겨준 최 감독에게 외국인 최초로 왕실 훈장을 수여했고, 태권도 전용 체육관도 지어줬습니다.

국가대표 훈련장은 실전 경기를 방불케 합니다.

전자호구를 차고, 심판까지 세운 뒤 훈련을 하는데요.

아직 올림픽에서는 한 번도 따지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단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습니다.

[파니팍 웅파타나낏 /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 : 목표는 다가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거예요. 최선을 다해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한프랍 /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 :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지금 훈련에 집중하고 있고요. 제 임무를 다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무도를 넘어 이제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태권도.

그동안 너무 가까이 있어 우리만 그 가치를 몰라줬던 건 아닐까요?

종주국의 명예와 자부심.

이제는 전 세계 태권도인과 함께 지켜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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