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스페셜] 2015 농어촌 희망 프로젝트 '농비어촌가' : 붉은 재앙, 적조

[YTN 스페셜] 2015 농어촌 희망 프로젝트 '농비어촌가' : 붉은 재앙, 적조

2015.09.28.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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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양식장의 물고기를 떼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청객 적조.

어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김현수, 어업]
"매년 이렇게 (적조가) 오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조와의 한바탕 전쟁이 시작됐다!

8월 중순, 남해 앞바다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며 적조가 본격 출현하기 시작했다.

적조방제를 위해 바다엔 황토가 살포됐고, 현장에선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급 상황 보고가 이어졌다.

[정명근, 남해군청 해양수산과]
"현재 우리 군이 (적조) 피해가 있는 곳이 서면 장항지역, 남면 유구, 상주면 노도 안쪽에 (피해가) 있고 미조면 쪽에도 일부 위치하고 있습니다. 해상 가두리에서 양식을 하는 양식 어류 숫자는 3,730만 마리 시가로 따지면 약 천억 원 이상의 양식어류를 사육을 하는 실정입니다."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상황.

바다엔 거대한 황토 살포선을 중심으로 작은 어선 3,40척이 주변을 돌며 물갈이 작업을 펼친다. 황토를 잘게 쪼개어 적조에 잘 흡착되도록 돕는 작업이다.

하루 아침에 불어난 적조 탓에 이른 새벽부터 함께 나와 묵묵히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적조 방제작업은 어업인 모두가 촌각을 다퉈 힘을 보태야 하는 일이 되었다.

[김현수, 어업]
"5일 전만 해도 별로 심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적조가 심하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물고기가)죽어서 엄청나게 마음이 아팠고 같은 어업인으로서 마음이 안타깝죠."

30도를 웃도는 고온다습한 날씨.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엔 이른 아침부터 적조가 나타난다.

가두리 양식장의 물빛은 한치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짙어졌다.

물고기의 집단 폐사를 막아야 하는 어민의 손길이 더욱 바빠진다.

[이용택, 양식업]
"산소발생기입니다. 여기에서 산소를 만들어서 양식장에 넣어주고 있습니다."

어민은 양식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산소발생기에 의지해 양식장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용택, 양식업]
"작년에도 (적조로 인해서) 피해를 봤고 몇 년 전에도 피해를 봤지만 지금은 며칠째 방제작업을 하고 있어서 아직 폐사는 안 생기고 있습니다."

폐사하기 전에, 애써 키운 물고기를 헐값에 내다 팔아야하는 심정은 어떨까?

지금의 방제작업이 어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인 셈이다.

[이용택, 양식업]
"적조가 오면 우리가 아무리 액화 산소나 (방제작업을) 우리끼리 해서는 물고기를 못 살려냅니다. (물고기가) 죽으면 우리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심정입니다. 그 정도로 물고기를 아낍니다."

해마다 많은 어민들을 실의에 빠뜨리는 적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적조가 언제부터 나타났을까?

1982년 우리나라에서 적조가 처음 관측된 이래 1995년 약 700억 원 규모, 2007년과 2013년에 각각 100억과 200억 원의 피해를 기록했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
"바다에는 플랑크톤이 많이 사는데요. 이 식물 플랑크톤이 대량증식하게 되면 식물 플랑크톤이 가지고 있는 색소에 의해서 바닷물 색깔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적조라고 이야기합니다. 적조생물은 6월 중,하순경부터 저밀도로 출현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적조가 발생하는 시기는 대체로 7월 중순이나 하순경에 시작됩니다. 8월 말, 9월 중순경까지가 가장 적조가 왕성하게 증식하는 시기입니다.

적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 환경오염에 의한 연안의 부영양화가 원인이 되어 대량 증식한다.

적조 생물 중 양식어류를 폐사시키는 것은 편모조류 '코클로디니움'이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
"현재 적조를 일으키는 이 종은 다른 종과 달리 많은 점액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에 점액질이 어류의 아가미에 붙게 되면서 어류가 호흡장애를 일으키게 되고 그로 인해 질식사하게 됩니다. 그런 원리로 적조가 양식어류를 치사시키게 되는 거죠."

전국 최대의 수산 양식지인 전남 완도군.

전복 외에 광어·우럭 등 가두리 양식 어류가 26%를 차지하는데, 2003년 이후 올해 최대 규모의 적조 피해를 입었다.

올해 전남지역 적조 피해액은 약 32억 원, 폐사량만 219만 마리에 이른다.

[오기육, 완도군 신지면 어촌계장]
"가두리 양식하시는 분들의 피해가 너무 심각해요. 너무 많은 폐사량이 나오다보니까 어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알려진 적조 방제방법은 170가지가 넘지만, 황토살포를 통한 적조 방제가 현재로선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
"황토를 뿌리게 되면 황토 입자에 적조생물이 흡착하게 됩니다. 적조생물에 황토 입자가 흡착하게 되면 세포분해가 일어납니다. 결국은 그래서 긴 체인이 다 끊어지게 되고요 그러면서 적조생물이 사멸하게 되는거죠."

최근엔 남해안에 큰 피해를 준 유해성 적조가 해류를 타고 동해안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포항과 경주 앞바다엔 '적조경보'가, 영덕과 울진에는'적조주의보'가 내려졌다.

울진군에선 적조주의보에 맞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병희, 울진군청 해양수산과]
"지금 현재 보이는 곳의 색깔이 상당히 안 좋네요. 군데군데 분포하고 있습니다."

동해의 물빛도 적조로 인해 붉게 물들기 시작한 것일까?

[이병희, 울진군청 해양수산과]
"지금 연안으로부터 1km 정도 나왔는데 지금 보니까 부분적으로 적조띠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울진군을 비롯한 적조 발생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해당 해역의 바닷물을 취수해 적조 현황을 살피고 있다.

[이병희, 울진군청 해양수산과]
"아침에 한 번 (예찰을) 하고 오후에 두 번 오후 1시부터 3시, 오후 4시부터 6시 3번 정도 예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찰선에서 취수된 해수는 즉각 동해수산연구소로 옮겨진다.

몇 해 전까지 동해안은 여름철에 냉수대가 발생해 적조 출현을 걱정하지 않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엔 냉수대가 소멸되면서 수온이 상승해 적조생물의 개체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적조생물의 움직임과 밀도에서 우리는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이해영, 동해수산연구소]
"적조생물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거든요. 이 쪽에 보시면 여기도 계속 움직이고 있고 하나가 아니고 몇 개가 붙어있는 것 보니까 아직도 활동성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동해안도 적조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공무원들은 어민들을 직접 찾아가 적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적조 생물의 발생 단계별로 관리 매뉴얼에 따라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 중이다.

또한, 가두리 양식장이 없는 울진군은 육상 양식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지도를 강화했다.

더불어 액화산소 발생기 등 시설물을 점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에서는 우리나라 해역의 적조 발생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분석해 적조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있다.

해풍과 해류, 해수면의 온도를 점검하고, 적조 원인생물과 개체 수, 밀도 등을 조사한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
"그 날의 적조 상황을 전체적으로 집계해서 앞으로 적조가 어떻게 발달 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적조정보를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 문자서비스, FAX를 이용해서 어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민들과 관계자들은 상황실에서 제공하는 적조 속보를 통해 효율적으로 방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닷물을 끌어와 물고기를 양식하는 육상 양식장에서도 적조 방제를 위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그날그날의 해수 온도를 조사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김장수, 양식업]
"지금 굉장히 높은 수온이에요. 수온이 높을 때는 물고기 먹이 급여를 안 합니다. 지금 24도가 정상 수온인데 1도 정도 높은 편이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

불가피한 피해에 맞서 자치 단체의 대응도 점차 과학화되고 있다.

하지만, 적조 예방을 위해 먼저, 적조 증식의 원인인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적조상황실]
"한 달 이상 대규모 적조가 지속되는 것은 영양염류가 농도가 높은 연안 쪽에서 고밀도 적조가 지속되거든요. 결국은 고밀도 적조가 장기간 지속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안의 오염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병희, 울진군청 해양수산과]
"항상 (적조생물) 검사를 한 뒤에 양식어민들에게 SNS로 연락하고 지속적으로 지도하면서 양식장 관리에 행정적으로도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바다의 붉은 재앙, 적조!

정부와 지자체, 어민이 힘을 모아 충분히 대비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 어민들의 웃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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