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스페셜] 봄꽃은 지는데 우린 무얼 했나

[YTN 스페셜] 봄꽃은 지는데 우린 무얼 했나

2014.04.2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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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주VTS]
"예, 세월호, 항무제주."

[인터뷰:세월호]
"아, 저기 해경에 연락해 주십시오.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부부싸움 하던 남편이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밤 사이 사건사고,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창문 밖으로 희뿌연 연기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옵니다.

소방대원들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에 애를 먹습니다.

[내레이션]

평소와 다름없이 뉴스를 전하고 있는 윤재희 앵커.

그 무렵, 진도 앞바다.

[인터뷰:진도 VTS]
"세월호, 세월호 여기 진도연안 VTS, 귀선 지금 침몰 중입니까?"

[인터뷰:세월호]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합니다."

[내레이션]

진도 앞바다 상황은 까마득히 모른 채 뉴스가 이어진다.

[앵커]

4월 임시국회가...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가 열렸습니다.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내레이션]

5분 뒤.

정치 뉴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화면에 비치는 속보.

여객선이 조난 신고를 했다는 소식이다.

500이라는 숫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때만 해도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는 알지 못했다.

[앵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모두 500명이 탄 여객선이 조난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 들어오는 대로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인터뷰:윤재희, YTN 앵커]
"그 때는 초반에 (사건 신고) 접수가 됐구나, 그래서 크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했었죠."

[내레이션]

2분 뒤, 이번에는 북한 최대 명절, 태양절 관련 뉴스.

하지만, 머릿 속에는 아까 그 속보 자막이 아른거린다.

속보가 다시 떴다.

내용이 달라졌다.

조난이 침몰로 바뀌었다.

사건의 무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갑자기 멈춘 기자의 목소리.

[앵커]

네, 조금 전 속보로 전해드렸는데요, 500명이 탄 여객선이 지금 침몰 중이라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어젯밤 인천에서 밤 9시에 출항한 청해진해운 세월호인데요.

추자 앞바다에서 조금 전 10분 전에 전복이 됐습니다.

이 여객선에는 학생 400명과 화물기사 등 500명 이상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권민석, YTN 취재기자]
"조난 신고와 침몰은 완전 다른 거거든요. 조난 신고였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몇 시간 뒤면 구조가 되겠구나 사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로 침몰이었고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대형 사건사고와는 또 차원이 다른 사건이었습니다."

[앵커]

탑승했던 인원의 숫자가 다시 확인이 됐는데요, 500명이 아니라 350명이 탄 여객선이라고 합니다.

10분 전에 전복을 했습니다.

지금 네, 긴급 구조도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경이 출동을 했다고 합니다.

탑승객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배에 계신 건가요?

들리십니까?

[인터뷰:박용운, 탑승객]
"들리는데, 배가 90% 정도, 거의 다 넘어간 상태거든요."

[앵커]

네, 지금 현장에 보이는 상황을 설명을 해주시죠.

[인터뷰:박용운, 탑승객]
"나가지를 못해, 나가지를 못해. 잡고 있어야 돼. 사람에 밖에 나가지를 못해요. 걸어다닐 수가 없어요."

[앵커]

여객선에 몇 명 정도 타고 계시나요?

[인터뷰:박용운, 탑승객]
"500명 정도 탔을 거예요. 학생들 수학여행 400명 정도 탔고, 거시기 100명도 탔고..."

[내레이션]

전화가 끊어졌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사고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기자가 연결됐다.

[기자]

사고가 난 곳은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입니다.

관매도 남서쪽 1.7마일, 그러니까...

[인터뷰:김범환, YTN 취재기자]
"제보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16일, 그러니까 사고 당일 오전 9시 13분쯤이었습니다. 경찰 고위 간부였는데요,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다가 갑자기 '어이 동생 큰일났네',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가 500명, 여객선, 조난, 침몰, 그야말로 모골 송연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머릿속이 아주 하얘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순간 식은땀도 나면서 아주 긴장을 하게 됐는데요."

[앵커]

갑자기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는데요.

90% 기울었다.

빨리 구조가 되기를 기다리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내레이션]

앵커가 한 명 더 투입됐다.

가장 궁금한 건 아무래도 탑승객들이다.

몇 명이 탔을까.

또 누가 탔을까.

다행히 들려오는 구조 소식.

[앵커]

일단 5명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배는 기울어져 가고 있습니다만...

120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구조가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학생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지금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고요.

120명이 구조가 됐습니다.

[내레이션]

그렇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앵커]

탑승객들, 바다로 뛰어내려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갑판장이 됐든 기관장이 됐든, 선장이 됐든 누군가 책임있는 사람이 이 배는 곧 침몰하니...

[내레이션]

하지만, 선장과 선원들은 이미 배를 빠져나간 뒤였다.

[앵커]

190여 명이 구조가 됐다고 합니다.

[내레이션]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대통령까지 나섰다.

[인터뷰:중앙안전대책본부]
"대통령님께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과 객실, 엔진실 등 철저히 수색해서 누락된 인원이 한 명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내레이션]

그 사이, 현장 사진이 도착했다.

[앵커]

지금 이 사진부터 배가 완전히 뒤집어진 이 사진 멈춰주십시오.

배가 완전히 침몰하고 있는 사진 아닌가요?

선저가 보이고 있습니다.

배 밑바닥이 보이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그런데, 가장 바라던 소식이 전해졌다.

[앵커]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학생들은 전원 다 구조가 됐다고 합니다.

[앵커]

아, 그렇습니까?

학생들 전원 다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고요?

[인터뷰:윤재희, YTN 앵커]
"저도 이제 방송을...아이들이...죄송합니다. 저희가 사실 방송을 하면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어요. 그건 이제 시청자들을 모두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근데 저는 이제 제가 1보를 전했을 때 아이들이 다 살아있었고 그때라도 정말 방송을 하고 있던 저였어도 사안을 제대로 알고 여러분 거기 있으면 안됩니다. 다 나오세요, 라고 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죠. 눈 뜨고 바라본 게 되니까.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앵커]

한연희 기자 전해주시죠, 한연희 기자!

[내레이션]

하지만, 희망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했다.

[기자]

조금 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모두가 구조됐다는 속보가 나왔었는데 그것이 구조 됐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 중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면서 학부모님들은 더욱 심하게 항의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터뷰:권민석, YTN 취재기자]
"그게 이제 경기도교육청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문자를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전체 발송을 내렸습니다. 어떤 경위로 그 문자가 발송됐고 작성됐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거기에 또 언론이 검증없이 그대로 여과없이 보도를 함으로써 가족들에게 국민들에게 완전히 잘못된 초대형 오보를 내려서 사고를 오판하게 만든 측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오히려 반성해야 되지 않을까..."

이후에도 탑승, 구조, 실종자 수는 수시로 뒤바뀌며 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구조자 수는 변하지 않았다.

첫 날 이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것이다.

[인터뷰:실종자 가족]
"얼른 나와..."

[인터뷰:김현미, YTN 촬영기자]
"하루에 한 번씩은 매번 울컥했던 것 같아요. 가족들 매일 여기 나와서 바다 보면서 우는 분들이 계세요. 들어보면 구구절절 다 사연이고. 그냥 가장 슬펐던 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곳 자체가 너무 슬펐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박종혁, YTN 취재기자]
"희생자 수습 얘기를 듣고 달려가는 그 분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특히 최근에 저도 부친상을 당한지 얼마 안돼서 현장에 투입 된 상황이었는데 가족을 잃은 슬픔을 생각하면 방송할 때도 참 먹먹해지고..."

[인터뷰:김경록, YTN 촬영기자]
"우리 같은 촬영기자들은 어떤 현장을 가든지 카메라를 놓으면 안 되잖아요. 아마 제가 촬영 기자 생활을 하면서 카메라를 놓은 적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카가 실종이 됐다고 연락이 왔는데 설마설마 했는데 이모와 동생이 와서 울면서 저하고 전화통화를 계속 했는데 조카가 발견되기 전날 몸이 굉장히 안 좋더라고요. 그런데 새벽에 발견됐다고 영안실로 오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영안실에 혼자 갔었는데 조카가 하얀 포에 싸여서 들어오는데 그때는 정말 촬영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레이션]

위로는 고사하고,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기자]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찍은 경찰 간부 후보 졸업식 기념사진입니다.

행사 마지막까지 있다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던 겁니다.

대책본부를 진두지휘하는 대신에 예정된 행사에 끝까지 참석했습니다.

[인터뷰:희생자 가족]
"아래에서 회의가 끝났는데, 나오면서 내가 서 있는데 자기네 기념사진 찍어야 한데요. 기념사진."

[기자]

비상 근무를 하던 안전행정부 소속 송 모 국장이 동행한 공무원들과 함께 팽목항 상황실 주변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 했던 게 발단이었습니다.

송 국장은 공무원들의 이탈 행위를 감시하는 안행부 감사 총책임자입니다.

[기자]

정몽준 후보의 막내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현장을 찾아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우리 국민들은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게 물세례까지 했다고 적었습니다.

나아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기자]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러 온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공직자뿐만이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이름표를 달고 마라톤 대회 참석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북한이 우리정부의 대응을 비난한 것을 놓고 좌파들이 정부 전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습니다.

[내레이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언론의 취재 경쟁 역시 실종자 가족들을 아프게 했다.

작은 사실이 부풀려지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했다.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인터뷰:피해 가족]
"기자 양반들 나가세요. 나가시라고. 그리고 학생들 힘드니까 와서 물어보지 말고 나가시라고요."

[내레이션]

옳은 취재란 무엇일까.

회의감과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뷰:김현미, YTN 촬영기자]
"시신 인양 장면 같은 경우는 정말 보도를 자제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밤에는 특히 조명을 켜다 보니까 더 가족들은 불편하고 싫어하셨거든요. 그때부터는 다들 조명을 끄고 취재를 하기도 했었고."

[인터뷰:박종혁, YTN 취재기자]
"현장에 있는 여건이 상당히 안 좋은데 칸막이도 쳐져있지 않고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가족들의 사생활이 보호가 전혀 안되는 상황인데 그런 걸 여과없이 내보낸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마치 이게 체육관이고 우리가 취재하는 곳은 2층인데 1층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조하면서 쉽게 말하면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걸 관중석에 앉아서 보고 있고, 그걸 그대로 방송에 전파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런 부분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터뷰:권민석, YTN 취재기자]
"세월호 사건 같은 경우는 전국민적인 비극이고 최일선에 서서 가족과 함께 취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희가 가족의 입장이 됐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좀 소홀히 하지 않았나. 더 혹독하게 더더욱 치밀하게 검증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이런 부분에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내레이션]

언론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뒤늦게나마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반성이 이루어졌다.

[인터뷰:박종률, 기자협회장]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국민입니다. 국민의 눈과 귀 역할도션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나 믿음을 받지 못하면 언론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가적 대재난 상태에서 언론이 오보라든가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든가 잘못된 취재 관행을 고수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믿음을 잃게 되면 언론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재난 보도에 있어서는 정확한 게 중요하죠. 신속함 보다는. 그래서 큰 재난이라든가 사건사고가 나면 욕심을 조금 자제하고 우리 기자들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숫자라든가 통계, 명단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도하는 것도 필요하겠고요."

[인터뷰:강흥식, YTN 편집부국장]
"특보 체제 초기에 구조자나 실종자들 가족들 얼굴이 여과없이 노출된 점, 그 다음에 구조자들의 숫자에서 보도에 혼선이 있었던 점, 이런 것에 대한 불만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사흘 뒤에 나름 선정적인 속보 경쟁을 자제하자는 보도 방침을 정했고 그 이후로 그렇게 하면서부터는 항의나 시청자들의 불만이 줄어들었습니다."

[내레이션]

이 크나큰 재난 앞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말 보단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인터뷰:학생]
"이제 핀 꽃들아. 제발 지지 말아줘."

[인터뷰:학생]
"우리도 너희를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너희도 절대 포기하지마."

[인터뷰: 학생]
"어서 돌아와. 보고 싶어. 사랑해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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