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스페셜] 창업, 글로벌 현장을 가다 1부 : 지중해의 열풍

[YTN 스페셜] 창업, 글로벌 현장을 가다 1부 : 지중해의 열풍

2013.11.25.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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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 북쪽.

늦가을 바짝 마른 대지가 먼지를 뿌려대는 가운데 탐스런 석류 수확이 한창이다.

이 농장의 석류는 당도가 높아 생식용으로 인기다.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이런 풍성한 수확이 가능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 농장의 모든 과일나무 밑에는 작은 고무호스가 묻혀 있다.

그리고 그 호스의 구멍을 통해 한 방울씩 꼭 필요한 만큼만 물을 준다.

이른바 점적관수 농법. 불모지를 옥토로 만든 기술이다.

[인터뷰:사기 슈로미, 마갈 키부츠 총무]
"물을 양동이로 마신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이 온 몸으로 쏟아질 거예요. 하지만 보통은 컵으로 마시죠. 그게 이 시스템의 아이디어입니다."

같은 시각 텔아비브 인근의 산업단지.

건설에 쓰이는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창업기업이다.

설계도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구조물을 3차원으로 표출해 준다.

장래 지어질 건물이나 도로를 여러 시점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나탄 엘스버그, RDV 최고운영책임자]
"누가 버스에서 보는 모습이 궁금해 하거나 왼편이나 오른편의 언덕들도 둘러보고 싶어 할 경우엔 그걸 가능하게 하는 상호작용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해요. 그냥 비디오 영상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처럼 보여줄 수 있어야 하죠."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나 비전문가 모두 쉽고 빠르게 3D 화면을 만들 수 있고 클라우드 기반이라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 회사는 미국의 건설 회사들을 중심으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작은 땅과 보잘 것 없는 자원, 인접국과의 갈등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상상력과 과학으로 이겨내는 이스라엘.

컴퓨터 그래픽을 그려내 듯,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비결을 알아본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의 땅 이스라엘.

강원도 넓이에 790만 명이 모여 사는 이 작은 나라는 100여 개 나라에서 이주한 유대인들과 아랍인들로 구성된 다인종 사회다.

1948년 독립 이후 이스라엘은 아랍국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농산물을 빼고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 변변한 소비재 공장 하나 없는 이스라엘이 창업하기 좋은 나라, 첨단 소프트웨어의 개발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제도시 텔아비브 북쪽 20여km에 있는 네타냐 시.

이작 엘다르 씨가 오늘도 동네 슈퍼마켓에 들렀다.

최근 엘다르 씨의 관심사는 오직 달걀, 달걀을 소재로 창업한 뒤부터다.

엘다르 씨가 믹서처럼 생긴 물건을 꺼냈다.

캡슐 모양의 용기에 달걀을 넣고 버튼을 누르자 달걀이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인터뷰:이작 엘다르, 창업가]
"기계적으로 달걀을 회전 시킵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안에 있는데 특별한 알고리즘을 적용했습니다. 달걀의 신선도나 성분에 변화도 없고 깨지지도 않아요."

그럼 달걀을 회전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달걀을 깨보니 마치 우유처럼 흰자위와 노른자위가 완벽하게 섞여 있다.

달걀을 삶아 잘라보니, 노란 색감이 많이 사라지고 달걀 전체가 마치 흰자위만 있는 것처럼 변했다.

엘다르 씨는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아이들 건강에 좋은 달걀이지만 노른자위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수십여 차례의 실험 결과 노른자위를 섞은 달걀이 일반 달걀에 비해 영양이나 신선도 등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인터뷰:이작 엘다르, 창업가]
"일반 달걀은 삶았을 경우 7일 정도 신선도가 유지됐는데 이 달걀은 신선도가 한 달 정도 유지됐습니다."

올해 62살로 30여 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IT기업에 종사한 엘다르 씨는 2010년 노른자위를 섞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창업에 들어갔다.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것이다.

[인터뷰:이작 엘다르, 창업가]
"창업이 귀걸이를 한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창업합니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창업하고 또 나이가 더 많은 분들도 창업합니다."

[인터뷰:아담 엘다르, 아들]
"아버지가 성공하시기도 하셨지만 저도 창업을 생각하곤 합니다. 제 친구들고 창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국과 유럽에서 먼저 시판할 계획이라는 엘다르 씨는 출시 2년 안에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나이를 묻지 않는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창업국가의 원동력이다.

이스라엘의 창업 열풍을 대표하는 라드그룹.

공기업과 금융기업을 제외하고는 큰 기업이 많지 않은 이스라엘에서 창업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 초기 컴퓨터 모뎀을 생산해 큰 성공을 거둔 라드는 데이터 통신과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로 급성장했다.

12개 독립 계열사에서 연 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라드그룹은 4,500명의 직원 가운데 30%가 R&D 인력일 정도로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창업 문화 확산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꿈과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성공스토리가 필수적이다.

그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 바로 조하르 회장이다.

창업이라는 것이 신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28개의 회사를 만들어 그 중 8개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인터뷰:조하르 지사펠, 라드 데이터 회장]
"(예전엔) 제품을 생산해 이스라엘 밖으로 수출할 생각만 했고 그걸로 충분했어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특히 나스닥 같은 건 생각 못 했지요."

라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는 조하르 회장은 한편으론 끊임없이 스타트업을 만드는 이른바 연쇄창업가다.

[인터뷰:조하르 지사펠, 라드 데이터 회장]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걸 만들어 키워나가는 일입니다. 이 세상에서 몇 년 안에 필요한 게 뭘까 세상을 바꿀 수 있을만한 것을 생각해 투자하고는 어떻게 되는지 보는 거지요."

조하르 회장과 인연을 맺은 창업가만 50여 명, 이들을 통해 110여 개의 기업이 새로 만들어졌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뒤로 숨지 않고 창업을 격려하는 나라, 이들이 만드는 생태계가 사람들을 창업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미국에 실리콘 밸리가 있다면 이스라엘엔 실리콘 와디가 있다.

아랍어로 와디(wadi)는 밸리, 즉 계곡을 뜻하는 말이다.

이스라엘의 최대 경제도시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5~6개 도시에서 발달한 실리콘와디에는 창업기업과 벤처캐피탈, 기업 R&D센터가 모여 있다.

이 실리콘 와디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

2012년 570여 개 창업기업에 투자된 벤처캐피탈 자금은 19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모두 157억 달러가 창업기업에 투자됐다.

주목할 것은 19억 달러 중 이스라엘 국내 자본은 27%, 5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 이스라엘의 상황은 열악했다.

기술이 있어도 자금이나 경영 능력이 없어 주저앉는 회사가 부지기수였다.

[인터뷰: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
"1992년이나 93년 당시를 보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투자하길 꺼렸어요. 기부할 준비는 돼 있지만 돈을 잃을까봐 투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어요."

1993년 이스라엘 정부는 취약한 첨단 기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요즈마 펀드와 벤처캐피탈 10개를 조성했다.

그리고 해외 벤처자금에 대해 전향적인 인센티브를 줬다.

요즈마와 벤처캐피탈이 50대 50, 매칭펀드 형태로 창업기업에 출자한 뒤 5년이 지나면 요즈마 지분 50%를 원금에 사갈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성공할 경우 수익은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인터뷰: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그룹 회장]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면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는 했지만 아무 조치도 안 하면 투자자들은 오지 않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꼭 와야만 하는 것도 아니죠. 투자자들은 이익이 있어야만 투자하니까요."

요즈마 펀드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텔아비브를 비롯해 하이파와 예루살렘까지 10여 곳의 벤처단지들이 세워졌다.

지난 7월 창업한 신참내기 기업에서 개발회의가 한창이다.

직원이래야 단 3명, 기술개발과 특허 출원까지 할 일이 많다.

이 기업의 창업 아이디어는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는 고탄성 니티놀 코일을 만드는 것이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에 작은 코일을 삽입해 혈관에서 떨어져 나온 혈전 덩어리를 경동맥에서 잡으면 뇌졸중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터뷰:가이 쉬나르, 자베린 공동 창업]
"몇 년이 지나면 정말 사람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정말 느낌이 좋습니다."

상업화 성공시 1회 시술비용은 6천 달러,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최대 6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개발자금.

시판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의료기기 개발에 선뜻 나설 투자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인터뷰:가이 쉬나르, 자베린 공동 창업]
"창업회사들이 자금을 모으기가 꽤 어렵습니다. 특히 의료기기 창업회사들의 경우는 더한 편이죠."

결국 이번 아이디어를 뒷받침 해준 건 역시 벤처캐피탈이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회사는 이미 백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그리고 최대 8년 동안 계속될 동물이나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금 1,500만 달러도 어렵지 않게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뷰:가이 쉬나르, 자베린 공동 창업]
"저는 벤처 자금을 성공적으로 모아 왔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몸 담았던 회사들을 위해 모은 자금이 1억 달러가 넘습니다."

텔아비브 인근의 다른 기업, 앞선 기술력으로 한창 뜨고 있는 창업회사다.

지난 2008년 설립한 이 회사는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요즘은 삼성과 인텔, 마이크로 소프트 등 10여 개의 대기업에게 기술을 제공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 기업의 핵심기술은 카메라를 이용해 손의 모양과 동작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터뷰:아사프 가드, 포인트그랩 부사장]
"이 앱들은 손짓 인식을 도와줍니다. 쉽게 애플리케이션 같은 메뉴에서 뉴스, 포토앨범 사이를 오고갈 수 있습니다. 거꾸로 돌려 볼까요? 다른 곳으로 갈 때는 손을 둥글게 돌리면 됩니다."

7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카메라가 손 동작을 인식하며 어두운 곳은 물론 피부색에도 구애받지 않고 심지어 흑백카메라 에서도 작동된다.

이 기술은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컴퓨터, TV 등 카메라가 달린 어떤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무한대의 시장이 열려있는 셈이다.

[인터뷰:아사프 가드, 포인트그랩 부사장]
"현재 새로운 시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장착되지 않은 장비로 확대하는 거죠. 예를 들어 가전이나 조명기기, 스마트홈 패널, 에어컨 등인데요, 모두 원격 조종이 가능합니다."

손짓 인식분야에서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90%.

2012년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TV에 장착된 이 기술은 곧 중국 TV에도 장착되는 등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출시한 사진촬영 앱은 이미 100만 명이나 다운받는 등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2008년 4명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지난해 30명을 신규 채용해 50여 명으로 몸집을 늘렸다.

현재 이 기업의 가치는 수천억 원. 독창성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창업기업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텔아비브 시 외곽에 있는 과학교육센터.

이스라엘의 창업시스템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기둥은 과학과 독창성이다.

오늘의 주제는 태양.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열정적인 설명뿐 아니라 중간 중간 노래와 율동을 곁들인다.

과학지식 함양을 위해 1987년 설립된 테크노다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연령의 학생들에게 수학과 물리학, 화학, 천문학 등 과학 전반을 가르치고 있다.

테크노다는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과학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과학을 좋아하게 되고 남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인터뷰:가리트 바쉬, 테크노다 위원회 위원]
"노래, 연극, 동화 등을 통해 과학이 정말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어떤 문제를 올바른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면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죠."

테크노다를 찾는 학생은 한해 30만 명.

그 가운데 과학에 흥미를 느낀 만 명 정도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테크노다를 찾아 공부를 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테크노다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학생 가운데 무려 58%가 과학연구나 기술 분야로 진출했다.

조기 과학교육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인터뷰:가디 마도 박사, 테크노다 이사]
"일반적으로 과학과 기술은 문화와 유사하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려면 어린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60개 유치원에서 본격적인 과학교육을 시작 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또한 활발하다.

2011년 국내총생산, GDP에서 연구개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투자에 힘입어 인구 만 명당 연구 기술 인력수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과학연구의 중심에 있는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소와 대학원이 혼합된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엔 8백 명의 연구원과 석박사 대학원생 천여 명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34년 설립된 이 연구소의 목표는 '자연의 이해'다.

바로 쓸 수 있는 응용과학 대신 수학과 물리학, 화학 등 5개 기초과학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인터뷰:모르데차이 쉐베스, 와이즈만연구소 부총장]
"인간 계발이야 말로 모든 기술의 시작입니다. 기존의 약품이나 식량 개발, 생활의 발전도 그 기본은 기초 과학입니다."

이곳에서 생화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양승훈 씨.

면역 염증의 원리를 연구하는 양 씨는 이 연구소의 강점으로 학문을 대하는 적극성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고의 독창성을 꼽았다.

[인터뷰:양승훈, 와이즈만 연구소 박사과정]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주제가 던져지면 다섯 명이 모였다, 그러면 10개, 20개의 아이디어가 넘쳐납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 상당히 자유분방한 편이죠. 그런 면에서 경쟁력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다비드 왈락, 와이즈만 연구소 생화학과 교수]
"와이즈만 연구소가 성공한 것은 고차원적인 사고 때문입니다. 고차원적인 사고란 항상 독창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진실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와이즈만연구소 캠퍼스 안에는 특별한 조직이 있다.

연구소가 소유한 특허를 기업들에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연구소 산하의 전문회사 예다(YEDA)다.

예다는 기업 관계자들의 신상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조차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기초 과학을 연구하지만 그 결과물은 반드시 금전적인 성과로 연결하고야 마는 유대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인터뷰:모르데차이 쉐베스, 예다 회장]
"제품의 판매액이 판단 기준인데요, 지난해 제품 판매액 중 와이즈만 연구소의 특허를 이용한 것이 22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정확한 액수를 감추고는 있지만 이 연구소가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입만 한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다.

기초 과학의 탄탄한 기반 위에서만 응용과학이 자랄 수 있다는 이스라엘 과학자들의 믿음이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로베르트 아우만, 히브리대학 교수, 노벨경제학상]
"만약에 과학기술의 발전 목적이 기술적인 효용만이라면 실패할 겁니다. 먼저 과학을 발전시키려는 목적은 탐구심 자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과학적 효용은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과학을 가르치는 것은 세계에 대한 탐구심 때문입니다. 응용 기술은 부차적입니다."

이스라엘의 앞선 기술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인텔 이스라엘이다.

1974년 인텔은 미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열었다. 또 1981년에는 반도체 공장까지 준공했다.

이스라엘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인텔은 매 2년마다 새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그 중간 해에는 공정을 개선한 제품을 내 놓는다는 이른바 ‘틱 톡’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틱톡 전략의 중요한 축이 이곳 이스라엘이다.

[인터뷰:가이 그림란드, 인텔 홍보담당자]
"이스라엘 개발센터에서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하면 미국에서 다른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이죠. 이스라엘에서 한번, 미국에서 한 번 몇 년을 내다보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5명으로 시작한 인텔 R&D센터는 지금은 연구원 5천 명과 3천5백 명의 생산인력을 거느린, 이스라엘 최대 회사로 발전했다.

2012년 이 회사는 46억 달러의 반도체를 수출해 이스라엘 전체 수출액의 7%를 책임졌다.

[인터뷰:김일수, 주 이스라엘 대사]
"어떤 목적의 활동을 할 때 컴퓨터로 하여금 그런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 솔루션 이런 것들이 굉장히 발달해 있어요."

인텔처럼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개설한 글로벌 기업은 200여 개.

구글과 야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열었다.

이곳에서 고용한 연구원만 3만5천 명으로 세계적인 연구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뇌과학 연구로 유명한 텔아비브 대학.

길지 않은 역사지만 100여 개 학과와 90개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국가라는 명성대로 대학생들은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인터뷰:오리안 리히텐슈타인, 경영학 석사과정]
"창업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해 공부를 더 하면 특허 등에 대해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레즈 베이더, 동아시아학 석사과정]
"대부분의 제 친구들은 언젠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학이지만 적극적으로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효율적인 경영과 시장조사, 특허의 출원과 보호, 받으면 안 되는 투자금을 알아보는 법, 공동창업자 사이의 계약 등 실질적인 창업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인터뷰:모셰 즈비란, 텔아비브 경영대학원 부학장]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아이디어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경영이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적기 출시, 개발자 통솔 일하는 조직문화 같은 거죠."

텔아비브대학의 창업지원센터. 창업을 하려는 학생들과 초기 창업기업을 돕기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터 시설이다.

2009년 설립돼 지금까지 2백 개 창업기업에서 2천여 명이 이곳에서 성공을 꿈꿨다.

창업 지원자들은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듣거나 투자자들을 소개받는다.

[인터뷰:아모스 아브너, 텔아비브대학 창업센터]
"대부분 30살 정도의 젊은이들입니다. 대부분은 창업 초기단계에 있고 이제 갓 아이디어를 냈거나 이를 조금 발전시킨 단계입니다."

지금은 30개 창업기업과 100여 명이 무료로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운영자금이나 정보 등 뭐 하나 아쉽지 않은 것이 없는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다.

이스라엘에는 이 같은 창업지원 시설과 프로그램이 곳곳에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24곳의 인큐베이터와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50개의 액셀러레이터, 80여 개의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가 촘촘한 지원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군복무를 해야 한다.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의 독특한 점은 바로 군대에서 배출되는 첨단 기술인력이 많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

하이파 초입에는 이스라엘 최대의 군수회사인 엘비트 사가 있다.

엘비트는 전투기와 탱크, 구축함 등 각종 무기에 들어가는 제어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로 만2천 명의 직원이 연간 3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이스라엘 최대의 방산업체다.

특히 미군의 F-18을 비롯한 전투기와 헬리콥터, 전차에 장착되는 이 회사의 전자제어장치가 없다면 미군 무기는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

엘비트가 석권하고 있는 무기 중 하나가 군용 헬멧이다.

전세계 전투기와 군용기, 헬리콥터 헬멧 시장의 90%를 장악하며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엘비트 사는 기존보다 2배나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헬멧을 개발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터뷰:길 루쏘, 엘비트 시스템즈 상무]
"다목적 헬기는 보통 야간투시경을 쓰고 비행합니다. 야간투시경을 쓰면 닷새 중 이틀밖에는 비행하지 못 합니다. 이 브라이트나이트 시스템을 쓰면 기상조건이나 기종에 상관없이 100% 전천후 비행이 가능합니다."

이스라엘 방위산업 관련 업체나 창업기업에는 군에서 양성된 핵심 기술인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무기를 운용했거나 개발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제대 뒤에는 군에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베차렐 마클리스, 엘비트 시스템즈 사장]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군대에 가야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예비군에 편입되죠. 우리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실제 자신이 쓸 장비를 개발하는 겁니다. 본인이나 자녀 아니면 가족이 쓸 무기죠."

이스라엘 국방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 위성산업이다.

1988년에 정찰위성인 오페크를 자력으로 쏘아올린 이후 이스라엘은 위성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2008년 상업화를 시작한 이 회사의 위성은 300kg에 불과하지만 야간과 악천후에도 지상촬영을 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인터뷰:아미 할버스버그, IAI 위성부문 국장]
"이 위성 부품 대부분을 이스라엘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위성 본체나 소프트웨어를 모두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위성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광범위하게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사들은 첨단 기술을 배움과 동시에 군 복무를 통해 리더십과 책임감을 키운다.

그리고 그 기술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터뷰:엘리 감바쉬, IAI 영업부장, 예비역 해군 대령]
"확실한 것은 엔지니어나 기술자 정비사 가운데 95%에서 98%가 군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많은 운용경험을 갖고 있고 이를 참고해서 무인정찰기 헤론1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2년 이스라엘은 무려 75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액 640억 달러의 12%를 무기로 벌어들인 것이다.

군을 통한 기술연구와 활용이 영토와 경제를 함께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텔아비브 외곽에 있는 한 오렌지 농장.

농장 한쪽에는 이스라엘 창업기업의 성공신화를 쓴 도브 모란의 회사가 있다.

2001년 USB 메모리를 개발한 그는 2006년 16억 달러를 받고 USB 회사를 미국 샌디스크에 팔아 세계적인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TV용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최근 그는 큰 실패를 맛봤다.

USB 성공 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휴대폰 사업이 파산한 것이다.

[인터뷰:도브 모란, 코미고 CEO, USB 메모리 개발]
"새로 집을 사거나 섬을 매입하거나 비행기나 요트를 사며 인생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저는 계속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죠. 훌륭한 인재들과 계속 일하고 싶었죠. 그래서 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회사가 MODU였어요."

2008년, 협력업체의 도산과 전략적 착오로 1억2천만 달러를 투자한 휴대폰회사가 파산했고 그는 이 사업에서 많은 재산을 잃었다.

특히 그를 믿고 따르던 130명의 직원까지 해고해야 했다.

실패 이후 도브 모란은 10여 개의 창업기업을 만들어 재기를 꿈꾸고 있다.

한편으론 젊은 창업가들을 위해 멘토 역할을 자임하는 도브 모란.

자신의 실패가 그들에게는 오히려 자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터뷰:도브 모란, 코미고 CEO, USB 메모리 개발]
"아이디어를 갖고 제게 오는 사람들은 제 자식 같은 친구들입니다. 그들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하죠. 제 경험을 나누고, 길을 알려주고 돕고자 합니다. 그게 제 본분입니다. 저는 돈보고 투자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스라엘 창업생태계는 실패를 불가피한 과정으로 인정하고 그 실패를 제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운영하는 '트누파' 프로그램의 경우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예비 기업 100여 개를 선발해 최대 7만 달러까지 지원한다.

사업화에 성공하면 물론 지원금을 되돌려 받지만 실패하면 그뿐, 창업자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인터뷰:요시 스몰러, 이스라엘 경제부 인큐베이터 국장]
"창업가들은 자기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 재정적인 불이익이 없죠. 실패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창업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이스라엘에서 실패가 창업가들의 재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 북부 나사렛 지방에는 갈릴리호수의 물을 여과하는 시설이 있다.

연 강수량이 6~700mm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한 이스라엘로서는 생명줄과 같은 곳이다.

물 기근 국가인 이스라엘지이만 내년부터는 사정이 크게 나아질 전망이다.

해수담수화 용량을 두 배로 늘렸고 빗물 저장 시설도 확충했다.

특히 버려지는 하수의 84%를 재처리해 사용함으로써 하천수 이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인터뷰:요하브 바케이-아벨, 이스라엘수자원공사 직원]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하수재처리 시설이 텔아비브의 단(Dan) 지역에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하수를 모아 재처리해서 네게브 사막의 저수지로 보냅니다. 농업용수는 대부분 이 물을 씁니다. 80%가 넘는 하수를 재활용하는데요. 이게 농업용으로 사용됩니다."

작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

부족함을 기회로 채워나가는 이스라엘.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원동력은 과학과 상상력이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찾는 독창성이다.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와 그 용기를 격려하는 시스템이다.

세상을 바꾸는 신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나라.

온 국민이 창업에 뛰어드는 나라.

지금 이스라엘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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