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활비·공천개입 1심 선고 ①

박근혜 특활비·공천개입 1심 선고 ①

2018.07.20. 오후 2:3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성창호 /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피고인에게 불법 영득의 의사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라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부인하는 부분을 포함해서 이 사건의 쟁점을 중심으로 법원이 판단한 내용의 요지를 차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형별로 크게 나눠지는 것 중 하나인 국고손실, 횡령에 의한 국고손실 점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점에 관련해서는 먼저 피고인과 국정원장들의 공모 관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 피고인은 이 법원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하여 청와대 3인의 비서관 중 1인으로부터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있으며 이를 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받아 사용하였다라는 보고를 받았고 비서관에게 법적으로 문제없다면 지원을 받아서 업무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이런 진술에다가 국정원장인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의 진술과 또 특별사업비의 전달에 관여했던 비서관 안봉근, 이재만, 국정원 기조실장 이헌수 등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국정원장들은 피고인의 지시 요구에 따라서 특별사업비를 전달하게 되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공모관계는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됩니다.

한편으로 이병기 국정원장 시절부터는 피고인에게 지급되는 특별사업비가 매월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증액됐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당초 매월 5000만 원으로 금액을 특정했다거나 또 그에 한정해서 자금 전달을 요구했다라고 보이지는 않는 점이나 또 증액된 돈을 계속하여 전달받아서 사용한 점 등 자금 증액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을 해보면 피고인이 자금 증액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증액 부분에 대해서 적어도 암묵적인 공모관계는 인정된다고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국정원장들이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국고손실의 범행인데 이것은 해당 법률에 따르면 돈을 횡령한 사람이 회계 관계 직원 책임법에 정한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횡령의 주체인 국정원장들이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여야 범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법리적인 논증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판결문에는 상세하게 적시했습니다마는 결론만 말씀드리면 국정원장들이 회계관계직원책임법에서 정한 회계 관계의 직원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특별사업비가 그 사용 목적을 벗어나서 위법하면 사용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른바 특수활동비라고 하는 것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밀 유지 등의 이유로 사용 내역에 대한 증빙이 필요 없이 운영되는 경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작성 세부 지침 등에 따르면 특수활동비의 사용은 해당 기관의 목적 범위 내에서 엄격히 사용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정원의 예산은 전액이 특수활동비로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국정원장에게 편성된 특별사업비는 특별히 보안 유지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국정원장이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사업 내역이나 집행 대상이 전혀 기재되지 않고 구체적인 증빙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는 특수활동의 하나로써 그 사용 목적이 국정원의 직무 범위 내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즉 국정원의 직무인 국내외 보안정보의 수집 및 작성, 국가 기밀에 대한 보안 업무와 같은 업무 목적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비록 그에 관한 사용 내역의 기재나 증빙이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업무 목적 범위 내에서 사용되는 전제하에서 국정원장에게 구체적인 집행에 대한 재량권이 있을 뿐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국가기관의 예산은 각 기관 간에 임의로 전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법률에 정해진 엄격한 절차에 의해서만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국정원장들은 특별사업비의 지급이 그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관하여 전혀 확인하지 않고 법에 정해진 절차도 따르지 않은 채 단순히 피고인이 요구 내지 지시한다는 사정만으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해 온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이를 별도로 확인하거나 검토해 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별사업비의 전달은 위법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외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불법 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거나 위법성 인식에 대한 착오가 있었다라는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피고인이 국정원들로부터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아서 국고손실의 범행을 저질렀다 하는 점은 유죄로 판단합니다. 또한 피고인이 국정원장 이병호에게 지시해서 대통령 비서실장 이원종에게 5000만 원씩 총 1억 5000만 원을 전달하게 해서 국고손실의 범행을 저질렀다 하는 점도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합니다.

다만 국고손실의 공소사실 중에 2016년 9월에 피고인이 받은 2억 원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합니다. 검사의 공소장 자체에도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별사업비의 정기적인 전달은 2016년 7월 내지 8월 초경에 소위 국정농단 의혹이 발생하면서 피고인의 명시적인 지시 내지 승인에 따라서 중단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피고인이 특별사업비의 지급에 관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의 지시와는 무관하게 국정원장 이병호가 기조실장 이헌수 등 과의 논의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비록 피고인이 그 2억 원을 수령할 당시에 국정원으로부터 오는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이미 특별사업비에 대한 횡령 행위가 이루어진 이후의 일이 됩니다. 따라서 범죄 성립 후에 알게 된 사정으로 피고인이 횡령 행위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지금까지 국고손실 범행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으로 뇌물수수의 점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뇌물죄와 관련해서 대법원 판례 등에 나타난 법리를 보면 공무원이 받은 금품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 내용, 직무와 금품 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 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금품의 다과, 금품을 수수한 경위나 시기, 금품을 교부하고 수수한 당사자들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서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명과 관련해서 형사재판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기본적으로 검사에게 있고 그 증명은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여야 합니다. 만일 검사의 증명이 그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대원칙입니다.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뇌물수수에 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대통령의 직무 및 국정원장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공무원을 임면하고 정부의 모든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대통령은 국정원 역시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 두고 국정원장, 차장 등을 임명하며 자신의 지휘, 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정원장은 이러한 점에서 밀접한 업무적인 관계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국정원 자금을 전달했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뇌물로써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은 금품이 수수된 경위, 금품 수수 관련자들의 인식과 의사 등 다른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먼저 특별사업비의 지급 경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법정에서 조사된 증거들을 종합을 해보면 국정원장들은 자신들이 먼저 특별사업비의 지급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어떤 특별한 동기나 계기 없이 단순히 국정원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피고인의 지시 내지 요구에 따라서 수동적으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공무원들 간에 상하급 공무원 간에 금품 수수가 뇌물로 인정되는 경우는 공무원 상호 간에 특정한 청탁을 매개로 해서 금품이 교부수수되거나 적어도 어떤 계기가 있어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상급자가 이를 알면서 수령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사건에서 국정원장들이 피고인에게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경위는 이러한 상하급 공무원 간의 통상적인 뇌물의 경우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피고인의 자금 지원 지시에 따라서 특별사업비를 지급한 행위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횡령 행위에 의한 국고손실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은 처음부터 국정원장들과 공모하여 특별사업비를 횡령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피고인이 특별사업비를 전달받은 것은 이러한 국고손실의 횡령 행위를 한 공범들 사이에서 그 횡령금을 귀속받은 그런 결과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또 한편으로 국정원에서 예산 업무를 장기간 담당한 기조실장 이헌수를 포함한 국정원 근무자들이나 국정원장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과거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 등 외부 기관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하는 관행 내지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이 국정원장들의 특별사업비 전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과 국정원장들의 이와 관련된 인식과 의사에 대해서도 보면 국정원장들의 진술과 또 관련자들의 진술 등 여러 증거관계를 종합해 볼 때 국정원은 법무부, 외교부 등 행정 각부와는 달리 대통령 비서실, 경호처와 함께 대통령의 직속 기관으로 되어 있고 이 사건에서는 국정원장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속 하부기관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지시 요구에 따라서 국정 운영에 관하여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또한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지급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러한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절차에 따르지 않고 함부로 자금이 전달된 것이 적법한 것인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그러한 점에서 국고손실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한다라는 점은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또한 특별사업비의 전달 방법, 지급 시기, 액수 등에 대해서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특별사업비의 전달에 관여한 국정원과 청와대의 실무자들은 청와대 밖에서 만나서 자금을 주고받는 등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다소 은밀한 방법으로 특별사업비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식들에 대해서 국정원장들이나 피고인이 지시하였다거나 이를 보고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실무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실무자들이 국정원 자금이 예산 전용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로 전달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거나 문제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일 뿐이지 뇌물과 같은 부정한 돈을 전달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는 그 규모가 상당하고 언제든 아무런 증빙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피고인에게 한꺼번에 지급하거나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매월 5000만 원 내지 1억 원씩 장기간에 걸쳐서 정기적으로 지급을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국정원 내외부에 알려질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은밀하게 수수되는 통상의 뇌물 교부의 방식과 비교해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한편으로 국정원장들이 금품 교부로 얻을 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공소장에 기재된 바와 같이 그 대가로써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으로서 전달된 것인지 하는 점에 대해서 보면 증거에 의하더라도 국정원장들이 자신의 임명에 대한 대가로 피고인에게 사례 내지 보답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한편으로 국정원장 직무수행 등에 관한 각종 편의를 기대하였다는 점과 관련하여서도 보면 그 통념과 그로부터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국정원장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기대라고 하는 것은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일 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뇌물 공여의 동기로는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 외에 달리 국정원장들이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기 시작할 때부터 자금을 공여할 만한 동기나 도움받을 만한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히려 증거에 의하면 국정원장들이 특별사업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사임 통보를 받거나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타 판결문에 기재한 여러 사정들을 모두 종합해서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국정원장들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특별사업비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피고인 지시에 의해서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지급된 특별사업비 부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뇌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뇌물수수에 관한 부분은 모두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로 판단합니다.

지금까지 국정원 자금 수수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다시 정리를 하면 횡령에 의한 국고손실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수령한 금액 대부분인 33억 원을 유죄로 판단하고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지급된 1억 5000만 원도 유죄로 판단을 하고 다만 2016년 9월에 받은 2억 원 부분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뇌물수수의 점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합니다. 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법률에 따라서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합니다.

지금까지 2018고합 20호 국정원 자금 수수에 대한 판결의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