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 축사

문재인 대통령,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 축사

2017.08.31. 오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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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 외교장관 회의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36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오늘 부산에서 개막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페알락: FEALAC)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따뜻하게 환영합니다.

특별히 제 삶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부산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67년 전 전쟁의 상흔이 짙게 드리웠던 이곳은 이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해양물류의 전초기지이자, 해안선과 마천루가 경이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국제적인 미항으로 변모하였습니다.

부산은 개방과 성장을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또한 저와 같은 실향민 가족과 이주민, 외국인을 포용하는 소통과 공존의 도시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시, 부산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의가 동아시아와 중남미 양 지역을 잇는 가교로서 페알락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짧은 출장 여정에 오른 분들이 계신가 하면, 하루가 넘는 하늘 길을 건너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가장 먼 두 대륙을 연결한다는 구상은 참으로 창의적이고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창립된 페알락은 동아시아와 중남미의 협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했습니다.

선각자들의 지혜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알락 출범 이후 두 지역에서는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여기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까지 더해져 태평양을 가로지른 하나의 지구촌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 인구 10명중 4명이 살고 있는 페알락 협력체는 세계 교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성장했습니다.

양 지역 간 교역규모는 7,500억 달러, 투자규모는 1,150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지표만이 아닙니다.

페알락 회원국과의 협력 강화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도 다채롭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6월 파마나 운하가 확장 개통됨에 따라 이 곳 부산항의 물동량이 큰 폭으로 늘어, 침체 위기에 있던 부산항이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칠레 와인과 삼겹살, 후식으로 즐기는 필리핀 바나나, 뉴질랜드 키위 그리고 콜롬비아 커피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한국은 분단으로 인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북쪽 통로가 막혀 있고, 나머지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마치 섬과 같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지정학적 여건이지만, 한국은 ‘극동'이 아니라 ‘유라시아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 지평을 동북아,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로 넓혀 갔습니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도전을 통해 발전과 번영의 결실을 맺어 왔습니다.

전쟁의 비극을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한국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해 나가고자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아시아 및 중남미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아세안(ASEAN), 메콩 국가 및 인도 등과의 신남방 협력과 러시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신북방 협력을 연계하여,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아울러 중남미 지역과도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무역·투자, 과학기술 혁신, 인프라·교통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외교의 지평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페알락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다양한 국가군으로 구성되어 작은 유엔과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페알락은 동아시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유일한 정부 간 협의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보다 크고 다양한 미래를 열어 주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은, 그 동안 사이버 사무국 운영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이번에 창설되는 페알락 기금을 든든한 기반으로 삼아 페알락의 질적인 도약을 선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는 2019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습니다.

페알락 창설 20주년이면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꿈, 새로운 행동'을 슬로건으로 회원국 모두가 하나 되어 2019년을 준비해 나갑시다.

이를 위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교류와 협력은 상품, 자본, 서비스와 같은 물질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는 진실한 소통과 이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세계 관광객 중에 페알락 동아시아 회원국과 라틴 아메리카 회원국간 상호 방문객 규모는 1% 미만에 불과합니다.

물리적 거리를 줄일 수는 없겠지만, 보다 많은 온라인, 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마음의 거리는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ICT 등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소통의 장이 열리면 정서적 공감과 유대를 더욱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 관광, 스포츠 분야에서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적 교류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두 지역의 실질 경제 협력 확대로 이어질 때,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호혜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한민국은 페알락의 믿음직한 친구이자 파트너로서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인류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 또한 있습니다.

자국 이기주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인류의 번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빈곤,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질병, 국제조직범죄와 같은 이 시대의 새로운 도전들은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제적 공조와 협력만이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지구촌 협력체로서 페알락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목표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지혜와 통찰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페알락 회원국 간 소통을 넓히기 위해 2011년부터 페알락 사이버사무국을 운영했습니다.

페알락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한 비전그룹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왔습니다.

또한, 지난 2년간 페알락 의장국으로서 오랜 숙원이었던 ‘페알락 新행동계획'이 금번 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준비해 왔습니다.

아울러, 여타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강화할 수 있도록 ‘페알락 기금' 설립에도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페알락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페알락 36개 회원국의 지도를 보면, 유달리 비어있는 공간이 눈에 띕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야말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가 당면한 최대의 도전이자, 긴밀한 국제적 공조로 풀어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끄는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페알락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아시아 평화, 세계 평화가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시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문제가 결코 강대국들 간의 문제일 수만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생각을 잘 하는 사람은 총명하고 계획을 잘 하는 사람은 더욱 총명하며 행동을 잘 하는 사람은 가장 총명하다고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의 협력 비전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도록 다양한 실천방안들이 도출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기원하면서, 부산에서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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