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전통 수공예 살리는 '한마을 한 제품 운동'

[세상교과서] 전통 수공예 살리는 '한마을 한 제품 운동'

2015.11.15. 오전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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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지간한 물건은 기계가 대량으로 찍어내는 시대에 오랜 시간 공들여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은 정작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요.

태국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 시작된 '한마을 한 제품 생산' 정책 때문인데요.

자세한 내용, 서상운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태국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진 치앙마이.

방콕에 비해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고유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한적한 거리를 지나다 보면 경쾌한 망치질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요.

소리를 쫓아가 보니 한 남자가 자못 진지한 모습으로 장식용 불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3대째 나무 수공예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프라판 폰찬욧, 나무 수공예 장인]
"치앙마이의 오랜 전통과 문화입니다. 특히 불교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오래전부터 불상부터 사원의 문, 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나무 수공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제작 기간만 한 달 이상이 걸린 물건들이죠.

어지간한 제품은 기계가 대량으로 찍어내는 시대에 이 마을 주민들이 아직도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라판 폰찬욧, 나무 수공예 장인]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이유는 기계로 표현할 수 없는 디테일과 아름다움 때문이죠. 반드시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이런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은 방콕 시내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나무 장식품과 도자기, 실크 목도리까지.

정부의 인증을 마친 지방 지역 특산물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매장인데요.

태국 전역에 7천여 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솟 탐마피차, 고객]
"지역에서 만들어진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고요.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수익을 높일 수 있으니 더 좋죠."

태국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한 마을 한 제품 생산'을 뜻하는 '오탑'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전통적인 수공예 기술을 보존하고 지역별로 자생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리욕팍 팟사파, 태국 OTOP 관계자]
"도서 지역의 수익을 창출해 윤택한 생활을 지원하고, 자립적인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탑 정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역마다 특화된 제품들은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정하고 정부에서 타당성을 따져 전국의 오탑 매장에서 판매해줍니다.

제품마다 생산지를 표시하고 등급을 매겨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은데요.

이렇게 '한 마을 한 제품 생산'은 수도인 방콕을 중심으로 발전한 경제력을 지역으로 나눠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수리욕팍 팟사파, 태국 OTOP 관계자]
"지방 지역 주민들의 기존 수익률이 20%였다면 오탑 정책 시행 이후 수익률이 50%까지 늘었습니다. 제품의 질은 좋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품을 정부 차원에서 홍보함으로써 수익이 증대된 것이죠."

주민들의 삶과 장인 정신이 녹아있는 태국의 특산품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간직한 채 세계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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