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빈손으로 놀러가는 메치침 해변

[세상교과서] 빈손으로 놀러가는 메치침 해변

2015.09.19. 오전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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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바닷가로 피서를 떠나려고 해도 챙겨야 할 짐이 만만치 않은데요.

이스라엘의 한 해변에서는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을 무료로 빌려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강하나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휴가를 나온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은 지중해 바닷가 메치침 해변입니다.

해수욕장에 놀러 가려면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 때문에 가방이 무거워지게 마련이죠.

게다가 아이들의 장난감까지 챙기려면 짐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데요.

메치침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가방은 유난히 가볍습니다.

이곳에선 빈손으로 와서 장난감을 빌려서 놀고 제자리에 도로 갖다 놓으면 그만이거든요.

[릴리, 관광객]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오지 않아도 돼요. 여기서 가져가면 되니까요. 장난감이 아주 많아서 좋아요."

무료로 빌려주는 장난감 덕분에 모래 묻은 장난감을 가져가야 하는 수고는 더이상 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오르, 텔아비브 시청 직원]
"장난감을 가서 사고, 가져오고, 잃어버리고, 가지고 논 다음에 쓸 일이 없는 그런 거 말고, 그러지 말고 사람들끼리 나누고..."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이, 어른들도 장기판을 빌려 체스게임을 합니다.

주사위 게임의 일종인 백거먼 코너 역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데요.

트럭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빌려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로니, 관광객]
"바람도 있고, 해변에서 햇볕도 적당히 있고, 책이 있으니 좋지요."

총 500권의 책을 갖춘 트럭 도서관은 2년 전 이곳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해변을 더욱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건데요.

책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빌려볼 뿐 아니라 갖고 있던 책을 기부하고 가기 때문이죠.

[리오르, 텔아비브 시청 직원]
"사람들이 쓰고 보고 다시 제자리에 넣어 둘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잘 진행이 되고 있어요."

해변의 트럭 도서관은 현재 텔아비브 내 해변 2곳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포함해, 5개 언어의 책을 소장해 이스라엘 사람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료로 장난감과 책, 게임도구를 빌려주는 데에는 지원과 나눔에 대한 시 당국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리오르, 텔아비브 시청 직원]
"지금은 내가 이용하고, 다음에 네가 이용하는 거죠. 해변에서의 시간을 서로 나누는 새로운 해변 체험을 한다는 것이죠."

모처럼 떠나는 바닷가로의 여행,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을 덜어내고 보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데요.

빈 손으로 와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메치침 해변에서의 휴가는 지겨울 틈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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