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동포 가수들…특별한 음악회

황혼의 동포 가수들…특별한 음악회

2015.09.19. 오전 03:5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은퇴 후에 취미로 음악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동포 노인들이 남성 중창단을 만들어 몸과 마음의 병까지 치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첫 공연까지 열었다고 하는데요.

김운경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노래.

동포 1세 차종만 씨는 이 노래를 부르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왔습니다.

다음으로 무대에 선 사람은 올해 일흔두 살인 박영래 씨.

파킨슨병과 류머티스를 동시에 앓고 있는 박 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말 한마디 못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병을 조금씩 치유하고 있습니다.

[박영래, 72세·프랑크푸르트 남성 중창단원]
"소리를 내면 통증이 가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류마티스와 파킨슨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내년에도 더 멋있게 해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평균 나이 70세, 프랑크푸르트 남성 중창단이 처음으로 마련한 음악회입니다.

은퇴 후 마땅한 여가 생활이 없던 단원들은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나 1년 전 중창단을 결성했습니다.

매주 한두 차례 만나 노래 연습을 하면서 건강은 물론 새로운 삶의 활력소도 찾았습니다.

[유삼원, 77세·프랑크푸르트 남성 중창단원]
"혼자 고독하게 앉아서 TV나 보는 것보다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나와서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

[차종만, 65세·프랑크푸르트 남성 중창단원]
"저희가 회비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그래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변변한 무대 장치나 조명도 없는 작은 음악회지만 관객들에게 전해진 감동은 기성 가수들의 공연 못지않았습니다.

[유지훈, 관객·유삼원 씨 딸]
"다들 연세도 있으신데 이렇게 취미생활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고요. 노래하면서 이렇게 친해지고 활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아직은 단원 다섯 명에 불과한 프랑크푸르트 남성 중창단.

내년에는 음악과 함께 인생의 황혼기를 그려갈 동포들을 더 많이 모아 관객들 앞에 설 계획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YTN 월드 김운경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